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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난나 Oct 15. 2020

중고신입의 시대가 도래했다.

써보고 뽑는 시대를 지나, 경력 같은 신입을 뽑는 시대

라때는 취업이 참 쉬웠는데 말이야.

취업은 매년 어려워지고 있다. 직장생활을 10년 가까이 한 입장에서 생각해 보아도, 지금처럼 취업이 어려운 시기는 대한민국 역사상 최악의 경제위기인 IMF나, 2008년 리먼 브라더스 사태 정도일 것이다. 위 두 시기에는 약 10년의 갭이 있는데, 코로나로 취업 시장이 엄청나게 얼어붙은 2020년은 리먼 사태로부터 약 12년 뒤이다. 경제 사이클은 대략 10년 단위로 돈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코로나로 그 하락의 깊이가 더욱 깊어진 것으로 보인다.


나는 사실 취업과는 좀 거리가 있는 학과를 졸업했다. 빠르면 1-2학년부터 취업을 준비하기 시작하는 요즘 시대와 다르게, 당시 내가 있던 학과에서는 취업준비에 목숨을 거는 학생들을 더 이상하게 바라보는 시각이 있을 정도였다. 그중 한 교수님이 이야기해주었던 90년대 초반의 취업시장에 대한 이야기는, 아주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우리 때는 말이지. SKY나 서성한 정도 다니면 졸업 시즌에 학교 앞으로 버스가 왔어. 삼성, 현대, 선경, 두산 같은 마크 달고. 거기에 그 회사 다니던 졸업생 선배들도 있었는데, 그 선배들이 버스 타라고 막 꼬셨어. 그날 거기 버스 타면, 그냥 취업되는 거야. 그만큼 일자리가 많고, 사람이 없었어. 내가 그때 삼성 버스를 탔었어야 하는데, 친한 선배가 있어서 다른 버스를 탔네. (후략)”


물론, 그 교수님은 서울대를 졸업하신 분이기도 했고, 저 말이 실화를 바탕에 두고 있었던 것인지는 모르겠다. 비교해 봐야 아무런 의미도 없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20년~30년 전과 비교하여 경제성장률은 꾸준히 둔화되고 있다. 은행 이자가 연 10%를 시대가 있었다. 즉, 옛날에는 경제가 ‘성장’하던 시대였고, 지금보다 일자리 구하기가 상대적으로 수월했다.


써보고 뽑는 시대, 2010년대

대기업 공채는 보통 다음과 같은 프로세스로 진행된다.  

    서류접수 및 서류 심사

    인적성

    면접 (인성, 실무 및 임원 면접) x N

    채용  


면접만 보고 바로 채용이라니, 놀랍지 않은가? 면접 만으로 사람을 평가하다니, 이게 가능한 일인가?

그런 맥락에서, 2000년대 후반부터 슬금슬금 시작된 행태는 ‘채용 연계형 인턴’ 및 ‘정규직 전환 인턴’ 등의 이름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면접 이후, 채용은 하되, 인턴으로 채용하는 것이다. 짧게는 1-2개월, 길게는 6개월에서 1년 이상까지도. 계약직으로 우선 채용하여 일을 시켜보고, 정규직으로 전환해주겠다는 형태의 공채 절차가, 그 시대 즈음부터 생겨났다.


차라리 그 시절이 나았던 것이라고 이야기하는 세상이 올 거라고는, 사실 생각도 못했다.


경력직이 신입에 지원하는 시대

한때 취업이 너무 힘들어진다며, 예능 프로그램 <SNL>의 한 시리즈인, '면접 전쟁'이라는 에피소드에 나온 대사가 있었다.


아니 씨X 무슨 다 경력직만 뽑으면, 나 같은 신입은 어디서 경력을 쌓나? 어? 난 어디서 경력을 쌓냐? 내 말이 틀려 이 개X끼들아?


저 이야기가 나온 것이 벌써 2014년, 지금보다 6년 전의 이야기다. 그때의 저 이야기는, 신입을 많이 뽑지 않고 대부분의 기업들이 경력직을 선호한다는 이유에서 나온 말이었다. 지금은? 안타깝게도 경력직들이 신입 시장까지 몰려오는 시대이다. 왜? 좋은 기업에서 커리어를 새롭게 시작하고 싶어서이다.


나는 이 글을 준비하면서, 아래 게시물을 찾아볼 수 있었다. 그리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아래 게시물은 100대 대기업으로 불리는 SK텔레콤의 취업 포털에 나와 있는 글이다.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SK텔레콤의 신입 공채 소식이 올라오는 웹 사이트였다. 물론 경력직도 결국 지원을 위해서 저런 사이트를 이용해야 하는 경우가 있지만, 보통 경력직의 경우는 헤드헌터나 지인 등을 통해 직접 이력서를 제출하지, 저런 사이트를 자주 방문하지 않는다. 즉, 저 글은 ‘신입’으로 지원하고자 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쓴 글이다.


내 눈에는 "제발 좀 읽어보고 신입으로 넣지 말라고요 좀."이라고 보인다.

세상에, 얼마나 많은 지원자들이 3년 이상의 경력을 가지고 있으면서 신입 공채로 지원하려고 하면, 이런 글을 만들어서 ‘여러분은 Expert Talent입니다. 경력직 채용으로 가주세요 제발!’이라는 메시지를 보내야 하는 걸까?


실제로 최근에 지인에게 신입 공채 서류 심사와 관련된 이야기를 들었다. 예전에 나와 같은 회사에서 커리어를 시작한 입사 동기로, 현재는 모 대기업의 인사팀에 근무 중이다. 지인의 말에 따르면, 최근 서류 심사에서 자신에게 할당된 서류 100장을 검토했는데, 이 중 절반 이상이 이미 2~3년 정도의 경력을 가진 중고 신입이었다고 한다. 안타깝게도, 중고 신입은 이제 선택이 아닐지도 모른다.


하지만 앞서 이야기했던 것과 같이, 나쁜 회사에서 커리어를 ‘시작’하는 것은 자칫 나의 모든 커리어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하지만 좋은 회사로 들어가기 위한 바늘구멍에는 나보다 먼저 그 업무를 경험해 본 경력자부터 취업 재수생까지, 비좁다 못해 정말 숨 막히는 경쟁이 기다리고 있다.


그럼 어떻게 하면 좋을까? 취업을 하지 말고, 사업을 하면 되지- 같은 접근이 가능한 사람이라면, 그 길도 추천한다. 흔히들, 단군이래 가장 돈 벌기 좋은 시대라고들 한다.

빵이 없으면 브리오슈(케이크)를 먹게 하세요?

하지만 이 글을 적는 나를 포함한 사람들과 같이 ‘취업’을 길로 잡았다면, 현실적으로 Step by Step, 이 전쟁터에서 살아남는 방법을 가르쳐 드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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