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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riter Lucy May 15. 2024

30화. 내 행복도 내 행복, 네 행복도 내 행복

굳이 가르려하지 않아도 느껴지는 그런 것.

가정의 달인 5월에 꺼내보는 버석한 의견 하나. 며칠 전 올린 행복에 관한 글(참고: https://brunch.co.kr/@writerlucy/145)에서도 이야기했지만, 나는 개인의 행복이 타인의 상태나 상황에 의존하는 것은 건전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주로 부모님들이 이런 경우가 많은데, 자식의 일이 잘 되어야 행복하고 자식이 힘들면 본인까지 힘들어하는 식이다. 내 품에서 낳은 자식이 힘든 걸 보고도 행복하다 외친다면 그건 공감능력이 떨어지는 것이지만.. 그 슬픔에 의해 본인의 삶이 좌지우지 되지 않을 정도의 독립성은 갖고 있어야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자세는 나와 타인 모두에게 좋은 일이기도 하고, 서로가 다른 개별적 인간이기에 당연한 현상이기도 하다. 나는 아이돌 덕질을 할 때 행복하지만 그건 엄마, 아빠의 행복과는 관계가 없고, 아빠가 라디오 뉴스를 듣고 논평을 하며 얻는 즐거움이 내 행복의 감도와 상관이 없는 것처럼 말이다.


여기까지 듣고 이게 무슨 생수 없이 먹는 건빵 같은 얘기야.. 하셨나요. 물론 가족들로 인해 얻는 행복도 분명히 있습니다. 나는 부모님이 시청하는 티비 프로그램을 대체로 좋아하지 않는다만(특히 미우새는 진짜 별로다.) 거실에서 둘이 웃는 소리에 나까지 웃음을 터트린 적이 많다. 웃음소리가 웃겨서라기보다는(ㅋㅋㅋㅋㅋㅋ) 저렇게 둘이 즐거워하는 게 웃기고 좋아서다. 조카처럼 가족 모두를 행복하게 하는 대상이 있다면 우리의 행복은 한데 모여 더욱 증폭된다. 조카의 웃음소리에 모두가 웃고, 그 웃음소리에 한번 웃을 것도 두번, 세번이 되는 것. 그게 행복이 아니면 뭐란 말여.


한번은 엄마, 아빠의 모습이 귀여워서 웃음을 터트린 적도 있었다. 운동을 마치고 집에 온 내가 둘이 식사하는 모습을 보고 행여 땀냄새가 느껴질까 몸을 한껏 웅크리고 지나갔더니, 엄마 아빠가 아래와 같이 말했다.


아빠: 엄마아빠는 그 정도로 안 예민하니까 그냥 지나가도 돼.

엄마: 맞아, 그렇게 냄새 안나!

아빠: 맞아, 아빠는 코 막혀서 무슨 냄새가 나도 괜찮아. 너가 방귀 뀌어도 돼.

엄마: 당신은 대체 작은 딸을 뭘로 아는 거야!! 


차라리 가만히 있으라는 엄마의 일갈을 뒤로 하고 화장실에 들어왔는데 웃음이 절로 번졌다. 웃기고 귀여워서. 아웅다웅하고 티격태격하는 게 일상이라도 이런 게 행복이라면 전 행복해요.


'내 행복은 내 행복이고 당신 행복은 당신 행복이니까 각자 알아서 책임집시다'해도 결국 우리는 서로의 행복을 어느 정도는 지탱하고 있다. 나를 행복하게 하냐, 안하냐는 쓸모의 문제가 아니라 서로가 같이 공존함으로써 자연스레 만들어지는 그런 행복들. 아이돌 덕질을 하고 홀로 고요히 재즈를 감상할 때의 행복도 풍성하고 밀도 있지만 가족들과의 행복이 없다면 어딘가 아쉬운 느낌은 지울 수 없겠지. 그렇게 따지면 뭘 그리 버석하게 나눴나 싶기도하고. 어찌됐든 행복하다면 된 거 아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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