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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읽는 돈키호테 1-12

돈키 호테와 함께 있던 사람들에게 산양치기가 들려준 이야기에 대하여

by 에이드

산양치기들과 돈키호테, 산초가 잠잘 준비를 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에 마을의 새로운 소식을 알게 되었다.

'그리소스토모'라는 젊은 청년이 자살했다는 것이었다. 그는 잘생기고 대학도 졸업했으며, 점성학에도 밝고 시인인 데다, 유산을 많이 물려받아 장래가 촉망되는 목동이었다. 자살한 이유는 짝사랑이 이루어지지 않아서 괴로워서인데, 유언으로 사랑했던 여자를 처음 만난 들판에 묻어달라는 말을 남겼다며, 이 일로 마을이 시끌벅적하고 내일 성대한 장례식이 있을 예정이니 구경하러 가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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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때문에 죽는다니 로맹 가리의 단편 소설집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가 떠올랐다.

주인공 레니에는 삶의 많은 것들에 상처받고 도망쳐 도착한 페루의 바다에서 자살을 시도하는 '젊은 여자'를 구해주면서 사랑과 희망을 동시에 느끼게 된다. 어쩌면 다시 시작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모든 것을 다 포기했다고 생각했던 순간 다시 꿈틀거리는 살고자 하는 욕망을 느끼며 생生을 붙잡고자 한다. 아쉽게도 '젊은 여자'의 남편이 나타나 그의 희망을 데려가 버리고, 사랑의 가능성이 제로가 되면서 주인공은 사라진다는 이야기다.


제목만큼이나 의문점과 매혹을 동시에 지닌 이 단편은 사랑이 사람을 살릴 수도 있고 죽일 수도 있는 강력한 감정이라는 것을 드러낸다. '그리소스토모'도 사랑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전혀 없었던 걸까? 죽음을 선택할 만큼 간절했던 사랑이란 어떤 것일까?


사랑을 느낄 수 없는 그 순간만큼은 온통 절망뿐일 것이다. 절망감 속에서 어떻게 희망을 생각해볼 수 있으랴. 삶을 너무 쉽게 포기한 것 아니냐는 말은 나중에서야 알게 되는 것이다. 그 순간만큼은 생의 활기도 잃고 삶의 목적도 사라지며 가슴을 찌르는 듯한 통증은 정말 나를 죽이고 있는 실재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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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짝사랑했다는 '마르셀라'는 어떤 사람이길래 한 남자를 죽음으로까지 몰고 갔을까?

엄청난 부자 농부 '기예르모'의 외동딸 '마르셀라'는 어려서 부모를 잃고 신부님이자 삼촌의 손에 자랐다. 아이가 자라 15세 정도가 되자 그녀의 미모와 재산에 대한 소문이 퍼져나가 구혼이 끊이질 않았다. 정직한 신부였던 삼촌은 마을에서도 칭찬이 자자했으며 결혼을 하지 않은 것은 순전히 '마르셀라'가 구혼을 거절했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좀 더 자유롭게 살고 싶어 목동이 되었는데, 그녀와 결혼하고 싶은 많은 젊은 청년들은 '마르셀라'를 만나기 위해 목동이 되어 산으로 들어갔다. 정숙한 마르셀라는 산에 만나는 청년들의 구혼도 거절했는데, 이 때문에 여러 남자들이 가슴앓이를 했다.


여자에게 '정숙하다'는 표현이 많이 쓰인 시대적 상황을 이해하면서....

'정숙한 남자'라는 표현도 어색하지 않은 시대가 올 것 같은 예감은 뭘까? 지조 있는 남자도 멋진 듯. 마음이 곧고 맑으며 어진 남자는 부드러우면서도 고집이 있을 것 같다.


정숙貞淑하다 : 마음이 곧고 맑으며 어질다





*알아두면 좋은 책 속 지식

세르반테스는 시골에서의 삶을 산양치기들과 목동, 이 두 가지 관점으로 나누어 보여준다.

산양치기들은 촌스럽고 무식하게,

목동들은 학문적 소양이 있고 부유한 이들로 그려 목가 소설의 주인공으로 소개하기도 한다. (166p.)




.. To be contin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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