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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삶은치열 Oct 28. 2020

쌍욕을 먹으며 일해도 보람있다는 아웃리치 활동가

다섯 분의 여성 홈리스 인터뷰를 마치고 나니 거리에 계신 분들을 매일 만나는 사람이 생각났다. 또 한 분은 거리생활을 하다가 시설에 오는 분들을 위해 일 하는 사람이다. 거리에 계신 분을 매일 만나는 분은 서울역희망지원센터에서 야간 아웃리치 활동을 하는 분이다. 시설에 오는 분들을 만나고 계신 분은 여성홈리스의 자립을 돕는  ‘열린여성센터’의 서정화 센터장이다. 이분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보이지 않는 여성홈리스를 위해 어떤 지원과 관심이 필요한지를 더 구체적으로 알 수 있을 것 같아서다. 더불어 그분들이야말로 보이지 않는 여성 홈리스를 발견하고 보호하고 자립하는데 가장 필요한 분들이기에 꼭 인터뷰를 하고 싶었다. 현장은 말할 수 없이 긴박하게 돌아간다. 하루도 쉬지 않고 사건이 터진다. 때로는 도망가고 싶기도 하다. 그럼에도 묵묵히 그 곳을 지키고 있는 사람들, 일일이 인터뷰 하지 않았지만 그분들의 관심과 헌신이 있기에 현장은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지면을 통해서나마 고마움을 전한다.          

                                                                                      

쌍욕을 먹으며 일해도 보람을 찾는 아웃리치 활동가 김민정     

 

"사흘 전이었어요. 희망지원센터에 오니 노숙인 위기대응콜로 전화(1600-9582)가 왔대요. 양화대교에서 한 여성분이 위태롭게 걷는 걸 본 시민이 도움을 요청한 거예요. 직접 가서 만나보니 거리에서 노숙하는 분은 아니었어요. 고시원에 자기 방이 있는데 몇 달째 월세를 못 내서 밤에만 도둑잠을 자고 나오는 분이었어요. 파출부 일을 하다가 최근에 다리가 아파서 일을 못 나가셨대요. 잘 먹지도 못하고 거의 쓰러지기 일보 직전이었나 봐요. 곧바로 병원으로 모시고 갔어요. 시민이 위기대응콜로 연락을 안 했으면 어쩔 뻔했어요. 정말 다행이었죠."  

   

서울역 노숙인다시서기센터에서 인터뷰하고 있는 김민정 선생님.

2019년 10월, 서울역 희망지원센터에서 김민정(가명, 52) 상담원을 만났다. 김민정 활동가는 앉자마자 불과 사흘 전에도 아찔한 순간이 있었다면서 당시의 긴박했던 상황을 말했다. 김민정 활동가는 2009년 여성홈리스 응급쉼터 '마더하우스'에서 상주 간사로 일했다. 1년 반 동안 일했는데 재정난으로 문을 닫자 활동을 지속할 수 없었다. 2014년에 서울역 희망지원센터에서 야간 아웃리치 상담원을 모집한다는 소식을 듣고 지원했다. 상담은 일주일에 세 번, 저녁 7시 반 부터 밤 11시 반까지 서울역 주변을 돌면서 진행한다. 물론 혼자 하는 것은 아니다. 2인 1조로 움직인다. 위기 노숙인을 발견하면 희망지원센터 상근 직원에게 연락해 휠체어로 이동시키고, 임시주거지원이나 기초생활수급을 받고자 하는 분들에게 서비스받기까지의 과정을 알려준다.    

  

혹서기와 혹한기는 노숙하는 분들에게 최악의 날씨다. 야간 아웃리치 상담원들은 이 기간에 더욱 긴장하며 일한다. 더위를 먹어서 쓰러진 분이나 추위 때문에 동사의 위험에 처한 분을 발견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김민정 상담원은 2014년부터 간호조무사로 일하고 있다. 퇴근 후에 하는 아웃리치 활동은 벌써 5년째다. 김민정 상담원은 여성 홈리스에게 없어서는 안 될 존재다.     


아픈 사람에게 을 내어주다     


"응급쉼터에서 일할 때 주로 여성 홈리스를 만났어요. 그때 만났던 분 중 아직도 연락하는 분들이 있어요. 한 분은 지금 저랑 같이 살고 있어요. 그 분은 보라매병원 응급실에서 치료하고 응급의학과 과장님의 소개로 제가 일했던 마더하우스에 왔어요. 거기서 저를 만났죠. 웬만큼 회복될 때까지 저와 같이 살았어요. 저하고 같은 일을 하고 싶다고 해서 자연스럽게 지금까지 살고 있어요. 지금은 한 비영리민간단체에서 간사로 일하고 있어요. 그 친구를 만난 게 2009년이니까 지금 딱 10년 됐네요. 저랑 언니 동생 하면서 지내요." 

    

아픈 사람의 치료를 돕고 곁을 내어주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김민정 선생님과 함께 아웃리치 활동을 할 때도 듣지 못했던 이야기다. 가슴이 뭉클했다. 지금은 김민정 선생님의 가족들도 그 친구를 막내딸처럼 대한다고 한다.      


"아웃리치 활동하면서 만나는 여성 홈리스들은 딱 보면 알 수 있어요. 더구나 서울역 근방이나 신용산역에는 지나가는 시민들이 다시 한번 돌아볼 정도로 정신질환이 심한 분들이 많아요. 상담원은 이분들에게 말을 걸고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물어봐요. 하지만 그 분들은 쉽게 말문을 열지 않아요. 저는 먼저 '안녕하세요? 어디 불편한 데는 없으세요?' 하면서 인사를 하고 얼굴을 익혀요. 어느 정도 신뢰가 쌓여야 말문을 여니까 그 때까지 기다려요. 가끔은 '내가 말이야 옛날에 어떻게 살았고, 뭘 해서 이렇게 됐고...' 하면서 이야기를 꺼내는 분들이 있어요. 지극히 외로움을 타는 분이시거나 의사소통이 가능하신 분들이죠. 그런 분들을 제외하고는 거의 말문을 열지 않아요. 이 일은 장기적으로 봐야 해요. 안 그러면 무척 회의적으로 느낄 수 있어요. 왜냐하면 내가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거든요."     


필자는 2017년부터 2018년까지 1년간 아웃리치 상담원으로 일했다. 종국에는  김민정 상담원이 말한 '회의감'을 견디지 못해 만두었다. 생각해보니 회의감의 원천은 나 자신에게 있었다. 누군가를 '돕는다'라는 생각의 접근했기에 권력관계가 발생할 수 있다는 염려 때문이었다. 필자는 이왕이면 거리에 계신 분들과 라포(신뢰감)를 잘 형성하고 싶었다. 긴장하지 않으면 금방 감정이입을 했다. 라포가 생기면 거리를 두기 힘들었다. 이러한 한계는 활동을 중단한 결정적인 이유였다. 나와 반대로 김민정 상담원은 소탈하면서도 분명한 직업의식을 가지고 일했다. 회의감을 잘 극복하고 신뢰감 주는 관계를 하나씩 늘려갔다.   

    

"내가 저분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게 별로 없다는 생각은 누구나 해요. 그런데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내가 저분들을 도우러 온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요. 직접적으로 도울 수 있는 게 많지 않으니 저분이 나를 믿어야 하는 게 먼저라는 거죠. 회의감은 일정 시간이 지나면 정리가 돼요. 저는 그분들을 도와드리는 게 아니고 방법을 알려드리는 거예요. 어디 가시면 뭘 할 수 있고, 무료로 진료를 해주는 곳은 어디에 있고, 몸이 아프면 약을 꾸준히 드시라고 말씀드리고, 일할 수 없는 지경이 되면 평가서를 발급받을 수 있도록 주민센터에 모셔다드리고, 기초생활수급제도가 있다는 걸 알려드려요. 이런 것은 제가 도와드리는 게 아니라 정보를 전달해 주는 차원이죠.      

중앙지하도 항상 같은 자리에 앉아 계시는 남성분이 있었어요. 술도 안 드시고 말끔하신 분이에요. 2주 연속으로 네 번을 보고 나서 말을 걸었어요. 눈인사만 하고 말을 안 걸다가 네 번째 봤을 때 말을 걸었더니 그제야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거리에 나온 지 한 달 정도 되신 분이고 기술도 있었어요. 어떤 도움을 받아야 일상생활로 돌아갈 수 있는지 모르셔서 알려드렸어요. 제 주머니에 있는 교통카드 한 장을 드렸어요. 몇 주 후 다시 그 자리에서 만났는데 안내해준 무료 안전교육을 잘 받고 있다고 했어요. 그래서 제가 안전화를 하나 선물했어요. 일할 때 신고 일하시라고요. 오랫동안 안 보이시다가 추석 즈음 복숭아 한 상자를 사서 희망지원센터에 오셨더라고요. 아주 말끔하게 차려입으시고요. '내가 아웃리치하면서 시간을 허투루 보낸 게 아니구나' 하는 생각을 그때 처음 했어요."      


보통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것도 힘든 일이다. 거주지가 일정치 않고 몸과 마음이 바닥까지 추락한 사람들을 만나 관계를 맺고 신뢰를 쌓는 것은 더욱 힘든 일이다. 그런데도 꾸준히 그분들을 만나고 있는 김민정 상담원을 보며 1년만 활동을 하고 그만둔 내가 부끄러웠다.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진심으로 그분들을 만나고 있는 김민정 상담원이 존경스럽다. 오늘 만난 분이 어제보다 몇 마디라도 더 해주시는 게 그렇게 반가울 수 없다고 한다.   

   

언제나 여성홈리스의 안전을 염려하는 상담원


"거리 생활은 모든 것이 노출되기 때문에 수시로 위험 상황에 처하게 돼요. 그래서 남성보다 여성은 눈에 잘 띄지 않아 만나는 일도 적어요. 어쩌다 만나더라도 대화에 응해주는 경우는 별로 없어요. 며칠 전에는 신용산역에 갔다가 항상 그 자리에 앉아 계시는 여성분과 정말 오랜만에 대화를 했어요. 한여름에 뙤약볕에 앉아 계시다가 화상을 입었나 봐요. 화상연고를 사서 발라 드렸어요. 감기에 걸린 것 같기에 약을 드셔보셨냐고 물었더니 비싸서 안 드신다고 해요. 무료로 약 주는 곳을 알려드렸어요. 그날은 운이 좋은 날이었어요. 날카로울 때는 인사 한번만 해도 욕을 먹기 일쑤거든요. 여성 노숙인들은 거의 정신적인 문제가 있어서 항상 조심스러워요.    

 

거리에 계신 여성분들의 가장 큰 문제는 '안전'이죠. 남성분들이 여성분들에게 함부로 대하는 경우가 많아요. 술 먹는 자리에 여성분이 계시다 싶으면 수시로 가서 살피죠. 그럴 때는 어떤 대책이 필요한데 강제로 여성분을 모시고 올 수 없어서 난감해요. 여성 노숙인 중에는 지적장애인이 꽤 많거든요. 정신과 선생님께 여성 노숙인 한 분 모시고 가서 정신감정을 받은 적이 있어요. 의사 선생님이 그러시더라고요. 사람은 사랑받고 싶은 욕망이 있기 때문에 나한테 잘해주는 것 같다 싶으면 본능에 의지한 채로 그냥 기대버리거나 쉽게 믿어버린다고요. 남자들이 부드럽게 대하고 웃어주면 이 사람이 나를 좋아하는구나 하고 받아들인다는 거죠. 술 먹는 사람들 옆에서 가만히 쳐다보기만 해도 '한 잔 할래?' 하고 다가온대요. 술 먹고 나면 '너 거기서 그냥 자냐?'고 묻고. 나중에 물어보니까 아침에 일어나보면 거의 남의 집이거나 거리가 아닌 공간이라고 해요. 충격적이었어요."   

  

이처럼 자신이 원치 않게 성폭력을 당하는 일이 종종 있다. 하지만 술에 취한 상태에서 당한 일이거나 거리에 있다는 이유로 가해자의 보복이 두려워 경찰에 신고하지 못한다. 같은 홈리스에게 당했다고 해도 성폭행은 여성에게만 존재하는 위험이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그동안의 언론보도만 봐도 여성홈리스를 전적으로 노리는 남성들이 있지만 그들에 대한 처벌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는다(신 흠, 2011:51)고 한다.   

   

여성 홈리스들이 위험을 피할 수 있는 곳은 가까이에 없다. 위험을 감수하거나 사람들 눈에 띄지 않게 숨어 있어야 한다. 가장 위험할 때는 주취폭력이나 성폭력이 발생할 수 있는 곳에 노출되었을 때다. 이를 막을 방법은 역 주변에 여성 홈리스를 위한 현장지원센터나 일시보호쉼터를 만드는 것이다. 대부분 일시보호시설이나 현장지원센터는 남성 위주의 시설이라서 급히 도움이 필요한 여성에게는 불편한 곳이다. 김민정 상담원도 이 문제가 절실하다면서 말했다.      


"서울역 근처에는 여성 노숙인 시설이나 쉼터가 없어요. 서울역 앞에 제가 일했던 여성 홈리스 일시보호쉼터인 '마더하우스'가 있었는데 운영이 어려워지자 문을 닫았어요. 그곳에는 고시원보다 약간 큰 공간에 침대랑 화장대가 따로 있었어요. 이후에 서울시 지원으로 '디딤센터'라는 곳을 열었는데 서울역에서 멀어요. 교통도 안 좋고, 안내하기도 쉽지 않고요. 지난번에 여성 한 분 모시고 갔는데 골목이 좁아서 차가 1대 밖에 못 지나가니 난감했어요. '마더하우스'처럼 개인 공간이 없는 것도 아쉽고요. 서울역 희망지원센터 안에 있는 응급구호방은 여성이 이용하기에는 불편한 점이 많아요. 공간이 너무 작고 방에 화장실이 없으니까 씻으려면 나와야 하고 다 같이 자고... 쉼터 입소 상담을 하거나 아픈 분들이 아니면 주무실 수 없어요.   

   

양화대교 남단에서 발견된 여성을 모시고 왔을 때도 희망지원센터의 응급구호방 안에서 다 같이 자야 한다고 하니 다음날 아침에 오신다면서 나가시더라고요. 지금 그 몸으로 나가면 또 어디서 긴급 상황이 발생할지 모르잖아요. 그래서 제가 설득해서 여기서 주무시고 내일 병원에 가셔야 한다고 했어요. 또 한 가지는 이런 응급환자가 생겨도 밤에 근무하는 여직원이 없으니까 긴급한 여성 환자를 돌볼 수 없어요." 

    

어쩔 수 없이 선택한 거리 생활은 만만치 않다. 몸이 아프거나 잘 곳이 없을 때 하루라도 편히 쉴 수 있는 공간이 있으면 참 좋으련만. 그런 곳은 대부분 남성 위주로 만들어졌다. 집이 있고, 위험에 노출될 일이 거의 없는 일반 시민들은 '열심히 일하면 어떻게든 살 수 있는데 왜 노숙을 하지?'라고 쉽게 말한다. 허기를 달래길 바라며 건넨 손길에 상처를 남긴다. 김민정 상담원은 그런 경험을 토해내며 안타까워했다.   

   

그녀들의 편에 서다     


"야간 아웃리치 상담원 일이 힘들긴 해요. 퇴근하고 집에 가서 쉬고 싶지만 내가 움직인 몇 시간이 그분들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감수하는 거예요. 2년 전인가, 정말 황당한 경험을 했어요. 몸이 아픈 분이 계셔서 말 몇 마디 건네고 간식을 드렸는데 지나가던 시민이 쌍욕을 하는 거예요. '너 같은 X들 때문에 저것들이 여기서 안 떠나고 있는 거야. 네가 뭔데 쟤네 먹여 살려?' 이러면서. 거기서 끝난 게 아니었어요. 30분 동안 제 뒤를 졸졸 따라다니면서 욕을 하시더라고요. 경찰에 신고를 할 수도 있지만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그분의 자유니까 안 했어요. 나를 때리기라도 했으면 모를까. 머릿속으로 '나한테 하는 욕이 아니'라고 되뇌며 하던 일을 계속했죠. 불필요한 감정싸움에 휘말릴 때 빼고는 거리에 계신 분들 때문에 특별히 힘든 건 없어요. 간식으로 빵을 드렸는데 '누가 빵 달라고 했어? 밥을 줘야지!'라고 하실 때도 있지만 그분들이 처한 상황을 이해하며 감수해요.”

     

일주일 내내 하는 일이 아니라도 평일 밤, 퇴근 후 지친 몸을 이끌고 또 다시 노숙 현장에 투입되는 일은 피곤한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헌신한다는 마음이 아니라 보람을 느끼고 자부심을 갖는다는 마음으로 하는 일이기에 기꺼이 감수한다. 노숙인을 곱게 보지 않는 시선에서 자유로워지는 것도 노숙 당사자의 입장에 서야 한다는 당위성 때문이리라.        


“제가 노숙인 관련 비영리민간단체에서 일할 때 친구 부부가 후원을 했어요. 그런데 어느 날 노숙인을 돕는 건 아닌 것 같다면서 후원을 끊었어요. 집 근처에 폐지 줍는 어르신들이 많은데 차라리 그분들을 돕는 게 낫겠다면서요. 물론 노숙인 분 중에 게으르거나 알코올 중독인 분도 있지만, 여기서 벗어나고 싶어 하는 분들도 꽤 많거든요. 제가 100명을 만났을 때 단 1명이라도 노숙 생활에서 벗어나려고 하는 분이 있다면 저는 만족해요.”    

화상을 입은 여성홈리스에게 연고를 발라주는 김민정 상담원


노숙인을 바라보는 부정적인 시각은 아웃리치 상담원의 자존감을 낮춘다. 시민의 편견을 깨는 일,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살피는 일, 그것을 병행하는 일은 어렵다. 먹고 먹히는 적자생존의 시대다. '노력하면 다 잘 살 수 있어'라는 공허한 명제 속에 생각을 가두는 것만큼 폭력적인 게 또 있을까.


"우리 사회가 여성홈리스를 위해 해야 할 일은 무엇보다 '관심'인 것 같아요. 며칠 전에 양화대교에서 발견된 분도 지나가는 시민이 관심을 가졌기에 희망지원센터와 연결이 된 거잖아요. 센터에 오셨으니 병원에도 갈 수 있었고요. 여성들은 어떤 위험에 노출될지 모르니까 각별히 관심 갖고 지켜보는 게 가장 중요해요. 


서울역 희망지원센터를 남성과 여성이 구분되어 이용할 수 있는 구조로 만들어졌으면 좋겠어요. 남성에게 폭행당한 경험 때문에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 분들도 있거든요. 역 가까이에 접근성이 좋은 여성 쉼터가 있어야 해요. 심리적으로도 편안하게 상담할 수 있고 서비스 받을 수 있는 그런 곳이요."     


김민정 선생님과 함께 살고 있는 분과는 '운명' 같은 인연이라고 해야 할지, 사회가 할 일을 김민정 선생님이 대신 있다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어려운 이웃과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라는 슬로건을 몸소 실천하고 있는 김민정 상담원. 이야기 하는 내내 잔잔한 미소를 잃지 않았다. 덩달아 마음이 따뜻해졌다. 인터뷰가 끝난 후 함께 식사하자고 권하니 김민정 상담원이 말했다.   

   

"인터뷰하려고 집을 나오는데 같이 사는 그 친구가 언제 올 거냐고 슬쩍 묻더라고요. 왜? 그랬더니 짜장면이 먹고 싶다지 뭐예요. 죄송하지만 식사는 다음에 같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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