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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림형제 May 29. 2023

서울에 살어리랏다

스코어카드 방식으로 알아본 서울 토박이 판별법


서울 하늘의 미그기


어릴 적 살던 집에는 마당이 있었다. 할머니는 넓은 마당에 각종 채소와 꽃을 심어 가꾸시곤 했다.

당시 국민학교에서 돌아오면 가방을 던져 놓고 동생과 마당에서 흙장난을 하며 놀았다.

어느 날 늘 저녁이 되면 애국가를 들려주던 그 스피커에서 사이렌 소리가 울려 퍼졌다. TV 뉴스 속보에서는 휴가 중인 군인들은 즉시 부대로 복귀하라는 비상시 행동요령을 내보내고 있었다. 아버지는 부랴부랴 군복을 챙겨 입고 대문을 나서셨다. 아버지를 배웅하시던 어머니는 아버지가 대문을 닫고 나가신 후에도 한참을 서 계셨다.

북한의 미그기가 서울 상공을 날아들었던 그날, 전쟁이 일어난 것이라고 생각하셨던 어머니는 남편을 국가에 양보할 수밖에 없었다. 남은 아이들과 나이 든 시어머니를 어떻게 챙겨야 할지, 서울 집을 떠나 피난이라도 가야 할지를 한 동안 고민하셨던 것이다.


필자는 서울에 살고 있다. 직장도 집도 서울이다. 학교도 다 서울에서 다녔다.

아마 40년 전 피난을 갔다면, 지금쯤 난 서울에 살고 있지 않을 수도 있겠다.




바야흐로 서울은 천만 인구를 보유한 거대 글로벌 도시로 발돋움했다.

매일 많은 사람들이 거주지로써 일터로써 발을 딛는다.

언제부터 서울은 이렇게 많은 사람으로 북적이게 되었는가. 과연 서울에 살고 있는 이 많은 사람들에게 서울은 어떤 의미인가. 고향을 떠나와 서울에서 직장을 찾아 정착하고 사는 사람들이 서울 인구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현실 속에서, ‘진정한 진정한 서울 사람’을 정의해 보았다.



■ 설정 Set-ups


1. 평소 유머 감각이 부족하다거나 감성이 메말랐다는 평가를 주변에서 한 번 이상 들어보았다, 혹은 자신이 스스로 생각해도 비판적인 면이 강하다면 이 문서를 읽는 것은 권장하지 않는다.

2. ‘찐서울 사람’을 정의함으로써 타 지역 사람들과 구별되는 점을 찾아보려는 것이지, 타 지역 출신 사람들을 폄하할 의도가 전혀 없음을 알아주기 바란다.

3. 어디까지의 조상을 인정할 것인가에 있어서 보편적으로 확인이 가능한 범위 내에서만 인정하기 위해 3대까지만 보는 것으로 하였다.

4. 2023년 현재의 행정구역을 기준으로 한다. 과거 행정구역상으로는 서울이 아니었으나 서울의 지리적 확장에 의해 서울로 포함되어 현재에 이르는 경우는 각 판단항목별 기준에 따른다.



유튜브나 블로그를 보다 보면, 작성자가 임의로 선정해 놓은 순위 콘텐츠들을 자주 접하게 된다. 그 순위를 산정한 데에 어떠한 객관적 근거나 통계 수치 같은 건 없지만 보는 이들은 그저 재미로 웃어넘긴다.

이 글 또한 아무런 객관성이 없으니 부디 웃어넘기길 바란다.





거주지


당연히, 서울 사람인지의 여부를 따질 때 서울에 살고 있는지부터가 확인되어야 할 것이다. 서울에 살지도 않는 사람을 서울 사람으로 보려면 많은 다른 요소들이 판단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부동산의 소유 여부는 따지지 않기로 한다. 고향을 판별할 때 경제력을 기준으로 나누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 국내에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는 외국인을 우리 국민으로 보거나 투표권을 주지 않는 이유이다.


현재 실거주지

현재 거주하고 있는 곳이 서울인지를 판별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택배나 배달음식을 시킬 때 사용하는 주소를 기준으로 한다고 치면 된다. 실제로 기거하면서 잠을 자는 곳을 의미하므로 별 논란은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등록 상 거주지

이른바, 위장전입의 사례를 걸러내기 위해 필요한 판별 항목이다. 실제 거주는 서울에서 하고 있더라도 주민등록상 전입을 다른 지역으로 해둔 상태라면 여기서 일부 감점을 감수해야 한다. 요새는 청약이나 학군의 배정 등의 이유로 이렇게 실거주지와 주민등록 거주지가 사람들이 많이 있는 것으로 안다.   


생애 거주지

주민등록 초본을 통해서 확인도 가능하다. 과거부터 현재까지 어느 주소지에 전입했었는지의 이력이 전부 표시되는데, 이것을 참고할 수도 있다. 확인은 그렇다 하더라도, 생애 거주지를 판별하는 기준이 있어야 한다. 그렇기에 자신의 지금까지의 일생 중 서울에 거주한 기간이 70%를 넘었는지를 판단하면 된다. 쉽게 말해 지방에 잠시 거주했던 기간의 합이 자신의 현재 나이에 0.3을 곱하여 나온 숫자를 넘지 않으면 된다는 뜻이다.  

  ROUND(현재 나이 X 0.3,0) > SUM(서울 외 지역에서 거주한 기간) 

위 공식에서 표현되었듯, 현재 나이에 0.3을 곱할 때 발생하는 소수점은 첫째 자리에서 반올림한 것으로 한다.

필자의 경우를 예로 들자면, 어린 시절 부친의 직업 때문에 이사와 전학을 자주 했던 적이 있다. 스페인에서 2년, 초등학교 시절 4년을 지방 여러 곳에 수 차례 전학을 갔던 적이 있다.   

   ROUND(47세 X 0.3,0)= 14년

   SUM(스페인 2년, 초등학교 4년 전학) = 6년 

      ∴ 14년 > 6년

위와 같이 판별한다. 아주 디테일하게 판별하고 싶다는 생각에 개월 수까지 다 합산할 것인지는 각자 본인의 선택의 몫이다. 다만, 주민등록을 이전하거나 이른바 누가 보아도 '이사'를 가는 행위를 거치지 않고 임시로 잠시 거주하는 경우는 제외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 같다. 예컨대 '한 달 살기', '일 년 살기' 등의 체험형 거주기간을 제외하는 것이 좋겠다는 것이다.


※ 거주지 점수 산정 ※

보시는 바와 같이, 서울에 살고 있으면 일단 100점을 얻고 시작한다. 하지만, 현재 실거주지가 서울이 아니더라도 다른 요소들에 의해 판정을 받을 수 있는 소지가 있으므로 약간의 점수는 부여하는 것으로 한다. 주민등록지를 지방으로 옮겨 놓은 사람은 엄밀히 말하면 주민등록법 위반이다. 게다가, 모름지기 서울 사람이라면 서울에 지방세를 납부하여야 하지만 괘씸하게도 그렇지 않은 경우 주민등록지의 지자체에 주민세 등 세금을 내게 된다. 본적지는 윗세대부터의 지역 연고를 한 번 더 판단할 수 있는 요소로써 단편적으로 본인에 한정하여 판별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적용하였다. 한편, 서울에서 태어나고 자랐는데, 주거의 문제 때문에 서울 인근의 수도권에 거주하면서 수시로 서울을 오가며 생활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생애의 30%가 넘는 기간을 타 지역에서 거주하였다고 하더라도 다른 요소들이 서울 사람임을 말해줄 수 있다면 그렇게 판단할 수 있어야 하기에 적당한 수준인 70%를 기준으로 삼았다. 남성의 경우 군 복무기간은 제외해도 좋다.


계속 이어가 보자. 갈 길이 멀다.




출생지


우리가 흔히 어디 어디 출신이라고 이야기를 하는 것은 약 89.4%가 어디에서 태어났는가를 내포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옳다. (저 수치는 객관적 통계와는 하등의 관련이 없는 필자의 상상력에서 나온 수치이므로 웃고 넘기시길) 따라서, 찐 서울 사람을 판별하기 위해서 가장 필수불가결하게 따져보아야 하는 요소가 바로 서울에서 태어났는가의 여부이다. '찐서울사람' 판정표의 가장 많은 배점을 차지하는 영역이다.


출생신고지

태어난 곳이 어디인가를 확인할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편리한 방법을 택하게 되는데, 바로 부모님에게 물어보는 것이다. 하지만 부모님에게 물어보는 것은 다소 증명이 불가능한 상황을 초래하기도 한다. 예컨대, 한국인들에게 항상 논란이 되는 호적상 나이와 실제 나이가 다른 상황을 떠올려보면 쉽게 납득할 수 있다. '우리 엄마가 그랬어'라는 말로 우기기에는 우리 시대는 이미 국민들의 정보력이 많이 높아진 상태이지 않은가. 그렇기 때문에 출생신고지의 확인은 기본증명서를 확인해 보면 명확하게 나온다. 혹시나 기본증명서상 출생장소가 출생신고 당시는 행정구역상 서울이 아니었으나, 현재는 서울로 편입된 상태이면 어쩌나 하는 고민은 할 필요가 없다. 왜냐하면, 기본증명서에 출생장소로 표시되는 주소는 현재의 행정구역을 기준으로 나오기 때문이다.

출생지가 서울이어야 '찐서울사람'의 다음 관문을 두드려볼 수 있다. 여기부터 해당이 없다면 '찐서울사람'이 아니므로 나머지는 그냥 재미로 읽으면 된다.


부모님의 출생지

기왕에 기본증명서를 들먹이기 시작했다면 부모님의 고향이 어디인가를 따져보지 않을 수 없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마찬가지로 출생지 확인은 기본증명서와 관할 등록지 행정기관을 통해 확인이 가능하다. 부모님 양친이 모두 서울 출생인 경우 감점이 없이 모두 득점이 인정된다.


조부모님의 출생지

자, 서두에 조상 이야기는 3대까지만 하는 것으로 정했으므로 조부모님 출생지까지만 따져보도록 하자. 알다시피, 조상을 무한정 따지기 시작하면 우리 집안은 조선시대부터 한양에서 큰 기와집에 살았었다는 둥 또 증명 안 되는 이야기들로 승부를 내려들 것이기 때문이다. 단, 조부모님의 출생지는 부모님 출생지에 비해 적은 배점을 두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라 생각했다. 우리나라 근대 역사를 돌이켜보면 6·25 전쟁 때 많은 피난 행렬 속에서 출생지라는 것을 명확히 구분하기조차 힘들었던 시절이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 출생지 점수 산정 ※

본격적으로 점수를 매겨볼 시간이다. 총점을 100점으로 설정하고 각 해당하는 요건에 따른 감점을 산출하여 100점에서 빼면 된다. 예를 들어, 본인이 서울에서 출생하였지만 부모님은 한 분만 서울 출생이시고, 조부모님은 모두 지방 출생이신 경우라면 총감점은 -35점이 된다. 이런 식으로 앞으로 남은 다른 판정 영역에서도 해당하는 감점 점수를 계속 합산해 나가면 된다. 참 쉽다.




출신 학교


유년~청소년기를 어디서 보냈느냐는 정체성을 형성하는데 많은 영향을 미친다. 특히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면서 학연이라고 하는 것은 많은 면에서 사람 간에 유대를 형성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필자는 실제로 초등학교 시절 경남 김해의 한 초등학교로 전학을 가서 1년간 생활한 적이 있다. 지나서 생각해 보니 서울에서의 학교와 김해의 학교는 분위기상 다른 점이 많이 있었다.

결국, 지방 출신 사람들이 서울 사람을 향해 '뺀질거린다', '약삭빠르고 얄밉다'는 등의 평가를 내리는 것을 보면, 각 지역마다의 특성이 존재하고 그것은 오랜 기간에 걸쳐 형성된 문화와 사고방식으로 대를 이어 체득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졸업

당연히 입학과 졸업을 동시에 따지는 것이 더 정확한 판별이라 하겠으나 어느 학교를 다녔느냐를 논할 때 당연히 확인 가능한 자료로 쓰는 것이 바로 졸업증명서이다. 졸업 전이라면 재학증명서를 사용하기도 하지만 사회 전반적으로 출신을 논함에 있어서는 졸업을 기준으로 삼는 것이 대세라고 보아도 무방하다. 한 가지 사례로, 필자와 같이 초등학교 입학은 서울에서 했지만 중간에 여러 지역으로 전학을 다닌 후에 최종적으로 서울로 다시 돌아와 졸업을 하였다면, 서울에서 졸업한 것으로 보는 것으로 하겠다.


유치원 제외

유치원을 가지고 유대를 형성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따지자면 한도 끝도 없는 이 주제를 선택한 것은 필자 자신이지만 솔직히 서울에서 유치원 나왔다는 것까지 감안해주어야 할까 싶다. 주변에서 유치원 동창회를 갖는 경우를 본 건 같은 동네에서 유치원 보내면서 친해진 엄마들이 판을 벌리는 경우가 아니라면 없는 것 같다.


초중고 포함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의 졸업은 좀 따져보아야 맞는 것 같다. 이때부터는 어디 졸업이라는 것이 말 그대로 꼬리표로 붙어 다닌다. 중학교 입학 후 첫 반 배정을 받으면 같은 초등학교 출신 애들이 누구인가를 두고 아이와 부모 간에 대화가 오가는 것만 보더라도 알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어느 초등학교 출신부터는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볼 수 있다.


대학 제외

앞서 부동산의 소유 여부로 서울 사람의 여부를 따지는 기준으로 보지 않았던 것과 마찬가지의 논리가 적용된다. 서울 사람인지를 판별하는 것이지, 우수한 학업 수행능력을 가졌는지를 판별하는 것은 아니기에, 서연고 서성한 중경외시 건동홍숙 국숭세단 광명상가는 집어치우기로 한다.


※ 학연 점수 산정 ※

솔직히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별로 점수의 차등을 두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판단이 서질 않았다. 출생은 서울이나 타 지역이나 외국에서 학교를 다니다가 다시 서울로 돌아와 학교를 졸업하는 경우도 워낙 많이 있고, 더러는 중학교까지는 서울에서 다니다가 타 지역이나 외국으로 전학, 유학을 가는 경우가 많이 있기 때문이다. 각 사례별로 가중치를 더 적용해야 한다거나 덜 적용해야 할 근거를 찾기는 어려웠기 때문에 동일한 배점으로 하였다.




영혼

고향 얘기를 하면서 무슨 영혼까지 따지느냐 생각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당연히 따져야 한다.

지역색은 각 지역만의 특유한 성질이나 기질을 말하는데, 그것을 단지 위에서 논한 출생이나 거주 등으로만 논하는 것은 판별 기준의 완성도를 떨어뜨리는 일이다.

흔히들 말하는 '경상도 사람은 보수적이다', '전라도 사람은 살갑다', '충청도 사람은 느리다' 등의 지역색 또한 출생이나 거주 외에 특유의 인상을 주는 제3의 판별 요소가 작용하기 때문으로 본다.


사투리

만약 위에서 설명한 요소들에서 거의 감점이 없었지만, 찐한 사투리를 쓰는 사람이 있다면, 어느 누구도 쉽게 그 사람을 더러 서울 사람이라고 말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사투리는 대부분 부모님과 가족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간혹 서울 사람이 사투리를 쓰는 경우라면 그 부모님도 사투리를 사용하는지 확인해 보면 그것이 일시적인 것인지 아니면 가족 문화에 기인한 것인지를 알 수 있다.


팬덤

이것은 필요충분조건이라고 말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하지만 일부필요조건 정도는 될 수 있다. 즉, 'LG트윈스'의 팬은 서울 사람이다'라는 명제가 참일 확률은 매우 높다. 100%가 아닌데도 이 변수를 사용하는 이유는 바로 프로 스포츠에 투영된 지역 연고 유대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물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팬이라고 하더라도 영국인으로 판별하는 것은 우스운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여러 변수들과 함께 섞어서 종합적으로 판단을 내리는 데에 보조적으로 활용하여야 하는 것이다.


LG트윈스

KBO에서 서울에 연고를 두고 있는 팀은 LG, 두산, 키움 세 팀이나 된다. 이 중에서 오리지널 서울팀을 꼽으라면 단연 LG트윈스를 뽑을 수밖에 없다. 다른 두 팀도 많은 수의 서울 사람들이 응원하는 팀이지만, 프로야구 출범부터 서울팀으로 자리를 잡아온 것은 무시할 수 없는 서울의 피가 흐르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참고로 밝혀두는 바이지만, 필자는 LG트윈스의 팬이 아니다.


FC서울

한국의 2대 프로 스포츠의 하나로 꼽히는 K-리그 1부 리그의 FC서울은 단연 서울 사람들의 많은 사랑을 받는 팀이다. K-리그 팬들의 팬심은 깊고 강하기로 정평이 나있다. 스스로 서울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하면서 FC서울의 팬으로 활동하는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있을지 의문이다.


※ 영혼 점수 산정 ※

사투리를 쓰는 경우는 치명적이기 때문에 높은 배점이 적용되었지만, 솔직히 프로 스포츠의 경우 특정팀의 팬이 아니라는 이유로 감점을 적용하는 것은 많은 논란이 예상되었기에 득점 체제로 하는 것으로 하였다. 다른 프로 스포츠(배구, 농구)의 경우는 평균 관중 수에서 앞서 언급한 두 종목에 비해 차이가 많이 나기 때문에 제외하였다. 고향 서울을 판별하는데 영혼이라는 영역을 제목으로 붙여놓고 이야기할 만한 이유는 결국 프로 스포츠의 팬덤이 갖고 있었다고 하겠다. 스스로 '나 사울 사람'이라며 손을 번쩍 들어 올리는 것처럼 자신의 지역 정체성을 드러내는 것이나 다름없는 것이기에 판단 영역에 포함한 것이다.





종합 판정


지금까지의 언급하였던 평가 요소들을 모두 합쳐서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 볼 차례다.

아래와 같이 각 영역별 판정 항목별로 자신이 해당하는지의 여부를 O, X로 체크란에 입력해 보기 바란다.

자신이 해당하는 항목에 O로 표시하고 배점된 숫자를 더하거나 빼면 되는 단순한 작업이기 때문에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총득점의 의미

자신의 점수가 다 산출이 되었다면, 다음 중 어디에 해당하는지 보면 된다.


75점 이상

진정한 의미의 '서울의 터줏대감'이다. 3대 이상 대를 거슬러 올라가 살펴보아도 서울 연고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심지어 이 분들의 조상님들이 남긴 유물이 서울 어딘가에 묻혀 있을 수도 있다. 아마도 삼국시대 때 백제의 초기 수도로 한성이라 불려질 때부터 이분들의 조상들이 살아오셨을 것이다. 매우 희귀한 서울 사람이다.


50점 이상 ~ 75점 미만

'서울 토박이'라는 표현은 이 구간에 해당하는 사람들을 일컫는다고 보는 것이 맞다. 적어도 대를 이어 서울에서 계속해서 살아오신 것은 물론이나, 조부모 세대에서 고향을 떠나 서울로 이주해서 정착했을 가능성도 적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타지에서 서울로 이주한 사람들에 대해 대체적으로 관대한 편이다.


25점 이상 ~ 50점 미만

이른바 '서울의 원주민'에 해당하는 분들이다. 원래부터 서울에 살아왔다고 해도 틀리지 않은 사람들로서, 조부모님들이나 부모님들은 어떨지 몰라도 적어도 본인만큼은 서울에서 나고 자란 사람이다. 성장 과정에서의 추억들은 모두 서울에서 만들어졌기 때문에 서울이 이분들의 고향인 셈이다. 명절 때 사람들이 고향으로 떠나고 난 텅 빈 서울을 지키는 사람들이다.


1점 이상 ~ 25점 미만

서울에서 태어났을 수도 있고, 서울에서 현재 살고 있을 수도 있으나 잦은 이주나 주소 이전 등으로 서울 사람 아이덴티티(identity)가 많이 흐릿해진 사람들이다. '서울에 연고가 있는 사람'이라고 칭해도 될 것 같다. 서울 근교의 분당, 일산 등지의 신도시가 생기며 이주한 서울 사람들이 여기에 많이 해당된다.  


0점 이하

누가 보아도 서울 사람이 아닌 사람이다. 단 한 치의 논란의 여지도 없다.





서울사람 판별의 의의


굳이 이유가 있어야 한다는 것은 강박이라고 생각한다. 재미있으면 그만이고, 재미없다면 또 그것으로 그만일 뿐이다.


만약, 어느 서울 사람이 지방의 한 시골 마을에 농사를 짓고 살겠다고 내려갔다면, 그 지역 원주민들로부터 갖은 텃새와 따돌림당할 것을 각오해야 한다. 하지만, 전국 어느 곳에서 태어나고 자랐던 사람이더라도 서울로 와서 살겠다고 한다면 서울 원주민들은 텃새나 따돌림 같은 것 일절 하지 않는다.

서울 사람들은 관대하게도 그저 무관심할 뿐이다.


만약 자신의 거주지나 고향이 서울이 아니라면, 본 편별표에 ‘서울’ 대신 원하는 지역명을 넣고 재미 삼아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어차피 이것도 재미로 하는 것이니 말이다.


필자도 자신이 만든 찐 서울사람 판정표에 따라 점수를 산출해 보았다.



시비 걸기 좋아하는 사람들은 이런 것으로 지역감정을 조장한다고 말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서울 사람들이야말로 어느 지역 사람들보다도 지역감정이 없는 사람들이다.


경상도 사람은 어떻다. 충청도 사람은 어떻다. 전라도 사람은 어떻다.

이런 지역 연고에서 오는 특징들을 찾아서 요모조모 비교하며 이야기하는 것은 재미있는 일이다.

언제인가 TV에 코미디언 최양락이 나와서 충청도식 개그를 하는데 정말로 너무 웃겨서 숨을 쉴 수 없을 정도였다.

한편으로 생각해 보면, 서울 사람들은 전국 각지의 사람들이 몰려와 북적거리게 된 것 때문에 삶이 불편해졌을 법도 하다. 하지만, 그 어디에서도 불평하는 서울 사람을 본 일이 없다.




40년 전, 서울 하늘을 가로질러 남으로 귀순했던 당시 이웅평 소령은 이후 대한민국 공군의 일원이 되어 살아갔으며 우리 아버지의 현역 시절에 같이 한 솥 밥을 먹으며 근무하기도 했었다고 한다.

내 기억에, 적국 북한의 조종사마저 품어주었던 그날 서울의 하늘은 맑았다.


서울의 하늘은 오늘도 모두를 품어줄 만큼 아름답다.


서울의 그대들에게 보내는 오늘의 노래



참고자료

- 위키백과 : "서울특별시의 역사"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 "서울"

- 서울특별시 서울기록원 : "[전시 기록 이야기 #17] 서울시 행정구역 변화와 구의 순위"

- 나무위키 : "서울토박이","서울부심"

- 뉴스토프 : "[팩트체크] 서울 95%는 토박이 아니다?"

- 아주경제 : "[이승재 칼럼-지금·여기·당신] 서울 토박이와 깍쟁이…다른 4·7 재보선"

- 서울경제 : "3대째 '서울토박이' 6%밖에 안돼"

- 서울PN : "3대째 서울토박이’ 4.9%"

- 조선프리미엄 : "김동섭 전문기자의 복지오딧세이 호남출신이 서울의 1위"

- 서울시정개발연구원 : "서울시민이 생각하는 서울 정체성" 변미리, 강영옥

- 프로스포츠 정보광장 : 통계/현황 > 관중 통계 > 전체 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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