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환경이 두려웠던 아기 고양이

초보집사는 집안에서 고양이를 잃어버리면 화장실 변기 뒤를 확인하자

by omoiyaru

몇 시간 동안 진을 빼며 고양이를 찾다 화장실 변기 뒤에 숨어있는 아기 고양이를 찾아낸 순간, 카메라로 아기 고양이의 얼굴을 확인하고 나서 처음으로 든 생각은 다친 곳은 없는지였다. 그리고 두 번째로 든 생각은 미안하다는 생각이었다. 낯선 환경에 적응할 시간도 주지 않았으니 두려움에 몸을 숨기려고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몸에는 전체적으로 이상이 없는 것처럼 보이는 걸 확인하고나자 화가 나기는커녕 바로 안심을 해버리는 내 모습을 발견하였다.


카메라의 순기능이 바로 이런 것일 것이다.



카메라의 영상촬영 기능을 통해서 아기 고양이가 현재 어떤 상태에 있는지를 살펴보았는데 그저 두려움이 가득한 눈길이었던 것이 선명하게 기억이 난다. 그리고 바로 츄르를 꺼내서 밖으로 스스로 나올 수 있도록 바깥쪽에 뿌려 주었다.


아마 오랜 시간 안에 숨어있었다 보니 배가 많이 고팠을 것이다.


그렇게 먹이를 뿌려놓은 후 나는 바로 숨숨집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아이가 적응할 수 있도록 울타리를 만들고 그 안에서만 당분간 생활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기로 했다. 분명 내 몸은 피로로 덕지덕지 쌓여있었지만 아기 고양이를 향할 때만큼은 초인적으로 힘이 계속 생겨났던 것 같다.


내 몸이 힘들다는 생각보다는 아기 고양이를 편하게 만들어주고 싶다는 생각이 더 강했다.


그리고 적응하지 못하는 아기 고양이를 보며 스스로 자책감이 많이 심했는데 고양이 카페에 여러 글을 찾아보니 샵에서 데려온 고양이들도 몇 주 동안은 숨어서 나오지 않기도 한다고 하거나 화장실 뒤에 숨는 경우는 흔한 일이라는 글을 보고 조금은 안심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다음날부터 며칠간 지속된 장대 같은 장맛비에 나는 남아있던 일말의 죄책감마저도 모두 씻어낼 수 있었다. 폭우 속에서 아기 고양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몸을 숨기고 있는 것뿐이었을 것이다. 그 힘든 경험을 하기 전에 구할 수 있었던 것이 천만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시간이 흐른 뒤 츄르를 먹으러 나온 고양이를 무사히 잡을 수 있었고 만들어 놓은 숨숨집에 넣어 어두운 환경을 만들어 안정을 취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그 사이 당근마켓을 이용해 숨숨집과 방묘문 등을 구입했고, 집에 남아있던 안 쓰던 천과 스크래처 등을 구입해서 집안에서 평온하게 쉴 수 있는 임시거처를 만들어 주었다. 그리고 고양이 안정음악을 틀어주니 울음소리가 점차 줄어들었다.


이틀 동안 엄마를 찾으며 삐약거리는 아기 고양이에게 해줄 수 있는 게 없는 것 같아 내 마음도 너무 힘들었는데 반대로 생각해 보니 엄마의 따듯한 품을 그리워하는 아기 고양이에게 그러한 품을 내어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울음이 시작될 때마다 안아서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다독여주었다. 그리고 밥을 밖에다 두니 잘 안 먹어서 껴안은 상태로 입에 건식사료를 넣어주니 그제야 잘 받아먹었다.


아, 엄마 품이 그리운 아가구나.

따듯한 품이 그리웠구나 아가.


이틀 만에 아기 고양이는 내 품에, 내 방에 적응해 주었고 이제는 울지 않게 되었다.

긴 새벽에도 혼자서 잘 자고 울지 않게 되었는데, 이것이 어찌나 기특하고 감사한지 모른다.

덕분에 이틀 동안 잠을 못 자 힘들었던 나도 고양이와의 합사가 한결 수월해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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