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질경이 Jun 10. 2023

배에서 28일째

태평양횡단 크루즈


남쪽으로 갈수록 바람이 차가워진다. 

바다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하루 종일 바라 보아도 지루하지 않다. 



 항상 움직이고 파도가 일렁이다 하얀 물보라를 만들어 낸다. 시시각각 색이 달라지고 바다에서 해가 뜨고 바다에서 해가 진다. 배를 오래 탄다고 했을 때 조금은 걱정을 하기도 했다. 한 달이 다 되어 가는데 생각보다 지루하지 않고 아직도 신비하다.   이날은 파도의 높이가 3미터이다. 가만히 서 있기가 힘들 정도였다. 

수영장에도 파도가 생겨 물이 넘친다. 

이런 파도에 저 구명보트를 타면 머리를 심하게 부딪칠지도 있겠다.     


하루에 한 번 선장이 방송을 하는데.. “오늘은 가만히 있어도 저절로 춤추게 되는 날입니다” 했다.  아침 8시 시카고에서 온 오선생 내외와 아침식사를 6층 식당에 가서 함께 했다. 일리노이주의 샴페인 근교에서 살다 은퇴 후 아이들이 살고 있는 시카고로 이사해 살고 있다는 부부다.  3남매 모두 명문대를 나오고 좋은 직장에서 일하고 있다고 했다.  한국부모에게 자식이 인생 성적표라는 걸 다시 한번 느꼈다.


 저녁은 갈라 나이트(Gala Night)였다. 8년 전 알래스카 크루즈 했을 때는 갈라 나이트에는 남자는 정장을 해야 하고 여자는 드레스로 차려입고 가야 했다. 준비해 오지 않은 사람을 위해 배에서 턱시도와 드레스를 빌려 주기도 했다. 지금은 남자는 넥타이를 매지 않아도 될 만큼 자유로워졌다. 이번에도 처음 몇 번은 참석하지 않았는데 그래도 한 번은 가야 할 것 같아 어색한 드레스를 입고 참석했다. 

 밴쿠버에서 온 팻과 스티브 레이크(Steve Lake) 부부와 합석하게 되었다. 여자는 선생님이었고 남자는 회계사라고 했다. 이번 여행에서 합석한 사람들 중 회계사가 가장 많다. 67년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결혼하고 유럽으로 가서 폭스바겐 캠핑카를 사서 일 년 동안 유럽 여행을 한 뒤 그 차를 가지고 미국으로 돌아왔다고 했다.  세계 안 다녀 본 곳이 없을 만큼 여행을 많이 한 사람들이었다. 지난번 와인 전문가 부부도 그랬다고 했는데 아마 그 시절에 젊은이들 중에 유행하던 일이었던 것 같다. 결혼 한지 49년 되었다는데 아직도 신혼부부 같다. 

둘이서 각자 버킷리스트를 적어 나중에 서로 바꾸어 보니 75 퍼센트가 일치했다고 한다. 딸이 좋은 법대를 나와 어린 나이에 변호사가 되었는데 10년쯤 일하고 스트레스가 너무 심하다며 그만두었다고 잠시 어두운 얼굴이 되었다. 지금은 뉴멕시코의 어느 아파트 관리인이 되어 일하고 있는데 언젠가는 자기 자리로 돌아오리라 믿는다고 했다. 


세계 여러 곳에서 온 사람을 만나 이야기하는 것도 크루즈 여행의 한 가지 재미이다. 

갈라 나이트는 음식도 조금 더 고급스럽다. 

배와 오이 샐러드, (Pear and Cucumber Salad)  왕새우 칵테일, (Jumbo Shrimp Cocktail)     


바닷가재 꼬리와 필레 미뇽 (Filet Mignon)이다.   후식은 티라미수와 커피.

 이틀 후면 배에서 내린다. 배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나하나 즐기며 경험해 보기로 했다.

이전 15화  너무나 인간적인 티바우 민속박물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