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디 프로필이 대체 뭐길래.
운동하는 사람은 예전부터 있었지만 운동이 대중에게 유행처럼 번지기 시작한 데는 바디 프로필이 한몫한 듯싶다. 특히 인스타그램 사용량이 많은 2030에게 '살면서 한 번쯤 꼭 해봐야 할 도전', '인생 최고 리즈 시절을 남기기 위한 인증샷'으로 여겨지면서 헬스장에서는 너도 나도 근육이 잔뜩 부각된 회원들의 헐벗은 몸을 걸고 자신들의 전문성을 입증하기 바빴다. 그 흐름은 아직까지 이어지고 있으며, 뭐든 빠른 결과를 내길 바라는 한국인들의 니즈를 공략한 'n주 내 바디 프로필 몸매 완성', '속성 바프반(바디 프로필 완성반)'까지 나와 소비자들의 지갑을 졸라대고 있다.
앞선 글에서 나는 바디 프로필에 대한 견해를 은근히 드러냈다. 다이어트나 바디 프로필 목적으로 운동을 생각하지도 않았고, 관장님이 바디 프로필을 내세워 영업하지 않는 게 마음에 들어서 헬스장 등록을 빠르게 결정했다고 말이다. '바디 프로필을 나쁘게 생각하는 건가?'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나는 그냥 '관심이 없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 번째, 아무리 자랑하고 싶은 몸매라 해도 통상적으로 잘 드러내지 않는 몸의 일부를 남들에게 보이고 싶지 않고, 그 사진을 지인은 물론 살면서 얼굴 한번 본 적 없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속 누군가에게 보여주고 싶은 마음은 (죽어도) 없다. 두 번째, 나는 급격히 상태가 변하는 것에 대한 막연한 공포와 두려움을 갖고 있다. 타고난 기질도 영향을 미쳤지만 이건 엄마의 가르침이 주효하다. 엄마는 항상 "뭐든 갑자기, 빠르게 바뀌는 건 건강하다고 할 수 없어"라는 말을 하곤 했다. 그래서 나는 어떤 대상, 특히 내 상태를 인위적으로 급격하게 변하도록 하는 것이 언젠가 감당할 수 없는 부작용이나 후유증을 가져올 것이라 믿는다. 때문에 성형수술이나 '피부가 백옥으로 바뀌고' '안젤리나 졸리 입술을 만들어주는' 주사 한번 맞아보지 않았다. 세 번째, 극명한 비포-애프터를 원할만큼 몸에 불만이 없다. 운동을 통해 얻고자 하는 건 건강, 체력, 정신력 그 자체다. 넷째, 유행에 민감한 사람이 아니다. 어렸을 때는 남들이 다 하는 거, 해본 것에 관심도 가지고 따라 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나의 기준, 내가 하고 싶은 것, 하려고 하는 것에 집중하는 게 마음도 편하고 행복하다. 이런 이유들이 아니더라도 바디 프로필 준비 기간에 몸을 혹사할 정도로 초절식, 단수를 하는 걸 내 몸이 받아들일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고, 건강하게 유지하고 있는 몸을 그곳에 쓰고 싶지 않았다.
바디 프로필에 대한 주의나 경각심을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점차 많아지는 추세다. 바디 프로필 후유증을 호소하는 유튜브 영상은 물론 운동하는 사람들이 만류하는 것도 꽤 보인다. 바디 프로필을 직접 경험한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대표적인 후유증은 초절식으로 완전히 망가진 몸이다. 아주 적은 양의 음식만 먹으며 고강도 운동을 이어가다 촬영 직후 일상과 동일한 양 혹은 촬영을 마친 것에 대한 보상심리로 보다 많은 양을 먹게 된 사람들은 갑자기 체중이 엄청나게 불어나는 후유증을 겪거나, 체중 증가에 대한 두려움으로 거식증 같은 식이장애를 갖게 되었다고 호소한다. 전문가 못지않은 운동인으로 알려진 김종국은 바디 프로필을 추천하지 않는다고 대놓고 얘기하며, 단 한 장의 사진을 위해 '인생'을 거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지적한다. 바디 프로필을 촬영하는 스튜디오 담당자들은 '운동을 통해 완벽한 바디 프로필을 찍는 것은 비현실적이다'라며, '현장에 와서 대부분 포토샵을 사용하거나 근육이 부각되어 보이기 위해 과도한 노출, 다소 비정상적일 정도로 몸을 트는 포즈를 요구할 수밖에 없다'라고 이야기한다. 의미는 없고 명분만 남은 기이한 결과다.
이 모든 건 어디서부터 시작된 걸까? 만일 '몸'을 위한 운동이었다면 본인의 상태와 컨디션, 부작용 등을 충분히 고려해 운동을 했기 때문에 이만큼의 후유증을 겪지는 않았을 것이다. '결과'를 위한 운동이었다면 포토샵으로 몸을 수정하는 행위나 과도한 노출로 없는 근육을 애써 만들어내려는 시도는 없지 않았을까. 결국 모든 것은 '인증'을 위한 운동이 되며 시작된다. 인스타그램이나 카카오톡 프로필에 올린 단 한 장의 인증샷을 위해 몸의 상태는 뒷전으로 미룬 채 카메라 속 담길 모습을 쥐어 짜낸다. '인증' 뒤에는 꼭 운동이 들어가지 않아도 된다. 포토샵도 쓸 수 있고 태닝도 할 수 있고 수술을 할 수도 있다. (실제 인터넷에는 바프 촬영을 위해 가슴 수술을 한 아내와 이혼하고 싶다는 남편의 게시글이 올라온 적 있다.)
인증을 위한 운동이 나쁜 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대표적으로 '#오운완(오늘운동완료)' 해시태그와 함께 올라오는 운동 인증샷은 운동을 마친 내 모습을 공유하여 자존감 향상과 운동을 이어나갈 수 있는 원동력을 제공한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운동이 인증에 우선하는 것이지, 인증이 운동에 우선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행위의 본질을 깨달아야 부차적인 것에 휘둘리지 않고 능동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바디 프로필을 촬영했건 촬영할 의향이 있건, 운동의 근본적인 목적은 '건강한 신체를 유지, 혹은 만들기 위함'이라는 걸 잊지 않으셨으면 좋겠다.
Back in the days 10.
자기 관리로 우울감 해소하기
별 다섯 개 만점에 세 개, “방법에 따라 좀 달라요”
장점: 자기 관리를 '나를 챙김'으로 받아들이면 매사에 나를 좀 더 소중하게 대하게 된다. 상태를 섬세하게 체크해서 내가 어떤 기분을 느끼고 있는지, 어떤 걸 할 때 즐겁고 행복한지 등을 정확하게 알 수 있다. 이렇게 발견한 새로운 방법들은 가벼운 우울감을 느낄 때 쓰면 효과적이다. 아로마 오일로 마사지하기, 책 한 권 정독하기, 배쓰밤 풀고 목욕하기 등 시도할 수 있는 방법도 다양하다.
단점: 자기 관리를 '꾸밈 노동'으로 받아들이는 순간 지옥이 된다. 남들과의 끝없는 비교가 지속되며 우울감을 해소하고자 했던 노력이 또 다른 스트레스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