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실제 스타트업 창업현장에서는 중장년 창업자들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많은 초기 투자자들은 투자를 결정할 때 가장 먼저 보는 것이 바로 ‘사람(팀)’이라고 입을 모은다. 흔히 투자를 결정할 때 혁신적인 아이템이나 기술력 등을 최우선으로 볼 거라고 생각하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은 것이다. 내가 만나 본 투자자들
역시, 스타트업의 대표나 팀원, 이들의 역량과 경험에 주목하는 경향이 강하다. 더구나 사회 분위기도 많이 변하였다.
‘나이 든 사람은 고루하다’ ‘나이 든 사람은 꼰대다’ ‘나이 든 사람은 행동이 느리다’ ‘나이 든 사람은 인사이트가 없다’ ‘나이 든 사람은 그냥 경험만 있다. 그래서 아는 체만 하고 실행력이 없다’ ‘나이 든 사람은 나이만 많이 먹은 사람이다’라고 치부했던 분위기가, 이제는 많이 달라졌음을 느낀다. 나라의 성장기에 한 축이 되었던 50대들은, 인생을 살아오면서 과거와는 다른 세상을 역동적으로 경험한 세대이다. 유선 전화에서 무선 전화, 모바일폰, 스마트폰까지 실로 다양한 세상을 경험하고 그 시기 시기마다 혁신적인 기술을 만나고 터득한 세대이다. 실로 어느 세대도 경험하지 못했던 다양한 산업에 종사하면서 지금까지 국가 경제성장의 중심축을 묵묵히 담당해 왔다.
나는 요즘 염색하지 않은 흰머리를 날리면서 인생의 후배인 투자심사역들 앞에서 IR을 할 때, 부끄러움보다 더 당당해짐을 느낀다. 그리고 그들의 냉정한 평가를 통해 다시 내 생각을 조정하고 배우게 된다. 투자사들도 이전과는 다르게 다가온다는 것을 피부로 느낀다. 사실 많은 스타트업들이 창업 2년 만에 Death valley(죽음의 절벽)에 맞이하게 되는 이유는, 기술과 사업 모델이 우수하긴 하지만 경험이 부재한 도발적인 도전과 경영의 미숙함이 원인이 되는 경우가 자주 있다. 하지만 나의 경우, 중견기업과 상장 기업의 임원을 지내면서 수많은 사례와 위기 국면을 당하고 극복해 온 현장 경험들이 큰 무기가 되어 안정적인 스타트업으로 성장시키는 데 도움이 되었다. 여러분들의 경험이 돈이 된다.
필자의 회사 비주얼캠프가 IT 동아/네이버 비즈니스가 운영하는 ‘2019년 스케일업 코리아’ 업체로 선발되면서 네이버 비즈니스판에 회사를 소개하는 분석기사에는 이렇게 평가되어 있다. “젊은 20대 개발자들과 경험이 있는 코파운드와의 연륜과 패기의 조화로움이 돋보인다”라고. 경험은 살아온 인생이 만들어 주는 보석이다. 이제 투자자들도 젊음의 스마트함과 패기에만 투자를 하지 않는 것 같다. 언제 어떻게 불현듯 다가올지 모르는 위기 국면을 타개해 나갈 소방수와 같은 경험치가 오롯이 몸에 배어 있는 연식이 있는 창업자들도 제법 신뢰한다는 것을 느낀다. 이제는 더 이상 나이가 발목을 잡지 않는 창업 생태계가 만들어지고 있다. 나이 든 사람은 더 많은 것을 보고 더 멀리 가는 눈을 가지고 있다. 경험은 돈주고도 살 수가 없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