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인사를 배웅하며

by 문수인



퇴근길 무렵, 발길이 떨어지지 않은 태양의 인사를 보고 있는 것만 같았다. 일출 시간, 모두의 환대와 주목을 받으며 등장했기 때문일까? 일몰 시간, 태양의 발걸음이 유독 더디게 느껴졌다. 나는 서서히 물러나는 태양의 인사를 끝까지 배웅하듯 바라보았다. 어쩌면 태양은 아침을 여는 일보다 낮을 닫으며 하늘을 붉게 물들이는 일을 더 좋아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남편과 도로 옆 도보를 걷다가 세상이 숨을 죽인 듯한 고요함을 느꼈다. 소리도 바람도, 잠시 멈춘 것 같은 풍경이었다. 분명 조금 전까지 차들이 우리를 비추고 지나갔지만, 어느새 도로는 텅 비어 있었다. 나는 조금 들뜬 목소리로 남편에게 말했다. "갑자기 시간이 멈춘 것만 같아." 남편이 이유를 묻자 "도로에 지나가는 차 하나 없고, 우리만 덩그러니 남았으니까" 내가 그렇게 말하자, 남편은 두리번거리며 도로를 살폈다. 이내 많은 차들이 언제 그랬냐는 듯, 무서운 속도로 우리를 오가며 지나쳐갔다.


도로가 잠시 텅 비었던 것은 앞에 있는 신호 때문이었다. 분주하게 움직이는 세상에 시간이 정지된 것만 같았던 그 짧은 순간이 고요함과 경이로움의 마음을 선물해 주었다. 마음이 서서히 붉게 물들고 있는 것을 느꼈다. 시간의 틈 사이에서 본 노을이 오늘의 시름을 다 안고 떠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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