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해 온 날들이 너무도 많아 그 존재의 무게를 가벼이 넘겨버린 날들이 많습니다. 집 떠나 제 생계를 꾸렸다는 이유로, 또 바쁘다는 핑계로, 일 년에 몇 안 되는 날이 와서야 이렇게 겨우 얼굴을 마주합니다. 그렇게 더디던 세월은 어느새 이렇게 지나있었던가요. 익숙하고도 낯설어진 정든 그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봅니다.
헤어짐을 못내 아쉬워하면서도 손은 자꾸자꾸 분주합니다. 담고, 또 담고 그렇게 제 딸을 먹일 음식 한아름을 안겨 줍니다.
멀지 않은 날, 이 익숙한 광경은 사무치는 슬픔이 되어있겠지요. 언제까지나 주고 또 주었던 그 사랑을, 언제까지고 갚을 수 없는 나는 한없이 죄인이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