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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 테크니션 Jul 22. 2023

친구

47년 지기 친구가 있다. 10대에 만나 60대까지 거의 반백 년 동안 수많은 추억과 사연을 공유했으니 참으로 소중한 존재이다. 그런데 언제부터 인가 다른 친구 자녀들의 결혼식에서 만날 때마다 그가 매번 똑같은 넥타이를 하고 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후 어느 친구 자녀 결혼식에서 만났을 때 가볍게 지나가는 말투로 말했다.  “자네 이 넥타이를 너무 좋아하는 것 같아. 이제 질릴 때도 되었지? 다음 모임에 내가 넥타이 하나 선물할게” 그리고는 내가 선물 받아 포장지도 개봉하지 않고 가지고 있던 넥타이 중에 가장 최고급 넥타이를 다음 모임에 만나 선물했다. 


그리고 얼마 후 다른 친구가 아들을 결혼시키게 되었다고 청첩장을 돌렸을 때 나는 그가 그 넥타이를 매고 나올 것을 상상하면서 그날이 오기를 기다렸다. 그런데 그는 그날 내가 선물한 넥타이를 매지 않고 예의 원래하던 넥타이를 매고 결혼식에 참석했다. 나는 내가 한 선물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아니면 내 선물이 기분 나빴는지 많은 생각이 들었다.


그 후 내 딸아이의 결혼식 날짜가 정해져서 친구들에게 청첩장을 돌리면서 이번에는 그가 내가 선물한 넥타이를 꼭 매고 올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번에도 그는 또 내가 선물한 넥타이를 매지 않고 원래 그가 가지고 있던 넥타이를 매고 왔다.  이제는 약간 섭섭한 생각마저 들었고 내가 괜한 선물을 했나 하는 생각까지 하게 되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나는 그로부터 청첩장을 받았다. 그 친구의 딸아이 청첩장이었다. 그 모바일 청첩장 밑에는 이런 문구가 따라왔다.  “친구야! 이제야 그동안 아껴두고 아껴두었던 자네가 선물한 넥타이를 할 수 있게 되었네. 고맙네”



친구야, 딸아이 결혼 축하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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