분명 문 여는 소리가 들렸는데, 뒤에는 아무도 없다니.
‘혹시, 옆자리 문이 열린 건데, 내가 착각한 건가? 아니야. 분명 내 등 뒤에, 내 자리 문이 열리는 게 노트북 화면에 비쳤어. 게다가, 아까 화장실 다녀오면서 분명 봤어. 칸막이마다 문이 다 열려있고, 사람이 없었어. 이 사무실 안에 나랑 저 여자 둘뿐이었어.’
지환은 아까보다 더 춥다고 느꼈다. 하지만 분명 확인해야 했다. 아까부터 으스스했던 이 불길한 예감의 정체를 말이다. 아무래도, 이 서슬 푸른 추위와 불길한 공포는 저 옆자리 여자 탓인 것 같았다.
지환은 자리에서 일어나 옆자리로 가보았다. 문이 닫혀 있었다.
지환은 홀딩도어를 아주 조금 밀어 안을 들여다 보았다.
방금 전까지 여자가 앉아 있던 자리인데, 아무도 없었다.
‘방금 전까지 사람이 있었는데?’
지환은 옆 칸으로 들어가 보았다. 책상 위는 잡티 하나 없이 깨끗했다. 여자가 보던 노트도 보이지 않았다. 방금 전까지 사람이 있었다면 응당 있어야 할 약간의 온기조차 없었다. 그저 냉랭했다.
‘이상하다?’
지환은 하릴 없이 자기 자리에 다시 앉았다. 그리고 알 수 없는 이물감에 고개를 들었을 때, 그야말로 경악했다. 여자가 칸막이 위에서 고개를 쑥 내밀고 자신을 내려다 보고 있었던 것이다. 지환은 자신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다.
“무슨 짓입니까?”
이상하다. 여자는 키가 크지 않았다. 대체 어떻게 남자들도 얼굴 위쪽 절반만 보이는 저 높은 칸막이 위에서 지환을 들여다 보고 있는 것일까. 의자라도 밟고 올라선 걸까? 대체 왜?
지환은 황급히 밖으로 나가 보았다. 거기엔 또 아무도 없었고, 지환의 옆자리, 그러니까 여자가 있던 자리에선 키보드 소리가 났다.
‘벌써 자기 자리로 갔다고? 1초도 안되는 그 짧은 시간에?’
지환은 두근거리는 가슴을 억누르고 옆자리를 들여다 보았다.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아까보다 더 냉한 기운이 지환의 얼굴을 핥고 지나갔다.
지환은 거의 본능적으로 자리를 박차고 나가 문을 향해 뛰었다. 밖으로 나가야 했다. 이 공유오피스에서 일단 벗어나야 했다.
지환의 자리는 출입구와 아주 가까운 곳에 있었다.
‘조금만 뛰면, 5초만 뛰면 출입구야. 바로 버튼을 누르고 나가버리면 끝! 밖엔 경비 아저씨도 있어. 괜찮아. 아무것도 아니야. 아무것도 아니야.’
그런데, 이상한 일이었다. 5초만 뛰면 바로 출입구가 나와야 하는데, 가도가도 계속 칸막이가 이어진 복도였다.
‘정신이 없어서 방향을 잘못 잡았나? 분명 내 자리에서 오른쪽으로 돌면 바로 문이 보이는데?’
이 공유오피스에서 이렇게 책상 칸막이가 길게 늘어선 곳은 아까 여자가 갔던 방향뿐이었다. 그 방향은 지환의 뒷 자리였다. 하지만 분명 지환은 오른쪽으로 달렸는데, 이상한 일이었다.
‘내 자리에서 왼쪽으로 가면 커피 머신이 있고, 뒤로 가면, 아까 그 여자가 갔던 방향으로 가면 화장실이 있고, 그리고, 내 자리 앞쪽에는 오픈형 좌석들이 많아. 그런데, 여긴 어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