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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가다의 작은섬 Apr 25. 2024

이젠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다_계단운동 8주 차

몸이 아플 수 있는 자유(2024.04.12. 금)

안녕하세요. 글로 상담하는 상담사 아가다입니다




요즘 몸이 다시 붓기시작했습니다.(ㅠㅠ) 며칠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이게 몸에 무리가 된 것 같아요. 피곤할 때면 몸에서 그렇게 '달다구니' 한 것이 당겨요. 배가 고프지도 않은데 입에선 계속 자극적인 음식이 달라고 아우성입니다. (잠을 잘 자야 함)


학교 가는 날은 보통 6000 걸음 이상 걸어요. 무거운 가방까지 짊어지고 걷다 보니 허리와 무릎에 무리가 많이 갑니다. 사람마다 자기 몸에 약한 부분이 다를 거예요. 전 특히 관절이 좋지 않아요. 친정어머니도 뼈는 튼튼하신데 젊어서부터 관절이 좋지 않아 고생을 많이 하셨거든요. 지금도 마찬가지고요. 저에게도 어느 정도 유전적인 측면도 있는지, 아이를 낳고 특히 손목과 발목관절이 안 좋더라고요. 골밀도검사에서도 뼈는 튼튼한 거 보면 관절이 좀 취약한듯합니다. 


피곤하고, 관절도 아프고, 아프고, 아프고.. 아프다는 생각을 계속하다 보니 덜컥 겁이 납니다. 계단운동을 하기 전처럼 또 아프면 어쩌지? 아침저녁 기온차 때문인지 좋지 않은 컨디션 때문인지 재채기가 나고 콧물까지 흐리니 신경이 더 예민해집니다. <삐용! 삐용! 긴급상황발생! 긴급상황발생! 건강염려증 트리거 발동!> (*트리거 trigger  : 명사 특정한 작동을 시작하기 위한 계기를 부여하는 순시 입력.


얼마 전 아잔 브라흐마의 <술 취한 코끼리 길들이기>를 읽었어요. 이 책을 읽는 동안 속세를 떠나 산속으로 들어가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답니다. 아잔 브라흐마는 태국에서 아잔 차라는 승려에게 가르침을 받았데요. 수행승으로 지내던 중 뎅기열로 인해 병원에 입원하게 됩니다. 당시가 70~80년도였는데 그는 열악한 병원 환경에서 생사의 고비를 넘나들죠.


병과 사투를 벌이고 있는 아잔 브라흐마에게 스승님 병문안을 옵니다. 그리고 그에게 말해요. '넌 회복되던지 죽을 것이다' 스승은 이 한마디를 남기고 떠나갑니다. 아잔 브라흐마는 처음 스승의 말을 듣고 너무 어이가 없었데요. 하지만, 맞는 말이라 반박할 수도 없었다네요.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스승의 한마디에서 깨달음을 얻습니다. 회복될 것인지 죽을 것인지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은 거죠. 그는 그 깨달음과 함께 건강을 회복합니다.


아잔 브라흐마가 들려주는 또 다른 이야기입니다. 몸이 허약한 수행승이 있었데요. 가난한 사원에서 그를 살리기 위해 주지승과 동료 수행승들은 물심양면으로 노력합니다. 하지만, 그는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아요. 오랜 시간이 지난 뒤 그 절의 주지승은 특단의 결단을 내립니다. 그리고 몸이 허약한 수행승을 찾아가 이렇게 말하죠. '이제 너는 아파도(죽어도) 된다' 그 말은 들은 허약한 수행승은 펑펑 울어요. 주지승과 동료 수행승이 자신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고 빨리 회복되어야 한다는 부담이 얼마나 컸겠어요? 주지승의 한마디가 그 마음을 내려놓게 도와준 거죠. 그 뒤 그는 차츰 회복되어 건강한 삶을 삽니다.


운동도 열심히 하고 나를 돌보는 일에 시간을 아끼지 않으니, 나는 계속 건강해야 하는 사람처럼, 아파서는 안 되는 사람처럼 생각했나 봅니다. '반드시, 당연히 건강해야 해!'라고 건강집착을 만들어버렸네요. 살아가는 동안 좋은 일이 있으면 안 좋은 일도 있듯, 몸이 건강할 때가 있으면 아플 때도 있는 거죠. 내가 걱정한다고 아플 몸이 안 아프게 되나요? 실제 아픈 것도 아닌데 아플까 봐 걱정하는 마음 때문에 더 아픈 것 같아요. ㅋㅋㅋ 


알아차리고 내 능력만큼 받아들이고, 또 잊어버리고 알아차리기를 반복하며 오늘을 살아갑니다. 힘들다 생각하면 더 힘든 것처럼 몸이 안 좋아라고 생각하면 더 몸이 안 좋은 것 같아요. '내려놓기' 집착이 만든 무거운 마음의 짊을 내려놓습니다. 몸이 아플 수 있도록 허락해요. '아플 만큼 아프고 나면 회복될 거라고' 믿어요.

단순하게 생각하려고요. 몸이 아프면 쉬어가고, 무리가 된다 싶으면 덜 움직이면서 살면 되죠. 마음가짐에 따라 한걸음도 천리걸음 같을 수 있다는 사실을 오늘도 알아차립니다.


p.s. 걷기를 줄이고 전공교재를 분철하여 들고 다니고, 버스를 이용하고 있음_건강하게 살려고 노력 중인 아가다 ㅋㅋㅋ


일주일 계단 오르기 운동기록
2024.3.20. 수요일 : 19층 x 2회
2024.3.21. 목요일 : 19층 x 2회
2024.3.22. 금요일 : 19층 x 2회
2024.3.23. 토요일 : 19층 x 0회(하루 쉬어가는 날)
2024.3.24. 일요일 : 19층 x 2회
2024.3.25. 월요일 : 19층 x 2회
2024.3.26. 화요일 : 19층 x 2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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