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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 숲에서 겨울을 맞이하는 소로의 지혜-불과 동거하기

호숫가 오두막에서 찾은 따뜻한 삶의 방식-월든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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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글은 인문학 전문서적의 내용을 일반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쉽게 풀어 쓴 것입니다. 학문적 정확성과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했으나, 일부 내용이 원문의 의도나 철학적 해석과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깊이 있는 인문학적 이해를 위해서는 반드시 원문 및 관련 전문가의 저작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본 해설은 원문의 취지와 맥락을 설명하기 위한 것으로, 해설자의 정치적 견해나 가치판단과는 무관합니다.)


I. 자연이 건네는 가을의 풍성함

- 크랜베리와 야생사과, 그리고 땅속의 숨은 뿌리까지


헨리 데이비드 소로는 어느 해 10월, 호숫가 습지로 포도를 따러 갑니다. 그는 [“나는 음식으로서가 아니라 그 아름다움과 향기 때문에 더 소중한 포도송이들을 잔뜩 모았습니다(more precious for their beauty and fragrance than for food).” - (House-Warming, 첫 단락)]라고 말하며, 가을 숲이 베푸는 다채로운 선물에 감탄합니다. 크랜베리와 덤불에 맺힌 열매들도 눈에 들어오지만, 그는 이를 남김없이 거두기보다는 그대로 자연에 돌려놓기도 합니다.

게다가 땅속 깊이 숨어 있던 ground-nut라는 독특한 뿌리식물을 발견하기도 합니다. 소로는 [“낚싯미끼용 지렁이를 캐다가 땅콩뿌리(ground-nut, Apios tuberosa)를 발견했는데, 내가 어린 시절에 정말 파내어 먹었던 것인지 아니면 꿈으로만 여겨왔던 것인지 의심이 들었습니다(I discovered the ground-nut… and had begun to doubt if I had ever dug and eaten it…).” - (House-Warming, 중반부)]라고 적습니다. 본래 원주민들의 식량이었던 이 뿌리는, 인간이 경작을 중단하고 떠난 자리에서도 언젠가 다시 살아날 수 있는 강인함을 상징하듯 그의 관심을 끕니다.


II. 바람보다 따스한 난로 곁

- 간소한 오두막집을 지키는 불씨의 힘


겨울이 다가오자 소로는 집 안에 벽난로를 마련하기 시작합니다. 예전에 쓰였던 벽돌을 재활용해 벽을 쌓고, 호숫가에서 모아 온 흰 모래로 틈새를 채운 과정은 꽤나 공들인 일이었습니다. 그는 [“벽돌은 이미 한 번 난로를 이룬 것이었고, 나는 찾을 수 있는 만큼 골라냈습니다(I picked out as many fire-place bricks as I could find)… 그리고 벽돌 사이 사이를 호숫가에서 주워 온 돌로 채웠습니다(filled the spaces… with stones…).” - (House-Warming, 중반부)]라고 소개합니다.

난로에 불을 지펴 연기가 빠져나갈 틈이 많았어도, 소로는 추위를 잊게 해 주는 불꽃이 주는 위안이 그 무엇과도 견줄 수 없다고 말합니다. 그는 [“불과 내가 함께 집 안을 지키고 있었고(It was I and Fire that lived there)… 나는 자주 그 불꽃 속에서 얼굴을 발견하곤 했습니다(You can always see a face in the fire).” - (House-Warming, 후반부)]라고 썼습니다. 이러한 ‘불’과의 동거야말로 겨울철에 인간적인 온기를 지키는 가장 큰 즐거움 중 하나였던 것입니다.


III. “겨울 둥지(as to winter quarters)”로 몰려드는 말벌

- 늦가을의 마지막 햇살 난로


한편, 10월이 되어 말벌들이 수천 마리나 소로의 오두막으로 몰려듭니다. 그는 [“말벌들은 (마치 겨울 둥지를 찾듯) 수천 마리씩 내 오두막으로 와서 창문과 머리 위 벽에 자리를 잡았습니다(Thousands of wasps came by… as to winter quarters, and settled on my windows…).” - (House-Warming, 후반부)]라며, 오히려 그들이 자신의 집을 탐낼 만큼 매력적이라고 느낀 것을 반가워합니다.

그러면서도 소로는 인공난로보다 자연의 햇볕이 주는 온기가 훨씬 건강하고 기분 좋은 것이라 말합니다. 가을이 끝나가도 소나무 숲과 호숫가 바위에 반사된 햇살을 찾아가 몸을 녹이는데, [“가능한 한 태양으로부터 따뜻함을 얻는 것이 훨씬 더 기분 좋고 건전합니다(It is so much pleasanter and wholesomer to be warmed by the sun…).” - (House-Warming, 후반부)]라고 강조합니다.


IV. 겨울 문턱에서 찾은 얼음 속 비밀

- 투명한 호수 표면이 보여주는 또 다른 세상


호숫가가 서서히 얼어붙기 시작하면, 매우 얇고 투명한 첫 얼음은 자연을 관찰하기에 특별한 기회를 선사합니다. 소로는 [“첫 얼음은 특히 흥미롭고 완벽합니다(The first ice is especially interesting and perfect)… 유리 뒤에 놓인 그림처럼 바닥을 들여다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like a picture behind a glass).” - (House-Warming, 후반부)]라고 묘사합니다. 얼음 아래 바닥을 구석구석 살피다 보면 작은 생명체나 공기 방울이 만들어 낸 흥미로운 흔적도 발견됩니다.

하지만 날이 따뜻해지면 금세 탁해져 버리는 것이 얼음의 속성입니다. 그는 [“더 이상 투명하지 않아 바닥을 볼 수 없게 되고, 그동안 공기 방울이 크게 부풀어 올라 규칙성을 잃어버렸습니다(It was no longer transparent… the air bubbles had greatly expanded…).” - (House-Warming, 후반부)]라고 아쉬움을 토로합니다. 이처럼 얼음 위에서 호수 밑바닥을 들여다보는 경험은 소로에게 사소하지만 특별한 관찰의 기회를 제공했습니다.


V. 옛 거주자들이 남기고 간 흔적

- 숲이 품은 과거와 그 기억을 살아 있게 하는 것


날씨가 추워지면 사람의 발길은 점점 줄어들지만, 소로는 오히려 이때를 틈타 숲속 곳곳을 걸으며 이전에 이곳에 살았던 주민들의 흔적을 더 잘 마주하게 됩니다. 그는 [“내 집이 자리 잡은 길 근처 숲에는 예전 여러 거주민들의 웃음과 이야기 소리가 울려 퍼졌고(the road near which my house stands resounded)… 그 주변 숲 곳곳엔 그들이 가꾸던 작은 정원과 집터가 점점이 남아 있었습니다(the woods… dotted here and there with their little gardens and dwellings…).” - (Former Inhabitants and Winter Visitors, 초반부)]라고 설명합니다.

그러나 지금은 대부분 자취를 감추었지요. [“이제 그들 거주지의 자리에는 오직 움푹 패인 자국만 남아 있습니다(now only a dent in the earth marks the site of these dwellings…).” - (Former Inhabitants and Winter Visitors, 중반부)]라고 말하듯, 오래된 집터와 무너진 우물, 잡초와 라일락 덤불이 옛 기억을 희미하게 떠올리게 합니다. 이처럼 인간이 남긴 자취와 자연의 순환이 교차하는 모습을 보며, 소로는 과거의 풍경을 상상하고 묵상합니다.


VI. 숲속의 방문객들

- 고요한 겨울에 찾아드는 시인과 사색의 시간


한겨울이 되면 소로의 오두막을 찾는 이는 거의 없지만, 아주 가끔 농부가 찾아오거나 나무꾼이 들르기도 합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반가운 손님은 시인이었습니다. 소로는 [“가장 먼 곳에서 내 오두막을 찾아온 사람은 시인이었습니다(The one who came from farthest… was a poet)… 우리는 얇은 죽 한 그릇을 두고 인생에 대한 ‘완전히 새로운(bran new)’ 이론들을 쏟아냈습니다(we made many a ‘bran new’ theory of life over a thin dish of gruel…).” - (Former Inhabitants and Winter Visitors, 후반부)]라고 적습니다.

눈보라를 뚫고 달려온 시인과의 만남은 오두막을 환하게 밝히며, 깊은 대화와 웃음소리로 월든 숲에 생기를 불어넣습니다. 소로가 말하듯, [“그때의 웃음과 이야기 소리는 일상의 긴 침묵에 대한 보답이었습니다(making amends then… for the long silences…).” - (Former Inhabitants and Winter Visitors, 후반부)]라는 표현처럼, 외부로부터 단절된 고요 속에서 찾는 소수의 교제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즐거움이었습니다.


VII. 불씨가 전하는 안온함

- 사라지지 않는 온기를 찾아서


소로는 추운 겨울날 방 안에서 타오르는 불꽃을 보며 따뜻함을 되찾습니다. [“불씨와 함께 살면서, 나는 집을 비워도 언제나 신뢰할 만한 하인처럼 그 불씨가 온기를 유지해 주리라고 믿었습니다(It was I and Fire that lived there… and commonly my housekeeper proved trustworthy…).” - (House-Warming, 후반부)]라고 말할 정도로, 난로는 그의 생활에 핵심적인 위치를 차지합니다.

나중에는 작은 화목난로(스토브)를 들이게 되자, 소로는 그것이 [“불꽃을 숨겨 버렸고, 그래서 나는 친구 하나를 잃은 것 같았습니다(it concealed the fire, and I felt as if I had lost a companion).” - (House-Warming, 후반부)]라며 아쉬워합니다. 예전처럼 활활 타오르는 장작불을 바라보며 얻던 ‘시선과 사색’의 교감을 잃고, 요리조차 단순 화학 반응처럼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VIII. 쌓인 눈을 뚫고 다시 출발하다

- 숲에서 함께 살아가는 존재로서의 인간


한겨울 밤이면 하늘을 가르며 날아가는 기러기 무리나 오리 떼가 보이고, 아침이면 발자국 하나 없는 눈밭이 펼쳐집니다. 그러나 소로는 [“어떤 날씨도 내 산책을 결코 치명적으로 방해하지는 못했습니다(No weather interfered fatally with my walks…)… 깊은 눈이 왔을 때도 몇 마일씩 걸어가, 오래된 나무들과 반가운 인사를 나누곤 했습니다(I frequently tramped eight or ten miles…).” - (House-Warming, 후반부)]라고 말합니다.

그에게 겨울 숲속의 삶이란, 비어 있는 것처럼 보이는 공간에서 오히려 더 많은 생명을 발견하고, 한껏 순수해진 자연의 숨결을 느끼는 시간이었습니다. 이렇듯 숲을 파헤치는 이들에게까지 연민을 느끼는 이유는 결국 인간이 자연과 분리될 수 없음을 알기 때문입니다. 소로는 자연의 회복력을 믿으며, [“언젠가 자연이 다시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오면, 지금은 거의 사라진 땅속의 뿌리들도 되살아나 옛 중요성과 품위를 되찾을 것입니다(…the now almost exterminated ground-nut will perhaps revive and flourish… resume its ancient importance…).” - (House-Warming, 중반부)]라고 확신합니다. 그리고 우리 역시 그 안에서 새로운 출발점을 찾을 수 있으리라 희망합니다.


(본 글은 Walden, Henry David Thoreau (1854)를 참고하여 작성되었습니다. 정확한 인문학적 개념의 이해와 해석을 위해서는 반드시 원문을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본 글은 전문적인 학술 논의를 대체할 수 없으며, 보다 깊이 있는 이해를 위해서는 관련 분야의 다양한 문헌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본 해설은 원문의 취지와 맥락을 설명하기 위한 것으로, 해설자의 학술적·정치적 견해나 가치판단, 신념과는 무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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