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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마워숲 Oct 06. 2021

당신의 스페셜 굿즈는 안녕한가요?

소비를 줄이다



별다방의 50주년 리유저블 컵이 또 한바탕 난리였나 보다. 오늘이 아니면 받을 수 없는 그 공짜 컵 때문에 커피 한잔 마시기 위한 대기인원이 100명이라니, 한정판 리유저블 컵을 받은 수천 명의 사람들 중 몇 명이 그 컵을 ‘리유즈’해서 다음번에 또 커피를 주문할까?



별다방뿐이 아니다, 믹스커피를 만드는 회사에서 출시했던 레트로 플라스틱 보온병, 도넛 회사에서 만든 유명 캠핑 브랜드의 플라스틱 수납박스, 여러 브랜드들이 캠핑용, 피크닉용 굿즈, 또는 친환경이라는 가면을 쓴 플라스틱 굿즈들을 만들어 손님 끌기를 하고 있다. 이런 모습을 마냥 그러려니 지켜보기에는 좀 불편한 느낌이 있다.


커피를 17잔 마시면 그냥 주거나, 도넛을 얼마 이상 사면 만원 내외로 구매할 수 있다거나, 하는 ‘공짜’와 늪과, 브랜드 충성도를 테스트하는 듯한 ‘한정판’의 함정에 빠지지 않기란 웬만한 멘탈이 아니면 쉽지 않은 일 일 것이다. 공짜와 한정판은 구매자에게 다시 한번 생각해 볼’ 틈’을 내주지 않는다. 실시간으로 SNS에 올라오는 인증 피드에서는 한정판 사은품을 가진 것에 대해 마치 아주 큰 전장에서 승리를 거둔 것처럼 대단한 영광스러움이 느껴진다. 그걸 보는 이들은 지금 파도에 몸을 맡기지 않으면 자신이 도태될 것 만 같아 평소 먹지도 않는 믹스커피를 사고, 도넛을 사고, 17잔을 주문하고 16잔을 버리고 가기도 한다.




공짜를 대하는 우리의 자세를 잠시 짚어보자.

일단 받고 보는 공짜 물건에 과연 ‘애착’이란 것이 생길 수 있을까?

내가 미니멀 라이프를 한 달 시고 정리를 하면서 가장 고민 없이 처분한 것들은 첫 번째가 어디선가 공짜로 받은 것들이었다. 오픈 기념 에코백, 돌잔치에서 받은 컵이나 접시, 또는 사은품은 아니지만 누군가로부터 선물로 받은 내 취향이 전혀 아닌 식기 등이었다.


 물건을 소유하는 것에는 적당한 에너지가 요구된다. 하다못해 먼지라도 털어줘야 한다. 그렇지만 나의 에너지는 한정적이기에 집안의 모든 물건에 적당한 에너지가 다 잘 골고루 분배가 될 리 없다. 그렇다면 그 에너지는 애착 정도, 사용빈도 등에 따라 차등 적용된다. 공짜로 받은 물건이 과연 애착 정도나 사용 빈도에서 우선순위를 차지할 수 있을까?

 만약 애착을 떼어놓고 사용빈도만 고려한다면 공짜로 받은 어떤 물건이 아주 드물게 우선순위가 높을 수 있겠다. 그렇지만 그 제품의 내구성이 사용빈도를 따라가지 못할 수 있지 않을까? 싼 게 비지떡이란 옛말이 있지 않은가? 물론 모든 굿즈들이 잘 만들어지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보편적으로 어떠할지를 생각해보자는 것이다. 적당한 재료와 제대로 된 공정으로 잘 만들어진 제품으로 보기는 힘들지 않을까?


만약 커피 17잔과 바꾼 캠핑의자가 수리가 필요한 상황이 생겼다면 그 의자는 어디서 수리할 수 있을까? 사은품을 나눠 준 브랜드? 아니면 콜라보레이션이라는 이름으로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빌려 준 브랜드? 이도 저도 아니라면 그 캠핑의자는 몇 번 사용하지도 않았는데 결국 쓰레기가 된다. 아쉬움도 없다. 그저 이렇게 말하겠지.

“사은품에 뭘 바라겠어- 사실 좀 불편하긴 했어”



당신의 집에 있는 스페셜 굿즈를 한번 떠올려보자. 지금도 그 스페셜 굿즈를 대하는 내 마음이 스페셜한 지, 그 굿즈는 당신에게 스페셜한 대우를 받고 있는지 아니면 이미 당신 곁을 떠나고 없는지.

이미 당신 곁을 떠난 스페셜한 그 한정판 쓰레기에 지구가 아플 수도 있다는 생각, 조금만 한다면 마시지도 않을 믹스커피를 사고, 평소 먹지도 않는 도넛을 사고 커피 16잔을 버리는 일이 조금은 줄어들지 않을까



정말로 플라스틱을 조금이라도 줄이는 데 일조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리유즈 컵을 받았다면 깨끗이 잘 세척해서 반드시 다음번, 그 다음번, 계속해서 리유즈 하는 사람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리유즈 컵은 ‘리유즈’ 그러니까 재사용해야 의미가 있으니까. 참고로 텀블러도 1000회를 사용해야 일회용 컵 1000개보다 낫다고 한다. 별다방의 경우 개인 텀블러를 이용하면 할인도 더 해주니 후속 이벤트로 50주년 리유즈 컵을 이용하는 고객들에게 추가적인 할인이나 적립 이벤트 등을 한다면 어떨까? 정말로 지구에 이로운 마케팅을 할 마음이 있다면 말이다.




덧, 리유즈 컵을 그리기 위해 검색하다 알게 된 사실, 이 50주년 리유저블 컵 증정 행사 때 추가 인원 보충 없이 진행이 되어 직원분들이 많이 힘들었던 모양이다. "도망치고 싶었다"는 이 회사 직원들의 트럭 시위 소식을 보게 되었다. 잦아도 너무 잦은 굿즈 행사에 직원들 뿔이 단단히 난 모양이다. 이번 기회에 친환경의 가면을 쓴 굿즈 행사가 좀 줄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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