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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마워숲 Oct 17. 2021

비건도 캠핑 갑니다.

동물성 식품을 줄이다#5



 


코로나19라는 바이러스가 우리에게 가져온 변화는 너무나 많다. 그중에서 전화위복이라고 할 수 있을 만한 변화는 바로 캠핑이다. 지인 중에 한 달에 두 번 정도는 꼭 캠핑을 가는 가족이 있었다. 자연스럽게 캠핑에 관심이 가게 되었고, 얘기 도중 5월의 어느 날 캠핑을 간다길래 바로 근처 글램핑장을 예약해서 무작정 캠핑 맛보기를 해보았다. 글램핑은 사실 음식만 준비해 가면 될 정도로 모든 것이 갖추어져 있어서 캠핑의 'ㅋ’ 자 정도만 체험해 본 거라도 봐도 된다. 그래도 밤새 불멍을 하며, 파도소리를 듣고, 넓은 잔디밭을 아이가 맘껏 뛰어놀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그냥 당일만 놀다 오자 무슨 잠을 밖에서 자.”

라고 말하는 회의적인 남편 덕분에 우리 가족의 첫 캠핑은 또다시 살짝 맛만 본 당일 캠핑이었다. 하지만 두 번째는 달랐다. 조명이 모자라 카레가 잘 익었는지, 한 손으론 핸드폰 플래시를 비추며 한 손으로 국자를 젓느라 정신이 없었지만 그래도 불 앞에 앉아 야외에서 먹는 카레는 꿀맛이었다. 타닥타닥 장작 타들어가는 소리와, 활활 타오르는 불의 온기는 왠지 모를 위로와 휴식감을 주었고, 무심코 올려다본 하늘은 아는 별자리는 다 찾고 싶을 만큼 별이 많았다. 활활 타오르던 장작이 서서히 꺼져갈 때쯤 텐트에 누워 잠을 청했다. 아직은 추운 3월의 밤, 코는 시리고 등은 뜨거워서였는지 , 쉽게 잠이 들지 않았다. 다음 날, 알람이 아닌 햇빛과 새소리에 의해 자연스럽게 몸이 깨어났다. 몸은 여기 저기 찌뿌둥했지만 기분만은 상쾌했다. 부족한 게 많았기에 더욱 추억이 된 두 번째 캠핑 이후, 우리는 한 달에 2~3번은 캠핑을 갈 만큼 캠핑에 푹 빠지게 되었다.






“어머 채식하면 캠핑 가서는 뭐 드세요?"



공방에서 수업을 하다 보면 아무래도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게 되는데 그날도 자연스럽게 채식 이야기가 나왔다. 채식을 하는 데 캠핑을 한다고 하면 종종 듣는 질문이다. 캠핑=바비큐라는 공식이라도 있는 것처럼 당연히 고기를 구워 먹는다고 생각한다. 아무래도 불이 있고, 불만 있어도 가능한 '요리’가 '고기를 굽는 것’이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고기 말고, 채소를 구워 먹는다. 양파도 굽고, 아이가 좋아하는 애호박이랑 감자도 굽는다. 구운 버섯도 정말 맛있다.

구운 채소 말고도 캠핑장에서 먹기 좋은 고기 없는 메뉴는 많다. 아직 캠핑을 시작한 지 1년이 채 되지 않아서 아주 다양하게 해 보진 않았지만 그중에서도 카레, 채소 수프, 떡볶이, 어묵탕을 제일 많이 해봤다. 해물파전도 캠핑장에서 부쳐봤다. 여름에는 메밀면을 삶아 들기름 막국수를 휘리릭 만들기도 했다. 낙지볶음이나 오징어볶음 같은 매운 볶음 메뉴도 좋을 것 같은데 5살 아들이 먹을 것을 따로 만들어야 한다는 점에서 아직 시도하지 못한 메뉴들이다.

아이 입맛도, 어른 입맛도 만족시킬 수 있는 카레는 비건 캠핑 가족에겐 없어서는 안 될 음식이다.

고기 없는 카레가 고기 있는 카레보다 맛있기 위한 두 가지 팁.


첫 번째 팁! 양파를 넉넉하게 오랫동안 볶기!

양파를 캐러멜 라이즈를 하면 단맛과 감칠맛이 나서 수프나 카레 같은 요리에 맛과 풍미를 더해준다.


두 번째 팁! 토마토를 적극 이용하기!

방울토마토도 좋고, 토마토퓨레도 좋다. 지난번 여름 채소 편에서도 잠깐 언급했지만 토마토는 감칠맛을 끌어올려준다.


양파는 채 썰거나, 깍둑썰기 후 다른 채소들과는 따로 담아가고,  감자, 당근, 고구마, 파프리카, 브로콜리, 버섯은 깍둑 썰고, 양배추를 넣는다면 좀 더 잘게 다지듯이 썰어서 준비한다. 양파만 따로 담고 나머지는 그냥 용기 하나에 다 담아가도 된다.

가스버너를 켜 달군 냄비에 오일을 두르고, 중불에 양파를 볶는다. 갈색빛이 돌 때까지 인내심을 가지고 볶는다. 이 과정을 캐러멜 라이즈라고 하는데 태우지 않고 부드럽게 골고루 캐러멜 라이즈 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좀 필요하다. 그래서 이 과정을 미리 집에서 해서 가지고 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잘 볶아진 양파에서 달큼한 향이 퍼져 나온다. 괜히 더 코를 킁킁대게 하는 맛있는 향이다.

이제 감자나 당근 고구마 등의 뿌리채소를 넣고 볶는다. 보통 감자랑 당근만 넣곤 했는데 어린이집 친구네에 놀러 갔다가 카레에 고구마를 넣는 걸 보게 됐다. 돼지고기 알레르기가 있어서 고구마의 단맛으로 고기의 부족함을 대신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 뒤로는 나도 고구마를 카레에 넣고 있는데 아이는 고구마 골라 먹기에 바쁘다.  뿌리채소들이 어느 정도 코팅이 되듯 볶아지면 양배추나 브로콜리, 파프리카를 넣고 볶는다. 이제 채소가 물에 잠길 정도로 물을 작작하게 붓고 가스버너의 조절 레버를 강으로 돌린다. 바글바글 끓이다가 방울토마토나, 토마토 퓨레를 넣는다. 재료들이 다 익으면 불을 끄고 채식 카레가루를 물에 개어 넣어주는데 이때 카레가루가 아닌 소금으로 간을 하면 토마토 채소 수프가 된다.

우리 집 다섯 살 어린이가 좋아하는 채소 수프라서 나는 늘 카레 가루를 넣기 전에 감자와 고구마가 넉넉하게 두 세 국자 덜어 놓는다. 다섯 살 아이도 토마토 채소 수프는 두 그릇은 기본이다. 캠핑 가서 뭐 해 먹을까? 하면 “토마토 수프”라고 말할 정도니까.

토마토 수프를 덜어놓고 채식 카레가루를 물에 풀어 채소가 가득한 냄비에 넣고 골고루 휘휘 잘 섞는다. 뭉친 카레가루가 보이지 않으면 다시 가스불을 켜서 걸쭉해지도록 한 소끔 끓인다. 냄비밥을 한 그릇 퍼 담고 김이 모락모락 나는 카레를 한 국자 덮는다. 추위를 잊게 만드는, 채소의 온기가 고스란히 전해지는 따뜻한 카레의 맛이다. 고기가 없어도 맛있게 두 그릇 씩 먹으면서 “역시 엄마가 끓인 밥이 최고지.”라고 말해주는 아이와 남편을 보면 감사한 마음이 든다.



아침에는 전날 남은 야채들과 김자반을 넣은 비빔밥을 먹는다. 큰 볼에 쓱쓱 비벼 셋이 둘러앉아 새소리 물소리를 반찬 삼아 먹는다. 한 시간 정도 열심히 짐을 싸느라 힘을 써야 하니 아침은 꼭 먹어야 한다. 커피도 필수! 집에서 가져온 로스팅 원두가루를 스테인리스 드리퍼에 담아 끓인 물을 빙글빙글 돌리며 커피를 내린다. 아침 이슬이 내린 숲 속에서 마시는 커피 맛은 정말...!






“역시 집이 최고네”

집에 돌아와 풀어야 할 짐을 모른 체하고 잠시 침대에 벌렁 누워 남편과 동시에 하는 말이다. 돌아올 집이 있어 감사한 마음이 드는 것 역시 캠핑의 좋은 점이다. 그런데 또 며칠이 지나지 않아 캠핑을 가고 싶어질 것이 분명하다. 이번 주는 진짜 그냥 집에서 쉬자고 합의했는데 남편 성화에 결국 또 예약했다.

이번 주는 뭐 먹지?! 날이 쌀쌀하니 고기 없이 칼칼하게 고추장찌개를 끓여야겠다.




고마워숲이 그리고 씁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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