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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가다의 작은섬 Oct 19. 2022

아네스와 홍대 나들이

닮을 꼴 모녀(2022.10.3. 월)



잊힌 기억

‘나 홍대 처음 가봐’


‘홍대를 처음 가본다고?’

‘그럼, 스치듯 지나 가봤지. 거길 다녀본 적은 없으니까’

‘하긴, 그건 그렇네. 거기 청기와도 없어지고 주유소도 없어졌어’   
  

처음에는 요셉이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오 마이 갓’ 저는 홍대 근처에 위치한 결혼식장에서 결혼식을 올렸습니다. 세상에 그 사실을 까맣게 잊어버리고 있었습니다.




운명 같은 인연

‘언니, 혹시 청기와에서 결혼식 했어?’

집에 놀러 온 친구가 결혼 앨범과 액자를 한참 바라보더니 저에게 물었습니다. 똑같은 웨딩드레스를 입고 비슷한 포즈로 웨딩 촬영을 한 친구와 나, 정말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란 말을 증명하듯 우리의 인연이 참 신기합니다.


저와 이 친구는 같은 결혼식장에서 저는 봄에 이 친구는 가을에 결혼식을 올렸습니다. 그리고 지금 사는 신도시로 이사 와서 아네스 유치원 친구 엄마로 다시 만나 햇수로 7년간의 우정을 쌓고 있는 소중한 친구입니다. 어제 홍대 나들이도 이 친구 모녀와 함께 다녀왔습니다.





홍대역 3번 출구

친구는 경의선 숲길에 꼭 가보고 싶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홍대역 3번 출구로 나가던 순간, 20대 때, 홍대 근처에서 약속이 있어서 왔다가 전철역 출구에서부터 사람들이 너무 많아 빠져나가지도 못하고 고생했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와~우! 예전만큼은 아니었지만 인산인해를 이루는 사람들을 보고 속으로 ‘기겁’을 했습니다. 전 사람들이 많은 곳을 별로 선호하지 않습니다. 쇼핑을 하더라도 30분이 한계인데, 홍대 거리를 보는 순간 벌써 기운이 다 빠져나가는 느낌이었습니다.




버스킹, 직접 눈으로 보다.

그리고 얼마 걷지 않았는데 노랫소리가 들려옵니다. 버스킹 공연을 하고 있는 가수가 발견! 아네스와 나는 공연이 끝날 때까지 앉아 있었습니다. 오랜만에 잘생긴 오빠(?)와 멋진 음악을 들으니 다시 힘이 났습니다. 하하하  




경의선 숲길

바람도 불고, 빗방울이 살짝 떨어지긴 했지만 제가 사는 지역보다 서울은 그나마 따뜻(?) 하니 산책할만했습니다. 그리고 도착한 기찻길, 사진에서는 참 길어 보였습니다만 너무 짧았습니다.





새로운 세상을 경험하는 모녀

친구와 나는 딸들을 데리고 따로 나들이에 나섰습니다. 우리 모녀는 먼저 액세서리 가게에 들렀습니다. 한참을 구경하던 아네스는 선뜻 자신이 원하는 것을 선택하지 못했습니다.


‘엄마, 목걸이랑 반지 중에 어떤 걸 살까? 엄마는 어떤 게 좋아? 엄마가 좋은 거 말해봐’  

계속 나에게 선택을 강요(?)했습니다. 천천히 원하는 것을 골라도 된다고 인내(?)를 갖고 기다렸습니다. 시간이 걸리긴 했지만, 점원분의 도움을 받아 아네스는 예쁜 반지를 골랐습니다.

어딘지도 모르고 홍대입구 거리 골목 구석구석을 다녔습니다. 그리고 예쁜 옷가게를 발견하고 서로에게 옷도 골라 주었습니다. 처음에는 ‘졸리다. 피곤하다’고 하던 아네스도 너무 좋다고 다음에 또 오자고 합니다.


‘아네스 많이 경험해봐. 다음에 크면 여기 언니 오빠들처럼 너도 이 거리를 친구들과 함께 올 거야.’

‘엄마. 그럼 나도 중학생 되면 친구들과 와도 돼?’


‘음~. 너희끼리 오는 건 엄마가 너무 걱정되고 대신 엄마가 여기까지 데려다주고 커피숍에서 기다릴게’

한참 구경하던 우리는 친구와 다시 만나 파스타와 피자를 멌고 커피숍에 들러 잠시 피곤한 다리에게 휴식을 제공했습니다.




반가운 만남

아네스 친구 중 홍대 근처로 이사를 간 친구가 있습니다. 한 번씩 통화만 하고 이사 간 뒤로 만나기가 쉽지 않았는데 혹시나 전화를 했더니 더 일찍 전화하지 못한 것이 미안할 정도로 너무 반갑게 달려왔습니다.


반갑게 나온 친구는 이사한 곳의 학부모들의 학구열에 적응하지 못해 힘들어하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한참을 아이에게 무엇이 중요한지에 대한 토론(?)을 하고 다음 만남을 기약하며 헤어졌습니다.





우리는 모녀가 확실합니다.

돌아오는 기차 안, 아네스와 나는 시뻘게진 눈으로 서로를 바라보며 웃었습니다.


‘엄마, 오늘 너무 재미있었는데, 우리 다음부터는 8시까지는 집에 오자’

‘역시 너는 내 딸이 맞는구나. 엄마도 너무 재미있는데 너무 피곤하다’

‘엄마, 역시 내 엄마가 맞는구나. 그리고 엄마. 오늘 반지도 사주고 옷도 사주셔서 감사합니다.’


옆에서 쌩쌩한 친구 모녀를 바라보며 우리는 한참을 웃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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