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양횡단 크루즈
새벽 5시 잠에서 깨어 배의 맨 꼭대기로 올라갔다.
배는 아주 천천히 시드니항구를 향해 미끄러지듯 전진하고있었다.
제일 먼저 눈에 뜨인 건 역시 오페라 하우스다. 그 뒤로 빼곡하게 들어 선 높은 빌딩들.
그 사이 해가 떠 오르고 오페라 하우스는 화려한 조명을 받는 듯이 빛이 났다.
점점 가까워졌다.
그리고 이 커다란 배는 시드니 하버 브리지 밑을 지나가려고 한다.
물론 잘 지나가리라 믿었지만 배가 너무 커서 꼭대기가 부딪힐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나만 그렇게 생각한 건 아니었다.고개를 젖히고 위를 올려다보던 사람들이 환호했다.
하... 잘 빠져나왔다.
그 사이 해도 더 올라왔다. 새벽잠을 설치고 시드니 항구를 보러 올라온 사람들이 하버 브리지 사이로 떠오르는 해를 보며 이 여행의 마지막 시간을 보냈다. 이제 방에 돌아가 배에서 내릴 준비를 해야 한다.
한 달 동안 지낸 방을 한번 다시 둘러보고
배에서 그동안 친절하게 도와주었던 직원들과도 작별했다.
배와 시드니 항구 사이에 놓인 통로를 지나 화이트 배이 크루즈 터미널 바깥으로 나갔다. 30일간의 긴 여행이었다. 밴쿠버에서 샌디에이고, 하와이, 사모아, 남태평양의 섬나라들을 지나 시드니까지 왔다.
8,780해리(Nautical mile), 10,097마일, 16,243 킬로미터.
밖에 나와 다시 한번 뒤를 돌아보았다. 한 달 동안 나를 태워 먹여주고 재워주고 강의해 주고 두 군데의 미국 국립공원과 신비한 남태평양을 보여 준 미스 누어댐이다.
입국 수속을 마치고 짐을 찾는 중에 내 바로 앞의 승객이 끌고 가는 가방에 붙은 태그가 눈에 들어왔다.
"치매 걸리기 전에 모험이다"
100% 동감이다...
호주에는 처음 와본다. 배에서 나오자마자 낯선 곳이다. 아는 사람도 하나 없다.
이제부터 또 다른 형태의 모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