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쓸한 시를 읽다가 한없이 마음이 허전해지는 바람에 이만 책을 접었습니다. 그만 읽어야지. 이제는 밤을 받아들여야지. 그러다 침대 머리맡에서 그가 준 책갈피를 찾았습니다.
그 사람을 본 게 언제가 마지막이었나, 거슬러 올라갑니다. 늘 헤어짐의 순간에는 다음을 기약하곤 했던 것 같아요. 그 다음이 올 수도 안 올 수도 있단 생각에 울적해집니다.
그런데 난 언제부터 그 책갈피를 머리 맡에 두고 있었던 걸까요. 정작 나조차도 그와의 기억을 까마득히 잊고있었으면서 이렇게 아쉬워하고 서운해 하는 마음은 어떻게 이다지도 이기적일까요.
책갈피를 시집에 꽂습니다. 딱 알맞네요. 그와 주고받은 마음이 그렇게 쓰입니다. 이만하면 되었습니다. 결국 그와의 시간은 그 순간으로 영영 끝나버릴 지라도 여기 이렇게 실재하고 있으니까요. 없던 일은 아니니까요. 진심의 조각이 남아있으니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