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장에 존재하는 우리네 인간 군상 유형
운동을 시작한 이래 몇 달간 주 3일 꼬박꼬박 출석 체크를 하고 있다. 보통 오후 5시 반에서 6시 사이에 헬스장에 가는 편인데, 이전에 받았던 PT수업이 그 시간에 진행되기도 했고 퇴근 후 운동하는 다른 사람들처럼 오전, 오후에 볼일을 마친 후 운동을 하는 게 왠지 마음이 편해서 이 시간대를 고집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항상 그쯤 운동을 하러 나오시는 다른 분들과 마주치게 되는데 이 묘한 관계성은 인사말을 건네기엔 힘이 부족하지만 얼굴이 안 보이면 '오늘은 쉬는 날이신가'를 저절로 생각하게 만든다. 어느 날은 잠깐 땀을 식히며 헬스장 내부를 천천히 둘러보던 중 몇 달 동안 접한 이 다양한 인간 군상을 한번 적어봐도 재밌겠다는 생각을 했다. 어디까지나 관찰과 추측에 근거한 것이고 모집단의 규모가 크지 않아 일반화하기엔 당연히 무리가 있다. 재미로 봐주시길 권고드립니다.
Type 1. 헬스장 고인물. 헬스장 운영을 가능하게 하는 주역들.
40~50대 남성 회원들. 키가 훤칠할 정도로 크진 않지만 건장하고 튼튼해 보이는 유형이다. 누가 봐도 어디에서 '운동한다'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 정도로 근육이 발달되어 있으며, 간혹 팔이나 다리 한쪽에 문신을 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형광색 운동화를 즐겨 신으며, 매번 같은 시간대에 방문하여 "하! 하!" 소리를 내며 고중량 근력 운동을 하는 경우가 자주 목격된다. 허리에 챔피언 벨트를 위협할 정도의 큰 보호대를 차고 다니며 팔자걸음으로 헬스장을 종횡무진하며 여러 기구를 능숙하게 섭렵한다.
Type 2. 하입보이 아니고 헬스보이.
고등학교 2학년 이상~대학교 신입 남성 회원들. 유튜브로 이제 막 헬스에 입문하여 근육을 펌핑하는 게 가장 큰 목적. 헬스장에서 대여해 주는 로고가 박힌 옷 대신 집에서 가져온 하얀색 면 반팔티와 검은색 반바지를 입는다. 뿔테 안경을 주로 끼고 있으며, 운동 중간에 수시로 유튜브를 확인하는데 운동법을 숙지하기 위해 보는 것 반, 남들이 하는 운동을 보며 자극받으려고 보는 게 반이다. 관장님 말보다는 유튜브를 신봉하지만 오고 가며 관장님에게 꼬박꼬박 인사하는 게 귀엽다. 팔목, 허리에 웬만한 장비는 다 갖추고 있고, 근력 운동기구 영역에서 벗어나는 일이 없다.
Type 3. 헬스보이가 진화했다! 포켓볼을 가져와!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 남성. 젝시믹스, 다이나핏 등 브랜드 운동복을 주로 입으며 헬스를 꽤 한 듯 울퉁불퉁한 근육이 인상적이지만 더 인상적인 건 근육을 감싸고 있는 하얀 피부. 이들 역시 운동 중간에 유튜브를 수시로 확인하지만 운동법을 점검하려고 하기보다는 근력 운동을 강하게 하기 때문에 쉬기 위한 목적이 강하다. 3대 근력 운동과 철봉을 주로 하며 자신만만하게 어깨를 힘껏 피고 다녀서 주변 사람들이 지나가려면 잘 피해야 한다.
Type 4. 지구력 넘사가 되고 싶다면 이들처럼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 여성. 주로 딱 붙는 타이즈와 요가복 브랜드의 파스텔 톤 상의를 맞춰 입고 다니며, 스트레칭할 때 남다른 유연성을 보여준다. 주로 개인 운동보다는 PT 수업을 받기 위해 헬스장에 방문하는 경우가 많으며 근력 운동보다는 러닝머신, 스텝밀, 사이클 등 유산소 운동 위주로 시간을 많이 보낸다. 이렇게 쌓인 지구력은 한 번에 러닝머신 2시간, 스텝밀 1000개 이상 등의 결과로 증명된다.
Type 5. 뭣이 중헌디, 허리 마사지가 중요허지
70대에서 80대 정도 되어 보이시는 동네 어르신들. 성별에 따라 보이는 모습에 차이가 있는데, 남성분들은 일단 냅다 허리 마사지기부터 하고 시작한다. 준비운동은 거의 안 하고 철봉, 바벨 들기 등 근력 운동을 찔끔찔끔한 후 관장님에게 말 몇 번 걸고, 러닝 몇 분 뛰다가 다시 허리 마사지기로 마무리하고 어느샌가 샤워하고 사라진다. 여성분들은 스트레칭을 하는데 시간을 많이 투자하는데, 스트레칭 중 통화, 유튜브 감상 때문에 시간이 많이 지체되기도. 보통 팔, 다리 등 부분적으로 운동하다가 역시 허리 마사지기로 마무리한다. 씻는 데는 오래 걸리지만 입퇴장은 빠른 편.
Type 6. 나는야 이 헬스장 홍길동이오
회원 등록한 지 얼마 안 된 연령 특정이 불가한 다수의 인원들. 어떤 운동이든 길게 하는 법이 없고 러닝머신 5분 뛰다가 스텝밀 4 분하다가 자전거 5 분하는 등 여기저기 펄쩍펄쩍 뛰어다니면서 운동하는 유형.(인터벌 트레이닝을 하는 것처럼 보이진 않는다. 대체로 어리둥절한 얼굴로 온갖 버튼을 다 누르고 계시니..) PT수업은 받지 않았기 때문에 사용법이 어려운 근력 운동기구는 사용을 안 하는 편이다. 조금 있다 보면 어느샌가 퇴장하셨는지 자취를 이미 감춘 상태.
아마 이 글을 읽고 어떤 분들은 공감을 하실 수도 있고 어떤 분들은 내가 미처 꼽지 못한 다른 유형이 생각난 분들도 있을 테다. 아파트 단지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작은 헬스장 속 인물들에 한정된 이야기기에, 앞서 말했듯 일반화할 수도 없고 특정 누군가를 지칭하거나 희화화, 비난하기 위한 목적도 전혀 없다. 다양한 사람들은 운동으로 지쳤던 어떤 하루를 재밌게 바꾸어주기도 했고 전혀 모르는 누군가의 고중량 스쿼트를 남몰래 응원하는 마음을 갖게 만들기도 했다. 사람 사는 정취(혹은 땀.. 체취..)가 그득한 헬스장이야말로 우리의 진짜 얼굴이 그대로 드러나는 곳이 아닐까. 땀으로 번들거리는 얼굴들이 이제 모두 정겹게 보인다.
Back in the days 9.
친구, 지인들과의 만남으로 우울감 해소하기
별 다섯 개 만점에 세 개, “고민 해결이냐 스트레스 해소냐”
장점: 고민을 이야기함으로써 주위 사람들과의 관계가 더욱 깊어질 수 있다. 종종 현명한 친구들에 의해 우울, 고민 해결의 뜻밖의 실마리를 얻기도 한다. 아니면 그냥 재밌게 놀면서 우울의 무게를 별 것 아닌 것으로 만들 수도.
단점: 본인의 깊은 이야기를 드러내길 원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쓸모없는 방법이다. 요즘엔 다들 워낙 바쁘기 때문에 내가 원할 때 친구를 못 만날 수도 있다. 잠깐의 스트레스 해소는 가능할지 모르지만 본질적인 우울은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