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좋아하는 가수? 아니면 좋아하는 밴드가 누구인지?라고 누가 묻는다면 아직도 해체한 가을방학이 상위권으로 떠오른다. 그만큼 가을방학 많은 곡들을 반복해서 들었던거 같다. 그런데 의외로 아직까지 여기에 EP 하나를 제외하고 정규앨범을 소개한 적이 없는거 같아 닳고 닳도록 들은 1집을 한번 소개해보고자 한다.
2.
(1집 노래 순서대로 두서없이 생각나는 대로 적어봅니다아....)
이국적인 단어들과 낯섬으로 맞이하는 '샛노랑과 샛파랑 사이'로 시작하는 이 앨범은 '동거'를 신선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동거', 들으면 비 오는 날 빗방울 맺힌 창가가 떠오르는 '곳에 따라 비'로 이어진다. 가사들을 들으면 참 하나의 시를 보는 느낌도 들 정도로 감수성의 농도가 참 짙은게 특징이다. 그 후 '속아도 꿈결', '취미는 사랑'에서 살짝 밝은 느낌이 이어지다가, 감수성 폭발하는 '가끔 미치도록 네가 안고 싶어질 때가 있어'가 등장한다. 시작 전주 부분에 있는 '만약이라는'이 가사를 얼마나 많이 들었는지.. 들어왔을 때의 그 감정들이 가늠이 되질 않는다.
그다음 등장하는 또 감수성 자극하는 '이브나', 그리고 그 후엔 증명사진으로 연애 이야기를 신선하게 풀어쓴 '3X4'가 이어진다. 정바비님 본인의 이야기를 참고해서 썼다는 '인기 있는 남자애', 그리고 다음으로는 또 감수성을 마음 깊숙하게(?), 달콤하고 화창하게 자극하는 '나비가 앉은 자리'라는 노래가 등장한다. 이 노래는 전체적으로 정말 봄날을 거니는 느낌이 들만큼 따뜻함이 묻어 나오는게 특징인데, 봄날에 들으면 그 상큼함이 더 느껴지는 느낌이다.
몽글함과 감수성이 가득한 이 앨범은 동명의 제목인 '가을방학'과 '호흡과다'라는 노래로 마무리된다. '가을방학'은 따뜻함의 농도는 (상대적으로) 낮지만 역시나 그 따뜻함의 순도가 꽤나 많이 담겨 있는게 생각나고, '호흡과다'는 진짜 노래를 들으면 쉬는 구간 없이 숨이 막힐 정도로 가사가 이어지는 것이 떠오른다. 그냥 두서없이 1집 노래 제목들만 보고 생각나는 생각들과 느낌들을 쭉 적어보았다.
금지어가 되신 정바비의 책도 사서 본 적이 있고, 정바비님이 등장하신 팟캐스트도 애정해서 들은 적이 있다. 그리고 다른 활동을 하신 밴드들의 음악도 찾아 들을 정도로 많이 그의 음악들을 좋아했던거 같다. 하지만, 모두 아시다시피 불미스러운 일이 생겼고, 그로 인해 가을방학은 해체에까지 이르렀다. 음악적으로 무척이나 좋아했던 아티스트가 이렇게 활동을 접은게 처음이라 처음에는 아예 활동을 접는게 아쉬운 마음이었지만 시간이 지나니 이런 일이 당연한 결과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정바비님이 참여한 가을방학을 비롯한 다른 밴드들의 음악은 아름다운 음악성에도 불구하고 때가 묻어버리고 말았다. 특히 가을방학의 해체와 함께 같이 활동을 접게 된 '계피'님의 목소리를 못듣게 된 건 개인적으로 무척이나 안타까운 마음뿐이다. 계피님이 조금 더 적극적으로 많은 활동을 하셔서 이런 아쉬움을 조금은 달래주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보지만 어떠한 생각을 가지고 계신지 몰라 멀리서 기대만 할 뿐이다. 팬으로서 앞으로 계피님의 목소리를 들을 일이 많아지기를 기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