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5부 하노이의 사랑(5)
탁자 위엔 마작패 같은 숫자패가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토호판이 설명했다.
“종장이 향의 순서를 정하고, 향동이 향을 피운다.
너는 향의 냄새와 번호를 맞춰야 하지.
맞힌 개수가 많은 쪽이 승자야.”
이세가 말했다.
“좋아요. 향으로 승부를 보죠.”
쓰엉은 긴장된 표정으로 속삭였다.
“이세, 조심해요. 그도 보통 사람은 아니에요.”
향동이 네 개의 향을 순서대로 피웠다.
첫 번째 향이 번졌다.
“초목의 냄새군. 영릉 향과 감송 향이 섞였어요. 여름의 향이에요.”
두 번째 향이 피어오르자 이세가 눈을 감았다.
“자단목과 향나무… 가을의 단풍을 닮았어요.”
세 번째 향은 익숙했다.
“회향, 팔각, 그리고 칡꽃… 봄의 냄새예요.”
마지막 향은 싸늘하고 무거웠다.
“백단과 몰약, 용뇌… 겨울의 향기네요.”
종장이 종을 울리며 말했다.
“이제 시작하시오.”
향동이 첫 번째 향을 다시 피웠다.
이세는 코끝에 집중했다.
하지만 향이 처음과 달랐다.
“무언가 섞였어… 냄새가 변했어…”
그는 혼란스러웠다.
결국 탁자 위의 ‘2번’ 패를 집어 던졌다.
종장이 패를 뒤집었다.
“정답은 4번!”
토호판의 흑마가 한 칸 앞으로 나갔다.
쓰엉이 숨을 죽였다.
“괜찮아요, 아직 기회가 있어요.”
이세는 마음을 다잡았다.
‘교만을 버리고 향만 느껴야 해. 감각에 집중하자.’
두 번째 향이 피워졌다.
그는 온몸으로 냄새를 받아들였다.
“이건 봄의 향기… 감송 향이 들려요.”
그는 1번 패를 던졌다.
토호판은 2번 패를 던졌다.
종장이 외쳤다.
“정답은 1번!”
백마가 한 칸 나아갔다.
사람들이 숨죽인 채 지켜보았다.
이세와 토호판의 말은 나란히 도착선 앞에 섰다.
마지막 향이 피워졌다.
이세가 눈을 감고 말했다.
“회향, 팔각, 갈화… 외조부의 서재 냄새군요. 봄의 향이에요.”
그는 3번 패를 탁자에 올렸다.
토호판은 2번 패를 던졌다.
종장이 패를 높이 들었다.
공중에서 패가 한 바퀴 돌아 탁자에 떨어졌다.
“3번!”
순간 환호가 터졌다.
쓰엉이 자리에서 일어나 이세를 꼭 껴안았다.
쉬에 할머니는 멀리서 두 손을 모았다.
토호판은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자네, 진정한 향기천사로군. 약속대로 오주를 주겠네.”
“감사합니다, 선생님.”
이세는 고개 숙였다.
종장이 오주의 병을 조심스레 건넸다.
쓰엉이 속삭였다.
“이제 이스트 포뮬라가 완성됐어요.”
이세는 병을 들여다보았다.
“오주에 구자향, 은백차, 향설해, 구령고, 숙결 흑침을 담가…
그 에센스를 웨스트 포뮬라와 섞으면 ‘빛의 물’이 완성돼요.”
그는 잠시 병을 바라보다 말했다.
“하지만… 마지막 글자 ‘광(光)’.
그 빛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아직 모르겠어요.”
쓰엉이 조용히 그의 손을 잡았다.
“괜찮아요. 그건 언젠가 향기로 알려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