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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질경이 Jun 12. 2023

 태평양횡단 크루즈 마지막 날

태평양횡단 크루즈


배에서 지내는 마지막 날이다. 한 달이 무척 길고 지루하지나 않을까 우려했었는데 마지막 날이라니 왠지 무언가 해야 할 것 같다. 배 안을 돌아다니며 안 가 본 곳도 가 보고 안 해 본 것도 해 보고 싶어졌다.


 아침식사를 주문하면 방으로 가져다주겠다는 걸 한 번도 해 보지 않은 터라 일단 방에서 아침식사를 주문해 먹어 보았다. 한 층만 올라가면 식당인데 구태여 방까지 갖다 달래기가 좀 미안하기도 하고 가서 먹는 것이 더 따뜻할 것 같아서 이기도 했다.



이렇게 훌륭한 아침식사를 추가 요금도 안 받고 방으로 갖다 주었다.

우리 옆 방 사람들은 거의 매일 발코니에서 아침을 먹는 소리가 들렸는데.. 이것도 괜찮네....





다음 날 아침이면 시드니다.




배는 파도를 온몸으로 부딪히며 종점인 시드니를 향해 가고 있다.





이 날의 오전 강의는 시드니에서  볼만 한 곳을 알려주는 프로그램을 했다.

모두들 열심히 듣고 있다.



박물관과 QVB, 차이니스 가든과 달링하버, 오페라 하우스... 

배안에서 참 편하게 지냈는데 배에서 내리면 모든 것을 알아서 해야 한다. 조금 두렵고 긴장되었다.




점심은 샴페인 브런치에 초대받았다. 

한번 이상 이 크루즈를 이용한 사람들을 초대해 또 이용해 달라는 특별한 대접이다.

오래전 알래스카에 갔을 때도 이 회사로 가서 마리너스 클럽이라는 단골이 된 셈이다.

스무 번 이상 이용한 사람도 상당히 많았다.




주스 한잔도 이렇게 정성껏 대접하는 작은 정성이 기분 좋게 한다.

이날 파고가 3.5미터.. 사진도 흔들리고 가만히 있기도 힘들었다. 가만히 있기가 힘들 정도인데 웨이터들은 접시를 몇 개씩 들고 빠른걸음으로 음식을 날랐다. 



일월에 태어나 이름이 인도네시아 말로 일월이라는 이 친구는 언제 보아도 웃는 모습으로 반겨 주었다.




배안을 걸어 다니며 시간을 보냈다. 식당 앞에는 언제나 싱싱한 꽃이 꽂혀있다. 그리고 어느 장소나 입구에 손 소독제가 놓여있다. 배안에서 위생관리는 정말 철저해서 귀찮을 때도 있었지만 안심은 되었다.




프런트에 가서 한달동안 배안에서 결제한 카드 내역을 받았다. 그 동안 식사에 포함되지 않은 술과 음료,배 밖 현지 여행비, 인터넷 사용료, 팁 등등 예상은 했으나 비용이 만만치 않다.  호주 비자 신청비를 빼내갔다. 내가 인터넷으로 직접 신청해서 비자를 받았다는 걸 보여 주고  환불받았다. 


호주 돈 400불을 환전하고 방에 돌아와 짐을 쌌다.  가방은 밤 11시 이전에 문 앞에 내놓아야 한다.

다음 날 아침 1000명이 배에서 내린다. 혼잡을 피하기 위해 가방에 부치는 짐 표의 색에 따라 30분 간격으로 배에서 내릴 예정이다.

긴 여행이 끝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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