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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소방관 Oct 09. 2020

나를 찾아줘

실종된 아이를 찾기 위한 119 구조대원의 노력

http://news.jtbc.joins.com/article/article.aspx?news_id=NB11972852

새벽 바다 어딘가에 그렇게 찾던 아이가 떠올랐다.

소방, 경찰, 군 등 수백 명의 인원과 헬기와 선박이 대량으로 동원된

3일간의 수색 끝에 아이는 모습을 나타냈다.

하지만 아이의 몸은 하얗게 바래져 있었고 차갑게 식어있었다.


지난 10월 5일 월요일 오후,

다음 주에 있을 훈련 준비를 하며 주간 근무를 분주하게 보내고 있었다.

그때 울리는 출동벨 소리.

다대포 해수욕장에 중학생들이 바다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다고 한다.

미친 듯이 달려 도착한 해수욕장.

일곱 명의 아이들 중 5명은 살았고 1명은 목숨을 잃었다고 한다.

그리고 마지막 한 명은 사라졌다.



대대적인 수색작업이 시작되었다.

우리는 구조보트를 타고 해안가를 샅샅이 뒤졌다.

넓은 해안에 얕은 수심인 다대포 해안가는 여느 때와 같이

잔잔하고 조용했다.

그 아래 어딘가에 아이가 있을 것이다.


해가 지고 야간 팀과 교대했지만 쉽게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다.

다음날 아침 일찍 다시 우리 팀은 사고 지점으로 갔다.

야간 팀과 교대하고 본격적인 주간 수색을 시작했다.


하늘에는 헬리콥터가 떴고, 바다에는 소방과 해경 소속의 구조선박들이 즐비했다.

해안가에는 구조 대원들이 일렬로 늘어서 가슴 깊이까지의 물에 들어가 훑어내듯 바닥을 뒤졌다.

조류의 영향을 받아 멀리 갔을까 수색 범위는 확대되었다.

ROV, 소나, 다방향 카메라 등 최첨단 수중 수색 장비까지 총동원되었다.


포털사이트에 톱기사로 사고가 보도되고 국무총리까지 수색에 총력을 당부했다.

여기저기서 물어보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일일이 설명하지 않았다.

그렇게 8시간을 바다 위에 떠 있으며 물 밖과 물 안을 모두 뒤졌지만 둘째 날에도

아이는 어디에도 없었다.


수색 3일째.

할 수 있는 건 뭐든 해야 했다.

나도 물속으로 들어갔다.

잭 스테이, 원형 등 수색 방법을 이용하여 바닷속을 샅샅이 뒤졌다.

물속에서 마음속 큰 소리로 아이를 불렀다.

사망했을 거라 판단했지만 아이의 몸이라도 가족에게 돌려주고 싶었다.


수색에 참여한 구조 대원들은 어느 때보다 간절했다.

바다의 물길은 알 수가 없기에 혹여 먼바다로 떠내려간다면

아이는 영영 부모 곁으로 돌아올 수 없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입술이 부르트고 눈이 빨갛게 충렬 되었다.

문제가 되지 않았다.

김밥 한 줄, 컵라면 한 개를 배 위에서 먹으며 수색 시간을 아꼈다.

막내 구조 대원은 '형이 꼭 찾아줄게'라고 혼잣말을 한다.

하지만 이 날도 아이는 끝내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4일째 수색을 위해 새벽같이 일어나 출근 준비를 하려는데 휴대폰이 울린다.

"찾았다"

아이가 나타났다.

새벽 6시경 아이는 물 위로 떠올랐다.

반팔, 반바지 차림의 아이의 몸은 차가웠다.


얼마나 무서웠을까.

얼마나 추웠을까.

얼마나 보고 싶었을까.


떠난 아이는 더 이상 말이 없었지만

죽기 전의 마음이 전달되는듯했다.

자기를 간절히 기다리고 찾는 가족들과 우리의 마음을 헤아렸는 지

스스로 나타났다. 그것만으로도 고마웠다.


수색은 즉시 종료됐다.

내 손으로 찾아 안고 싶었다.

산목숨이 아니더라도 찾아 가족에게 돌려주고 싶었다.

그러지 못한 것만으로도 구조 대원의 마음은 죄스럽다.

내가 내일을 다하지 못한듯하여 부끄러웠다.


누군가의 아들, 조카, 형제...

그렇다.

사고로 죽어가는 목숨들은 내 주변에 있는 이들이다.

더 살아 행복해야 할 이들이 떠난 자리는 크다.

그리고 한없이 슬프다.


부모는 아이의 목숨을 앗아간 바닷물보다

더 많은 눈물을 쏟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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