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계절을 반찬처럼 올렸다.

by 문수인


봄, 여름, 가을, 그리고 겨울.

계절이 바뀔 때마다 나는 언제나 그 끝자락을 먼저 떠올렸다. 생각해 보면, 나는 계절을 온전히 맞이하지 못한 채 떠나보내기 바빴다. 마치 계약 연애를 하듯, 처음엔 계절을 마음에 들이지 못하다가, 떠날 때가 되어서야 조급하게 매달리곤 했다. 계절의 퇴색된 냄새가 깊숙이 스며들 무렵이면, 계절은 이미 떠날 채비를 마친 뒤였다. 더 이상 나를 품지 않았다.


지나간 계절에 기웃거리면서, 현재의 계절은 한 번도 제대로 맞이하지 못했다. 그래서일까, 나의 세계는 늘 시간보다 느리게 흘러갔다. 현재를 살지 못하는 건 내 의지였음에도, 스스로 남겨졌다고 여겼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정신이 번쩍 들었다. 더 이상 과거를 붙잡거나 다가오지 않은 이별을 미리 걱정하기보다, 지금을 살아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올해는 계절을 더 가까이 두기 위해, 제철 음식을 찾아 먹고 자연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다양한 것들에 관심을 기울이니 다채로운 세상이 열렸다. 마음도 덩달아 풍요로워졌다.


요즘 여느 때보다 제철음식을 잘 챙겨 먹고 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엄마가 떠올랐다. 돌이켜 보면, 엄마는 언제나 제철음식을 식탁에 올려놓으셨다. 밥상 위 반찬으로, 식후에는 계절 과일로. 결혼하고 나서 엄마에게 자주 과일을 보내드렸던 이유를 이제야 조금은 알 것 같다. 나는 엄마를 챙기면서, 계절을 사랑하는 법을 배워가고 있었다.


빙글빙글 돌아가는 선풍기 소리가 위로가 된 해는 이번이 처음이다. 퇴근 후 샤워하고 거실에 나와 시원한 바람을 맞고 있자면, 오늘 하루 쌓였던 시름이 조금씩 녹아내린다. 그렇게 마음이 가벼워진 채, 침대에 누워 잠을 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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