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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글을 모르면서 글을 쓰고 있다, 안도 타다오처럼.

제주에서 만난 스승

6년 전 제주도에 왔을 때 '본태 박물관'을 방문했었다. "박물관 자체가 이미 작품이다."라는 말로서 잘 알려진 본태(本態) 박물관은 '본래(本來)의 형태(形態)'라는 뜻으로 세계 3대 건축가로 알려진 안도 타다오(1941-)가 설계한 건축물이다.


그는 제주도 대지에 순응하는 전통과 현대를 콘셉트로 노출 콘크리트, 물과 빛의 자연이 어우러진 잊지 못할 공간을 내게 깊게 각인시켜 주었다.


사실 안도 타다오는 제대로 교육을 받은 건축가가 아니다. 고교시절에는 복서로, 성인이 되어서는 건축 현장에서 일하다가 르 코르뷔지에의 책을 보고 홀연히 유럽으로 떠나 건축을 공부한 후 자신만의 건축물을 짓기 시작했다.


그는 노출 콘크리트라는 자신만의 방식에다가 자연과 공간을 조화롭게 담은 새로운 건축가임에 틀림없다. 그에게 건축이란 어떤 고정된 개념이 아니라 지음으로써 확장되고 성장하는, 그래서 건축이 끝난 후에도 살아있는 건물을 짓기 위해 애를 쓴다고 말한다.


건축을 배우지 않고도 건축을 하고 있는 안도 타다오처럼, 나 역시 글을 배우지 않고 글을 쓰고 있다.




안도 타다오를 다시 만났다. 섭지코지에 있는 '유민 미술관'을 방문한 것이다. 그는 섭지코지 자연의 모습을 형상화하여 건물을 설계하였고, 곳곳에 물, 바람, 빛, 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공간을 연출하였다.



유민 미술관은 섭지코지 안에 있지만 보이지 않고 찾기도 쉽지 않다. 자연 속에 묻혀 있는 곳이라 휘닉스 호텔에 차를 세우고 억새숲을 가로질러 20분을 걸어 들어가야 한다. 미술관 입구에서야 유민 미술관에 온 것을 알게 되는데 입구에서부터 자연과 하나되는 공간, 물, 바람, 돌이 어우러진 특별한 공간으로 들어섬을 느낄 수 있다.


유민 미술관 입구 유리에 비친 성산일출봉


매표소에는 연못이 하나 있는데 제주도의 백록담을 상징한다. 정원으로 들어서면 돌과 여인, 바람이 방문객을 맞이한다. 조금 더 걸어 들어가면 물이 쏟아지는 시원한 폭포를 만나게 되는데 이것은 '벽천폭포'로 물이 쏟아지는 모습 뿐만 아니라 소리까지 들려주면서 한라산을 떠올리게 만든다.


한라산을 상징하여 물이 쏟아지는 벽천폭포


안도 타다오는 건축물 안에 성산일출봉을 담았다.


이제 건물 안으로 들어서면 '하늘길'이 열리는데 콘크리트와 돌벽이 파란 하늘과 조화를 이루어 낸다. 인공과 자연, 건물과 사람이 자연스럽게 하나되어 어울리는 길이다.


하늘길에서 바라본 하늘


소리마저 점점 작아지는 이곳을 걸어들어가면 지하 입구에 '유민 아르누보 컬렉션'이 있다. 경건한 마음으로 신발을 벗고 실내화를 신어야 한다.


아르누보는 '새로운 예술'을 뜻하는 프랑스어다. 1890년대부터 1910년대까지 세계적으로 일어났던 공예 및 디자인 운동을 말한다. 특별히 유민 미술관에는 유리공예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에밀 갈레의 <버섯 램프>


에밀 갈레의 <바다의 심연 꽃병>


유민 미술관을 나오면 저 멀리 성산일출봉과 함께 서 있는 제주의 햇살을 그대로 담고, 제주의 바다를 그대로 품은 '글라스 하우스'가 보인다. 노출 콘크리트에 가려져 있지만 그 안에는 물, 바람, 빛, 소리가 담겨져 있으며 건물을 정면으로 바라보고 서 있으면 안도 타다오가 만들고자 했던 훌륭한 건축이란 무엇인지 깨달을 수 있게 된다.   


글라스 하우스 @google.com


안도 타다오는 말한다. "인간과 자연, 공간의 합일점을 찾는 것, 그런 건축이 훌륭한 건축입니다. 섭지코지는 아주 매력적인 땅입니다." 


섭지코지에서 안도 타다오를 만나 새로운 공간을 거닐며 나만의 글쓰기를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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