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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거란다 6

그리고 다시 둘

by 블루 스카이

신혼 때부터 따로 살았는데 25주년을 앞둔 우린 잘 살 수 있을까? 가 젤 의문이다.

성격도, 생긴 것도, 관심사도, 먹는 것도…

당연 사는 방식도 달라도 넘 다른 우리.

25년을 주말도 아니고 월말에 한번 볼까 말까 하고 살다 같이 살아야 하니 당근 걱정 만땅이다.

우리가 25년을 살 수 있었던 건 오직 따로 살아서라고 생각하고 살았으니 말이다.

그리고 또 하나 걱정은 새 동네로 이사를 와서 적응도 쉽지 않을 듯하다. 길치, 방향치, 집순이인 나.


그치만 시작인걸… 우리의 제2 라운드는 어떨지.


하루를 보냈다 온전히 내 방식으로.

그래서 다들 주말부부를 지구를 구했다 하지.

전생에 무엇을 했는지 또 전생은 있는지 뭐 이런 것들이 궁금은 하지만 참인지를 가르고 싶을 만큼은 아니지만 주말부부 인정한다. 지구를 구한 만큼 편. 하. 다.

하지만 주말부부를 넘어 월말에 한두 번 보고 산 세월이 25년이면 걍 그 세월이 몸에 익었다고 봐야 하지 않아?. 그래 25년 꿀 빨고 살았다. 그래 인정한다. 그리고 그 삶은 내가 정한 것도 아니고, 내가 바란 것도 아니고 일 때문이니 그렇게 사는 게 맞겠지 하며 살았는데…25년 만에 찾아온 둘만의 삶.

첨 일주일은 나름 괜찮았다. 이사해서 짐도 정리하고 이리저리 넣고 넣고 넣고. 넣지 못한 건 아직 거실 한편에 떡하니 자리하곤 있지만 나름 자리는 잡혀가고 있고 청소 청소 청소를 하고 나니 정신없던 집 안이 깨끗해진 것도 같다. 이렇게 정리하고 일을 할 땐 몰랐는데 일주일, 열흘이 지나는 시점 답답함이 찾아왔다. 집순이이지만 한 번씩 산책도 하고 마당일도 하며 집 주변을 다니며 하늘도 구름도 꽃도 봤는데.

이사 온 집 안은 온통 암흙이다. 사방이 뚫린 곳에 살다가 길가집이라 커튼을 내리고 살아야 하고 차도 많이 다니고 주변 산책로도 없고… 안 보이고 막혀있고 하니 답답함이 몰려온 거다. 할 수 있으나 안 한 거와 할 수 있으나 못하는 건 천지차이 그런데 이곳은 할 수도 없고 못하니 힘들더라고. 그리고 날씨까지 추워지니 맘에도 찬바람이 불어 빈 공간이 더 커져만 보인다.


안 되겠다 싶었다. 이렇게 사는 건.

그래서 커튼을 내려 달았다.

내린 만큼 하늘도 구름도 나무도 보인다.

오~~ 좋은데?

집 안에 밝아졌다. 낮에도 계속 불을 켰어야 했는데 해가 나오는 날엔 잠시 꺼둬도 충분할 만큼.

맘에도 빛이 들어오니 좋은가보다.

한 번씩 심부름을 하거나 일을 보러 나갈 땐 호수 앞에 잠시 차를 주차하곤 앉아 있다가 온다. 호수인지 바다인지 모를 만큼 넓다 넓어. 파란 하늘에 파란 호수.

집 근처에 호수라니. 호수가 많은 도시. 집 근처에 호수는 그중 6번째로 큰 호수. 어디서 이렇게 많은 물이 나오는지.

맑고 잔잔하다. 그리고 푸르다.

집 가까이에 있으니 더 좋~~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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