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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의 평화(平和)

고난과 평화의 섬에서 발견한 참 평화

제주도에는 삼다(三多), 곧 돌과 바람, 그리고 여자가 많다고 한다. 화산섬이라 현무암과 같은 돌이 많고, 아시아 대륙의 끝이라 바람이 많은 것은 자연적인 현상이다.


하지만 여자가 많다는 것은 조금의 이해가 필요하다. 제주도는 오랫동안 남존여비 사상이 강했다. 그래서 남자 아이는 태어나면서부터 귀하게 여겨졌고 여자 아이는 그렇지 못했다. 


어떤 제주도 자매님이 내게 말했다.


"오빠는 쌀밥 먹고 대학까지 갔지만 저는 보리밥 먹고 고등학교도 겨우 마칠 수 있었습니다." 


거기다가 제주4.3을 통해 통해 많은 남자들이 죽었다. 마을 남자 대다수가 죽은 조천읍 북촌리는 '무남촌'이라고까지 불리울 정도로 제주도에는 남자가 귀했고, 그런 까닭에 노동력의 대부분을 차지했던 여자가 많이 눈에 띄어 여자가 많은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그 여자들이 지금의 제주도를 만든 주역들이다.


비설: 1949년 1월 초토화작전 때 25살이던 변병생 여인과 그의 어린 딸(2살)이 거친오름에서 희생된 것을 기념한 조형물


제주도는 또한 삼무(三無), 곧 도둑, 거지, 대문이 없다. 남의 물건을 훔치지 않는 정직함과 스스로 일어설 수 있는 자립심, 그리고 이웃과 언제나 화합하며 지내기에 가능한 일이다.


제주도는 삼다(三多)를 통해 고난을, 삼무(三無)를 통해 평화를 보여준다. 척박한 환경 속에서 고통받았던 여자들의 삶은 바로 제주의 고난을 상징하고, 서로 믿고 의지하며 화합하는 모습은 참 평화가 무엇인지 가르쳐준다. 


그래서 제주도는 삼다와 삼무, 곧 고난과 평화의 섬이다.




제주도 탄생 설화에 보면 '설문대 할망'이 나온다. 제주도에는 1만 8000여명의 신이 있다고 하는데 그들 대부분이 할망(여신을 뜻하는 제주어)이다. 탄생 설화에도 여자가 주도권을 쥐고 있다. 


설문대 할망은 키가 아주 컸는데 어느날 치맛폭에 흙을 담아 바다 한가운데 산을 만들었는데 그것이 한라산이다. 그런데 한라산이 너무 뾰족해 봉우리 끝을 꺾어 바다로 던지자 그것이 산방산이 되었고 움푹 파인 부분이 백록담이 되었다고 한다. 설문대 할망이 한라산을 만들 때 치맛폭에서 떨어진 흙들이 지금의 오름이 되었다고 한다.


김순이의 <제주 신화>에는 설문대 할망이 꿈꾸던 세상은 '그렇게 큰 땅은 아니지만 모든 것이 조화를 이뤄 행복한 세상'이었다고 한다.


그 땅의 중심에는 낮은 듯하지만 실은 높고, 가까운 듯 하지만 멀며, 얕은 듯하지만 깊은 한라산이 있고, 한라산을 돌아가며 아흔아홉 골짜기, 산에 내리는 비와 이슬은 계곡을 흘러 바다에 이르고, 자라는 모든 풀은 먹을 것도 되고 병을 고치는 약초며, 푸른 산기슭에는 어진 사람들이 서로 도우며 평화롭게 살아가는 세상을 꿈꾸었다고 한다.


제주도는 고난 속에서 피어난 평화의 섬이다.


제주의 아픔을 알고 제주 여인의 마음을 느끼니 제주의 진심을 알게 된다.


그 중심에 어머니 한라산이 모든 것을 다 받아 안으며 평화롭게 서 있다. 


내일, 한라산을 만나러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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