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초 판사가 주인 돈키호테와 나눈 이야기와 그 밖의 모험들에 대하여
담요로 공중에 던져지는 사건을 겪은 산초는 이런 고생을 할 바에야 고향으로 돌아가는 게 낫지 않겠냐고 돈키호테에게 슬쩍 물어본다. 헹가레 사건은 마법에 걸렸기 때문에 몸을 움직일 수 없어서 돕지 못한 거지만 곧 기묘한 칼을 손에 넣어 어떤 마법에도 대항할 수 있을 것이니 걱정 말라며 산초를 타이른다.
그때 크고 자욱한 모래 먼지가 그들 쪽으로 몰려들었다. 모래 먼지는 양 떼 두 무리가 반대편에서 마주오고 있었던 것인데, 돈키호테는 엄청난 군대가 행진하고 있으며 곧 전투가 시작될 것이라 착각했다.
>> 언제나 약한 쪽을 돕기로 선택하는 돈키호테를 보며 자신의 이익은 잠시 접어두고 선한 마음으로 살아간다는 것 대해 생각해본다. 약한 자를 돕는 날이 나의 행운의 날. 그날은 운명이 나를 위해 선행을 쌓을 수 있는 기회를 주는 날이다. 우리가 돈키호테처럼 전투를 할 수는 없으니 다른 걸 생각해보자. 모르는 것을 물어보는 사람에게 친절하기, 마음이 아픈 친구의 이야기 들어주기, 나의 돌봄이 필요한 사람 생각해보기 등 하나씩 실천하다 보면 세상이 아름다워지는 것에 나도 조금 보태는 것이다.
산초는 먼지 구름이 양 떼라고 소리쳤으나, 돈키호테는 악당 마법사가 도술로 적의 군대를 양 떼로 둔갑시킨 거라 확신하며 양들을 창으로 마구 찔러댔다. 갑작스러운 공격에 놀란 목동들과 목장주는 자신의 양들을 지키기 위해 돌맹을 던졌고 돈키호테는 심각한 부상을 입었다. 갈비뼈 두 개가 부러지고, 앞니와 어금니 서너 개가 빠졌으며 손가락 두 개가 뭉개져버렸으며, 마법의 향유병도 돌맹이에 맞아 깨져버렸다. 말에서 떨어진 돈키호테를 보러 온 목동들은 자기들이 사람을 죽인 줄 알고 황급히 달아났다. 주인의 미친 짓에 가슴 졸이며 치료할 물품을 꺼내려고 당나귀에게 다가간 산초는 자루가 없다는 것을 깨닫고 절망한다. 먹을 것, 입을 것 등 모든 여행용품이 들어있는 자루가 없어졌으니 이제 거지 신세였다.
>> 죽은 자도 살린다는 '브라스 향유'는 이미 돈키호테에게 내재되어있다. '긍정적인 마음'은 모든 상처를 회복시키는 에너지의 원천이고, 어떤 상황에서도 당황하지 않고 차분한 마음을 유지할 수 있는 것도 훈련이 필요한 일인데, 심각한 부상을 당한 상태에서도 오히려 남을 다독일 줄 아는 돈키호테는 긍정의 달인이다. 자루가 없어져서 금방 짜증내고 자신을 탓하며 운명을 저주하는 산초는 현대인의 육체적 정신적 건강상태로 재단해보면 암 발생 확률도 다소 높을 것 같다. 물론 돈키호테와 함께 다니면서 마인드가 점점 바뀔 것이니 앞으로 산초의 변화도 기대된다.
>> 영화 제목을 잊어버려 아쉬운데, - 외국 전쟁영화였음- 떠오르는 영화 장면이 있다. 전쟁 중 죽을 정도로 고통스러워하는 병사를 보고 장교는 마음이 아파 모르핀 투여를 허락한다. 곧이어 위생병이 도착했고 장교는 자신의 모르핀 주사 처방을 보고하는데, 위생병은 자신보다 한참 위인 장교에게 엄청나게 화를 낸다. 모르핀 주사 한 대는 괜찮지만, 두 대는 사람을 죽일 수도 있는데 그것도 몰랐냐고.
주인공은 겸손하고 인품이 있었던 터라 몰랐다며 진심으로 미안하다고 하지만 위생병은 사과를 받아주지 않는다. 당신은 몰라서는 안 되는 사람이며, 당신의 직위는 모르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다고 소리쳤다.(정확한 대사는 아니지만 이런 의미였어요)
자존심에 사과하지 않는 사람도 많은데 사과했다는 것은 그 사람의 인품을 엿볼 수 있는 면이기는 하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사과로 회복이 불가능할 수도 있고 그 피해가 국가적으로 범위가 넓어질 수도 있다. 갑자기 세월호 사건이 떠오르는 건 왜일까. 누군가를 비난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지만, 일분일초를 다투는 경각의 시간에 나의 무지가 많은 사람들의 생명을 앗아가는 것이라면 다시 생각해볼 일이다.
..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