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땜미 Oct 28. 2022

과학 실험으로 손 씻기

“띠어어!!! (싫어)”

손을 씻기 싫어하는 한나와 손을 씻기려는 나의 실랑이가 시작되었다. 한나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아이인데 촉각이 유난히 예민하다. 특히 몸에 물이 닿는 것을 싫어해서 급·간식 전과 바깥 놀이 후에 손 씻기 시간마다 전쟁이었다. (한나는 물이 닿는 것뿐 아니라 국물을 마시는 것 조차 싫어한다)


처음엔 소독 물티슈로 손을 닦게 하거나 손소독제로 손 씻기를 대신했는데 수저 사용이 서투른 아이라 손으로 음식을 집어 먹다가 소독제의 쓴맛을 느꼈나 보다. 평소에 잘 먹던 반찬들을 퉤! 뱉어버리는 게 아닌가. 실패였다. 안 그래도 식감에 예민해서 식사량이 극히 적은데 음식을 뱉는 습관까지 들일 순 없었다.

두 번째는 막무가내로 아이를 화장실에 데려가 보는 것이었다.

‘제발 손 한 번만 씻자, 선생님이 부탁할게’

그러나 한나는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바닥을 구르며 거부했고, 급기야 나를 때리기까지 했다. 이것도 실패.


한나가 좋아하는 간식을 이용해 온갖 설득과 회유를 시도해보았지만 모두 실패였다. 간식을 좇아 화장실에 들어오는 듯하더니 손에 물이 닿는 순간 자지러지게 울었던 것이다. 가정에서는 이미 오래전에 설득을 포기하고 어른 두 세명이 달려들어 손을 억지로 씻기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었다. 아이가 이렇게 싫어하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매일이 고민이었다.


그러기를 몇 달…. 어느 날 갑자기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다. 생태과학관으로 체험학습을 하러 갔는데 한나가 물을 이용한 과학 실험에 즐겁게 참여하는 것이 아닌가. 한나는 옷이 푹 젖어도 개의치 않고 물컵으로 쉴 새 없이 실험관에 물을 부었다. 놀란 교사들은 어린이집에 돌아와 곧바로 시험을 해보았다. 대야에 물을 채우고 물컵과 수관 모양의 블록을 놓았다.

‘한나야~ 우리 과학 실험하자!’

한나를 부르자 기다렸다는 듯 달려와 물이 가득한 대야에 손을 담갔다. 나는 재빨리 물에 거품 비누를 풀어 몰래 한나의 손을 씻어냈다.


그날 이후 한나에게 손 씻기는 ‘과학 실험’, 화장실은 ‘과학실’이 되었고, 한나는 ‘과학 실험’을 매일 하다가 결국 물과 친해지게 되어 평범한 방법으로도 손을 씻을 수 있게 되었다. 아이들이 흥미를 보이는 것은 놓치지 않고 파고들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된 날이었다.


이전 06화 부띠까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