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6부 조우(2)
공장 내부는 정사각형 구조의 현대식 건물이었고, 중앙은 하늘이 열린 정원으로 되어 있었다.
“지하에 있을 거야. 어둠은 빛을 싫어하니까.”
이세는 스스로에게 중얼거리며 계단을 내려갔다.
지하에는 향료 저장 탱크가 즐비했다.
“이건 우려내기용 탱크네. 알코올 속에 향을 담가 숙성하는 과정…”
그는 파이프 라인을 따라 이동했다.
“파이프가 모이는 곳이 어둠의 물이 숙성되는 중심이겠지.”
그때 갑자기 문이 열렸다.
쓰엉이 경비들에게 끌려 들어왔다.
그들 앞에는 낯익은 얼굴이 있었다.
“발아크…” 이세의 눈이 번쩍였다.
발아크가 냉소를 지었다.
“다시 만났군, 향기천사.
네가 이렇게 올 줄 알고 있었다.”
그의 손에는 긴 봉이 들려 있었고, 끝부분이 불길하게 빛났다.
“레이저봉이지. 모든 걸 녹이는 힘을 가졌지.”
그는 쓰엉의 목에 봉을 겨누었다.
“이 여자를 죽이기 전에, 널 테스트해보겠다.”
이세는 한 걸음 나섰다.
“그녀를 해치지 마. 대신 나를 데려가.”
발아크의 입꼬리가 비틀렸다.
“역시 영웅놀이를 하는군. 좋아, 게임을 하자.”
이세와 쓰엉은 작은 방에 감금되었다. 벽면에는 모니터와 헤드셋이 놓여 있었다.
잠시 후, 화면에 발아크의 얼굴이 나타났다.
“이 장치는 후각기억저장장치, OMSS라고 하지.
사람의 뇌에 냄새를 기억시켜, 존재하지 않는 향을 느끼게 만드는 기계야.
이걸로 인간의 영혼을 조종할 수 있다.”
쓰엉이 경악하며 말했다.
“사람들의 감정을 조종한다고요?”
“그렇다. 그리고 그 다음은… 후각 재현 시스템, DORS.
기억된 냄새를 재생시켜 스스로 맡게 하지.
실제 향이 없어도 냄새를 느끼게 할 수 있지. 완벽한 미메시스야.”
이세가 차가운 눈빛으로 말했다.
“그건 향의 신성함을 모독하는 짓이야.
냄새는 기억과 감정의 다리인데, 그걸 노예의 사슬로 만들다니.”
발아크는 비웃었다.
“이 세상은 진짜보다 가짜를 더 사랑하지.
이제 게임을 시작하자. 네 기억 속 향으로 승부를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