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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읽는 돈키호테 1-17

용사 돈키호테와 그의 훌륭한 종자 산초 판사가 객줏집에서 겪는 고난

by 에이드

지난밤의 주먹다짐 사건에 대해, 돈키호테는 이곳은 마법에 걸린 성이기 때문에 거인이 자신의 턱을 때리고 산초는 4배 명이 넘는 무어인(이슬람교도)들에게 당한 것으로 생각했다. 마법에 걸린 자들은 눈에 보이지 않으니 복수할 수가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아픈 몸부터 치료하기로 했다.


돈키호테는 어떤 상처도 낫게 한다는 신비의 향유를 당장 만들어내겠다며 기름, 포도주, 소금, 로메로 야생식물을 조금씩 구해오라고 했다. 산초는 '톨레도의 성스런 기사단 단장님'에게 부탁하여 객줏집 주인에게서 약재를 얻었는데 돈키호테는 경건한 마음으로 정성 들여 만든다.


죽은 자도 살리는 마법의 향유 제조법이 평범할 리 없지. 객줏집에서 공짜로 얻은 양철 기름통에 약재를 넣고, 주기도문을 80번, 아베 마리아와 성모 찬가와 사도신경을 수도 없이 읊으며, 말이 한마디 끝날 때마다 성호를 긋는 노동에 쉬는 시간도 없다.

>> 이 장면에서 어릴 때 재미있게 보던 텔레비전 프로그램 '개구쟁이 스머프'가 생각났다. 파란 스머프들을 괴롭히는 마법사 '가가멜'이 검은색 큰 솥에다 온갖 재료를 넣고 부글부글 뭔가를 만들면서 이젠 다 됐다며 낄낄거리며 웃던 얼굴. 다들 스머프를 좋아할 때 이상하게도 탈모 마법사 '가가멜'이 좋았었다. 어른이 되어서도 어린 시절 나는 왜 남들과 다르게 '가가멜'을 좋아했을까? 가 늘 의문이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가 연금술사라는 연구원인 데다 실패에도 굴하지 않고 끊임없이 시도하는 노력이 지금도 그 캐릭터를 좋아하게 만드는 것 같다. 자신의 욕망을 포장하지 않고 그대로 드러내는 시원함은 집안의 엄격한 규칙에 대응하는 일종의 해방감도 있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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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향유는 완성되고, 믿음이 충만한 돈키호테는 기름통의 절반이나 마셨다. 먹자마자 구토와 식은땀과 복통이 뒤따랗고 이불을 뒤집어쓰고 몸져누운 지 3시간이 지나서 회복되었다. 돈키호테는 몸이 예전보다 더 가뿐해지고 상처도 다 나은 기분이 들어 약에 대한 확신이 생겼고, 산초는 주인의 믿고 남은 향유를 다 마셨다.


그러나 사람마다 체질이 다른지라 산초에게는 마법의 물약이 효과가 없었다. 두 시간 동안의 지독한 구역질, 메스꺼움, 설사, 졸도할 정도의 고통에 향유를 저주하며 이런 약을 추천한 주인을 욕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 돈키호테 : 산초, 아마도 자네가 정식 기사가 아니라서 약이 효과가 없나 봐




몸이 다 나았다는 기분이 들자 돈키호테는 세상을 구해야 하는 편력기사의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즉시 출발하기로 했다.


* 돈키호테 : 성주님, 내게 베풀어준 환대에 감사드립니다. 감사에 대한 보답으로 언젠가 거만한 자가 성주님을 모욕한다면 대신 복수해드리겠습니다. 저의 직업은 편력기사로 약한 자를 돕고 모욕당한 자들의 복수를 해주며 불신을 응징하는 일입니다.


* 객줏집 주인 : 기사님, 제 일은 제가 알아서 할게요. 누군가 저를 모욕한다면 제가 바로 복수하면 되거든요. 기사님은 숙박료와 식사비, 짐승에게 준 사료비를 주고 가십시오.


* 돈키호테 : 무슨 소리요? 여기가 성이 아니라 객줏집이란 말이오? 난 돈이 없으니 한번 봐주시오. 편력 기사는 견디기 어려운 모험을 하는 대가로 어딜 가나 무료여야 한다는 법칙과 권리가 있으니 말이오.


* 객줏집 주인 : 기사님이 불편한 고행을 하든 말든 그게 저랑 무슨 상관입니까? 남의 집에서 먹고 자고 했으면 돈을 내야지요.


* 돈키호테 : 뭐야. 당신, 나쁜 숙박업자잖아!


돈키호테가 자기 할 말만 하고 객줏집을 유유히 나가버리자, 객줏집 주인은 산초 판사에게 대신 돈을 내라고 요구했다. 산초는 주인도 내지 않는 돈을 자기가 대신 내야 할 아무런 이유가 없으며, 앞으로 나타날 모든 종자들에게 이런 선례를 남기면 안 된다고 대응했다.


객줏집에 머물던 사람들은 이런 소동을 구경하다 장난기가 발동해 주인은 뒤따라 가려던 산초를 붙잡아 담요 위에 올려놓고 높이 던져 올렸다. 산초의 비명소리에도 그들은 스스로 지칠 때까지 헹가레를 쳤고, 녹초가 된 몸만 아니었다면 종자를 구했을 돈키호테는 그들을 욕하며 입으로 복수를 대신했다.


산초는 그래도 끝까지 돈을 지불하지 않았다는 것에 만족했고, 객줏집 주인은 받아야 할 돈 대신 신초의 자루를 몰래 챙겼기 때문에 떠나는 돈키호테와 산초를 붙잡지 않았다.



....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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