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이 몇 초 간격으로 고개를 들고 숙이길 반복했다. 거리를 오고 가는 사람들을 반짝이게 비추었다가 구름이 한낮의 어둠을 몰고 왔다. 오전에 갔던 병원에서 갑상선에 혹이 있다는 걸 알고 나서부터 주변 모든 것들이 날카롭게 다가왔다. “양성입니다” 듣고 싶던 말을 들었지만 찝찝한 기분은 여전했다. 정기적으로 추적 관찰을 해야 한다는 의무가 주어졌을 때, 압박감이 내 목을 더 조여 오는 것 같았다.
밝았다 어두워지길 반복하는 날씨 속에서 나는 또 한 번 길을 잃었다. 마음이 계속 휘청거리는 기분이 들었다. 햇살이 너무 찬란해서 눈살을 찌푸렸고, 구름이 어두운 세상을 몰고 와 마음을 물들였다. 느닷없이 부는 거센 바람에는 금방이라도 주저앉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이제 막 임신 준비를 시작하는 찰나에 찾아온 불청객을 있는 그대로 맞이하지 못했다. 퇴근 후, 남편은 오늘 수집했던 정보들로 나를 안정시키려고 했다. 갑상선은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흔한 질환이라는 인식 개선부터 생활 습관까지 세심하게 알려주었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남편도 죽을 때까지 통풍약을 먹어야 하는데, 마치 세상 온갖 슬픔을 내 몫처럼 떠안은 듯했다.
이미 일어난 일은 어쩔 수 없으니, 그럼에도 다행인 것들에 마음을 기울이기로 했다. 생각을 전환하니, 현재를 더 감사하게 살 수 있을 것 같단 확신이 들었다. 물론 조금이라도 증상이 생기면 다시 불안해지긴 하겠지만, 하루하루를 지내며 선물처럼 생각하기로 했다. 이렇게 증상도 없는데 조기 발견할 수 있었던 것에도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그렇게 생각하다 보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밤산책을 나섰다. 즐기지 못했던 오늘을 되찾으려, 하루를 다 살아냈다는 마음으로 천천히 여름을 마셨다. 맴맴 울리는 매미 소리가 옅게 부는 바람이 완연한 여름을 알리는 것만 같았다. 선물처럼 다가올 모든 날을 마음에 새기며, 남편과 손을 잡고 천천히 걸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