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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이드 Oct 03. 2022

쉽게 읽는 돈키호테 1-28

같은 산중에서 신부와 이발사에게 일어난 새롭고 즐거운 모험에 대하여

<흉한 몰골의 누더기 기사>의 이야기가 끝났을 즈음, 근처에서 또 다른 슬픈 목소리가 들렸다. 자신의 불행을 한탄하는 내용이라 신부님과 이발사, '카르데니오'는 찾아가 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 농부 차림의 젊은이가 시냇물에 발을 씻고 있었는데 자세히 보니 눈부신 긴 금발에 수정처럼 어여쁜 발을 가진 아리따운 처녀였다.


남장을 한 미녀의 사연이 궁금해 이야기를 청했고 조언자가 필요했던 처녀는 눈물을 참으며 말했다.



* '도로테아'의 사연

제 이름은 '도로테아'입니다. 부모님은 공작의 신하이며 순수 기독교 혈통을 가진 부농입니다. 외동딸이라 부모님의 사랑과 교육을 많이 받았어요. 농사일, 집안팎의 경영, 안주인 역할 등 못하는 게 없지요. 문제는 공작의 둘째 아들 '페르난도'가 저를 보고 한눈에 반했다는 거예요. 열심히 구애를 하셨지만 가벼운 마음 같아 거절하고 피해 다녔습니다. 부모님도 저를 다른 곳에 시집보내려고 하셨고요.  


하지만 제 몸종이 뇌물을 받고 한밤중에 '페르난도'가 제 방에 몰래 들어올 수 있게 해 줬어요. 결혼하고 싶다는 그의 말이 처음에는 믿기 어려웠지만 계속 듣다 보니까 진심 같았습니다. 결국 속아서 하룻밤을 보내게 되었는데 그날 이후로 절 찾아오지 않았어요. 이 문제로 며칠 동안 고민하고 있었는데 '페르난도'가 좋은 가문의 '루스신다'와 결혼한다는 소식이 들리는 거예요. 너무 화가 나서 따지려고 남자 하인 한 명과 함께 몰래 찾아갔습니다. 


그 마을에서는 만나는 사람마다 결혼식 얘기였어요. 결혼식날 '루스신다'가 결혼서약 후 쓰러졌고 몸에서 편지와 자살용 칼이 나왔대요. 편지를 읽어보니 자기는 카르데니오를 사랑하고 부모님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결혼했다는 겁니다. '페르난도'는 너무 화가 나서 그 칼로 '루스신다'를 죽이려는 소동을 벌였고 간신히 말렸답니다. 결혼식을 뒤에서 지켜보던 '카르데니오'는 홀연히 사라졌고, 충격받은 '페르난도'도 어디론가 가버렸으며, '루스신다'까지 행방불명이라 부모님이 찾고 계시대요. 저는 이 사건이 하늘이 제게 다시 한번 기회를 준 것 같아 기뻤습니다. 


저의 부모님도 없어진 저를 찾아 하인들을 풀었기 때문에 숲 속으로 숨었습니다. 그런데 데리고 온 하인이 마음이 변해 저를 성희롱하길래 벼랑으로 밀어버렸어요. 그 후 몇 달 동안 숲 속 목장에서 일을 하며 지냈는데 목장주가 저의 긴 금발 머리카락을 보고 여자인걸 알게 되자 겁탈하려고 해서 도망쳤습니다. 저는 새로운 은신처가 필요해요.



>> '루스신다'는 돈키호테 1권에 나오는 여성들 중 가장 적극적인 행동을 보이는 인물이다. 여자가 시집가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던 시대에 태어났지만 교육을 많이 받을 수 있었던 것이 행운이다. 살림을 잘 꾸리는 안주인 역할뿐만이 아니라 남자와 대등하게 바깥 경영과 농사일을 할 수 있었다는 것을 보면 부모의 교육철학이 얼마나 중요한가 알 수 있다. 여자든 남자든 다 교육의 결과물이지. '페르난도'에게 자기의 결혼관을 말하는 부분에서 주체의식이 드러나고, 억울한 일은 찾아가서 따질 수 있는 용기가 있고, 자신을 함부로 하는 상황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지략도 있으며, 외부 세상으로 나가 일을 하며 살 수 있는 능력이 있었다는 것이 멋지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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