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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가다의 작은섬 Oct 25. 2022

더 이상 당연하지 않을 때 비로소..

알게 되는 감사(2022.10.12.화)



 

과수원집 딸

제가 나고 자란 곳은 ‘단감 아가씨 선발대회’가 있을 정도로 단감으로 유명한 곳이고, 부모님도 단감 농사를 지었습니다.


네, 저는 단감과수원집 딸입니다. 실하고 윤기가 흐르는 것은 상품으로 팔려 가야 하기에 맛보지 못했지만, 그래도 맛난 단감을 원 없이 먹으며 자랐습니다.


자랑하자면 우리 집 단감은 특히나 당도가 높아 경매장에서도 특급으로 거래되었습니다. 부모님은 가을이면 수확한 단감을 농협 직판장에도 파시기도 하고, 외가 식구들의 도움을 받아 택배(직거래) 판매도 하셨습니다.



결혼 전에는 휴가를 꼭 가을에 냈습니다. 일손이 부족한지라 매년 휴가를 내고 가을 수확을 돕기도 했습니다. 결혼하고는 아네스를 들쳐 업고 일손을 거들기도 했지요.  




당연하게 먹었던 감

부모님이 주신 감으로 단감 말랭이도 만들고, 대봉감으로 홍시와 곶감도 만들어 먹기도 하였습니다.


넘치는 단감을 이웃에게 나눠주고도 남아서 버리는 경우도 있었고, 시댁, 지인 선물, 아이들 어린이집에 나눠주며 생색을 내기도 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갖가지 농산물, 고춧가루, 마늘, 양파, 쌀 등을 영원할 것처럼, 당연하듯이 받아 먹었습니다.  

 




『‘결여를 통해 드러나는 진리, 하찮게 여긴 것들이 중요하다고 드러날 때는 이미 상실되었거나 부정된 후이다.’』

(마틴 하이데거)


연로하신 부모님이 올해 과수원을 정리하셨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단감을 받았습니다. 단감을 하나 깍아 놓고 쳐다보니 많은 생각이 오고 갑니다. 당연한 것들이 당연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닫았을 때 그때서야 나는 비로소 감사함을 느끼나 봅니다.



p.s. 오늘 회사에 예고되지 않는 정전이 30분 동안 발생했습니다. 어두운 공간, 작동하지 않는 전자기기.. 평상시에 당연하게 생각했던 전기가 들어오지 않으니 답답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전기가 있는 것에 감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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