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기울고 어둠이 내리기 시작하면 세상은 온통 검은 그림자로 변한다.
낮이 밤으로 바뀌는 이 시간이 되면 모든 사물은 서서히 짙은 실루엣으로 변해가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점 더 어둡게 짙어져 가는 그 모습이 나는 좋다.
이 시간에는 저 멀리서 다가오는 동물이 나의 손길을 갈구하는 충성스러운 개인지
나를 해치러 달려드는 늑대인지 분간하기 어렵다. 그래서 이 황혼 무렵의 어둑어둑한
시간을 개와 늑대의 시간이라고 한다. 그리고 이를 줄여서 개늑시라 부른다.
세상의 모든 사물의 색을 무채색으로 바꾸는 황혼 무렵의 개늑시가 나는 좋다.
내 인생의 시간도 어느덧 개늑시가 되어서 그런지 더욱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