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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행성 Dec 09. 2020

낯선 도시에서 당신을 보았습니다

당신을 조금 가져다 기웠으니 나는 한편으로 당신입니다


낯선 도시에서 당신을 닮은 사람을 보았습니다

당신처럼 얼굴에 그림자를 안고

꼭 당신처럼 고개를 숙이고 걸었습니다

당신이 여기 있을 리 없으니 그저 닮은 사람일 것입니다


연고가 없는 도시에

내가 아는 누군가를 닮은 사람이 있으니 신기합니다

그러고 보면 나도 당신을 닮은 사람일까요

당신의 어떤 부분이 좋아 오래도록 닮아왔을까요

얼굴일까요, 걸음걸이일까요, 웃는 표정일까요, 나쁜 습관일까요, 좋아하는 음식일까요


그러면 누군가는 나를 보고 당신을 떠올릴까요

말투가 꼭 당신을 닮았다, 그렇게 말해줄까요

어쩌면 나는 누더기옷처럼

좋아하는 사람들의 조각을 조금씩 오려 붙여 만들어진 사람일지도 모릅니다

나의 어느 약한 부분이 해지고 닳아

당신을 조금 가져다 기웠으니 나는 한편으로 당신입니다


낯선 도시에서 당신을 닮은 사람이 되어 있습니다

나에게서 당신이 채 다 닳아 없어지기 전에

이 곳에도 우리를 닮은 조각을 남겨볼까요

낯선 누군가에게 우리의 웃는 버릇을 가르쳐줘 볼까요


먼 훗날 이곳을 영영 떠나가더라도

그때 당신과 닮은 사람을 마주쳤던 도시 한 켠엔

내가 남겨두고 온

나와 당신이 조금 있을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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