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그 영원함에 대하여
썩지 않는다.
영원토록 변하지도 않고,
없어지지도 않는다.
시간은 불후(不朽)다.
억겁의 시간이 지난 들 생의 모든 빛이 바래지고,
몹쓸 것이 수만 번 도태되어 다시 만들어져도 시간은 그대로다.
한 발짝 내디 더 나가본들, 내가 뻗은 몸뚱어리의 혼미한
움직임 따위 시간은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산과 들과 바람과 물 정도는 되어야 시간에게 말을 물어 섞어본다.
자네 어디로 가는가?
태초부터 거기에 버텨있던 산이 묻는다.
빛이 생겨나서부터 흐르던 물도 묻는다.
시간은 말이 없다.
가고 사라지듯 멀리멀리 걸어간다.
그러다가, 다시 옆을 스친다.
언젠가 물 가득 찬 동굴 속 탐험을 들어간 그날,
살 색 종유석(鍾乳石)이 주렁주렁 매달린 원시의 혈관 같은 그곳에서,
수십, 수백만 년을 혼자 버티고 있었을 동굴 속 이름 모를 생명체를 바라보며,
"자네 언제부터 여기 살았는가?"
라고 묻고 싶었지만, 이내 그만두었다.
살고 죽는 의미의 관념 따윈 이미 초월해버린
세월의 형상들은 이미 나의 세상의 그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산들, 죽은 들 결국 시간 속에 한낱 티끌 같은 점 하나이니,
바닥에 녹아내리듯 겸손하고 겸손해도 시간은 나를 용서하지 않을 것 같다.
섬은 시간이고 꽃은 사람이다.
기대어 살 뿐,
그거면 족하다.
시간은 불후다.
썩지 않고, 없어지지 않는다.
사람과 사람의 세상은 절대 그럴 수 없음을 시간은 잘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