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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마스테 Jul 02. 2020

 Light It Up

줌바 댄스파티


찡끗하며


주말에 가족들과 점심을 먹고 난 이후였다. 몸이 나른하고 피곤해졌다. 갑자기 울려온 카톡 소리. 뉴질랜드에서 가까이 지냈던 한국인 친구 S에게 온 카톡이었다.


'잘 지내니? 얼마 전에 캘리 생일이었어.'

'아. 보고 싶다. 잘 지내지?'

'같이 점심 먹었는데 네 생각이 나서.'

'캘리 생일이었구나. 좋았겠다.'





Kelly, 줌바 선생님 


Kelly는 내가 좋아하는 줌바 선생님이다. 켈리는 40대 초반 뉴질랜드 원주민 마오리 출신이다. 체력도 좋고 수업을 이끄는 열정과 카리스마가 대단했다. 한국의 날씬한 또는 마른 몸의 GX선생님들과 비교하자면 캘리는 허벅지가 상당히 두껍고 근육이 많은 몸이었다. 이들은 어쩌면 몸매보다는 그 이외의 것들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기도 했다. 문화의 차이인 듯하다.  구릿빛 피부에 곱슬머리를 단정하게 묶고 수업을 했다. 등에  파인 옷을 자주 입었다. 등은 문신으로 가득 찼다. 문신이 무슨 의미인지 알고 싶었지만 묻지는 않았다.


<피부는 인생이다>의 저자, 제효영에 따르면 '책도 종이도 없는 마오리족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들의 이야기를 피부에 기록했다.'라고 한다.  몸에 자신의 살아온 역사를 새기는 마오리족. 


Kelly는 사람들과 교감을 많이 나눴다. 운동을 하러 가면 항상 한 사람 한 사람 웃음으로 대해주었고 안부를 물었고 생일을 맞이한 사람은 가족처럼 따뜻하게 축하해 주었다.  아파서 운동을 못하다가 오랜만에 가면 특유의 눈을  미소를 짓고 살짝 안아주기도 했다. 어색하기도 했지만 나도 그 온기를 좋아했나 보다. 가끔 그 온기가 생각나는 것을 보면. 수업 중에는 워낙 에너지가 넘쳤지만 체력적으로 힘들어하는 사람이 있는지 세심하게 살피기도 했다. Kelly는 처음 온 회원들은 항상 기존 회원들에게 인사를 시켰다. 처음 온 회원은 소개를 시켜 박수를 받게 하고 소외되지 않도록 노력했다. 장애인들도 예외는 없었다. 운동할 때조차 몸이 불편한 사람을 위해 맨 앞자리는 한자리는 비워 놓는 것은 나에게는 신선한 문화충격이었다. 



© simonrae, 출처 Unsplash



줌바하러 가는 길


그곳에서 나의 오전 일상은 이랬다. 도시락을 싸서 아이들을 학교 보내고 집안 정리를 한다.  줌바 옷으로 갈아입고 차를 타고 십분 정도 가면 커뮤니티 센터가 나온다. 1회당 돈을 받는 시스템이었기 때문에 Concession Card (30회 160불)를 사는 날에는 조금 더 일찍 출발한다.  1회당 약 5불(4000원).  햇빛이 살을 뚫고 들어올 것처럼 강하고 레몬나무와 사이프러스 나무 사이로 불어오는 바람은 시원하고 강한 날이 많았다. 여름에도 에어컨이 없이 운동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람 때문이었다. 운동이 끝나고 나면 여름에도 상쾌한 바람이 얼굴과 몸에 감아돌았다. 다채로운 구름의 모양은 층을 이루며 모양을 바꾸었다. 눈이 부시도록 강한 햇살과 파란 하늘을 겨울에도 볼 수 있어서 외로움도 버틸 수 있었다. 운동이 끝나고 차를 타고 집에 가는 동안은 이미 땀이 다 말라버렸다.  




줌바를 했던 곳


핑크색 튜튜 (TuTu)


Kelly 선생님은  회원들에게 코스튬을 자주 입고 오라고 했다. 어떤 날은 튜튜 (TuTu)를 입고 오라고 하고 색깔을 정해 주기도 했다. 크리스마스 즈음에는 Red & Green, 기분 내키는 날에는 black & White. 뉴질랜드표 다이소인 '2 dollor shop'에 가면 퀄리티는 떨어지더라도 웬만한 물건은 건질 수 있다. 아이들은 'House color Day' (교복 대신 정해 준 색의 옷을 입고 가는 날)에 지정해준 색의 옷을 개성 있게 입고 온다. 

딸아이에게 말했다. 


"내일이 'House color day'지?"

"응"

"무슨 색이야?"

"Yellow"

"그러면 노란색 튜튜 사러 갈래?" 

"진짜? 살래 살래!"


사실 튜튜는 내가 입고 싶었나 보다. 아이는 그저 누르스름한 것, 노리끼리한 것, 카레 비슷한 색만 입고 가면 그만이었다.  '2 dollor shop'에서 다 큰 아이는 샛 노란색 튜튜를 사고 나는 핑크색으로 산다. 다음날 튜튜(TuTu)를 입고 운동을 하러 갔다. 그것도 핑크색으로. 주변에 섬나라에서 와서 정착한 사람, 유럽인들, 이 섬의 원래 주인인 마오리족, 뉴질랜드인이라 불리는 키위들, 그리고 한국인을 포함 동양인들. 우리 모두 핑크색 튜튜를 입고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줌바를 하는 맛. 어디에서도 느낄 수 없는 '라임모히또'라고 할까.





Light It Up


뉴질랜드는 12월이 아닌 11월 초부터  홈파티, 바비큐 파티, 크리스마스 파티 등 다양 한 행사들이 많다. Kelly는 11월 말 어느 날  'Light it up'라는 연말 줌바 파티 초대장을 나눠주었다.  주변에 'Frankton school'의 강당을 빌려서 하는 일종의 포트롹 파티(Potluck party). 


Dress code는 'Light it up'. 


어떻게 입고 오라는 건지'Be the light?' 아니면  'Be bright in the dance?' 어떻게든 눈에 띄어야 한다는 거겠지?  친구 'S'에게 물어보니 편하게 아무거나 입고 간다니 나도 안심이 되었다. 다음날 평소 입던 편한 원피스를 입고 파티장으로 갔다.  깜짝 놀랐다. 다른 분들이 입고 온 화려하고도 다양한 의상 때문이었다. 형광 네온 반바지를 입은 친구, 위아래로 노란색 형광 정장 입은 키위, 깜깜한 불빛 아래 하얀 형광색으로 변하는 티셔츠와 짧은 바지를 입은 친구. 형광색 야광 봉을 들고 춤을 추는 가수 클론이 생각났다.  치렁치렁한 액세서리를 하고 또는 야광옷을 입고 춤을 춘다는 거지? 




© marvelous, 출처 Unsplash (이런 느낌 정도) 


마치 이런 느낌을 입은 젊은 할머니분들도 많았다. (사진)  원피스에  깃털이 달린  모자를 쓰고 반짝반짝한 액세서리를 한 분들. 



 다들 놀 준비가 되어있구나


불을 끄고 줌바 댄스를 시작하자 조명 아래 더욱 빛이 났고 눈에 띄었다. Light it up이라 조명 아래 다들 블링블링했다.  조명 아래 의상들은 더욱 빛났고 사람들은 거추장스러운 것들을 걷어내고 파티를 즐겼다. 줌바 댄스는 중간중간 쉬면서 놀면서 2시간 정도 진행이 되었다. 2시간은 금세 지나갔다. 운동이 끝나고 각자 가지고 온 음식을 나눠먹는 시간이었다. 회원들이 데리고 온 아이들은 나의 아이들을 포함해 10명 정도의 아이들이 있었다. Kelly는 아이들을 위해서 먼저 먹을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어린이들이 먼저 먹게 기다려 주는 것. 약자에 대한 배려와 존중은 우리가 배워가야 할 자세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별의 시간


떠나야 하는 2월이 가까워오자 마음이 다급해졌다. 자동차보험, 전기, 인터넷, 중고차 매도와 집 청소까지 할 일은 많았고 아쉬움도 그만큼 컸다.  1년 가까이 함께 했던 Kelly와의 시간. 이별은 예상했던 것보다 가깝게 다가왔다. 곧 한국으로 떠난다고 전했고 아마도 수업을 올 수 없을 것 같다며 작은 선물을 건넸다.


Kelly는 마치 공항에서 가족을 먼 곳으로 떠나보내듯 하는 표정이었다. 애절하고도 요란한 이별이었다. 따뜻한 포옹에 울컥해서 괜스레 아무렇게나  떠들어댔다. 누가 나에게 다가온다면 먼저 따뜻하게 손 내밀 수 있을까? 아마도 그녀를 오래도록 잊지 못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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