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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의 근거를 찾아라-헌법합치를 넘어 헌법정향적 해석으로

법실증주의와 비실증주의의 만남, ‘있는 법’을 어떻게 해석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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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글은 인문학 전문학술 논문의 내용을 일반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쉽게 풀어 쓴 것입니다. 학문적 정확성과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했으나, 일부 내용이 원문의 의도나 철학적 해석과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깊이 있는 인문학적 이해를 위해서는 반드시 원문 및 관련 전문가의 저작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본 해설은 원문의 취지와 맥락을 설명하기 위한 것으로, 해설자의 정치적 견해나 가치판단과는 무관합니다. 원문 전부는 KCI 홈페이지에 공개되어 있습니다.)


I. 문제의 출발점

- 최근 대법원 판결에서 드러난 ‘있는 법’에 대한 고민


우리가 법을 말할 때, “법률해석이 ‘있어야 할 당위의 법’이 아니라 ‘있는 법’에 따라 해석하여 사안에 적용할 법규범을 산출하는 활동이라면, 법률해석의 목표는 지금의 이 사안에 적용할 ‘있는 법’의 내용이 무엇인지를 인식하고 확인하는 데 있다”라는 지적은 매우 의미심장합니다(“법률해석이 ‘있어야 할 당위의 법’이 아니라…확인하는 데 있다.” - 본 논문, p.8).


실제로도, 대법원의 여러 판결에서 헌법적 가치를 반영하여 법률을 해석한 사례들이 늘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 판례에서는 헌법합치적 해석과 헌법정향적 해석이라는 새로운 해석 방법론이 제시되고 있는데, 이는 법률의 문언을 넘어 헌법상의 가치나 원리를 적극 고려한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합니다. 본 논문은 이런 해석 방법들이 과연 어떤 법이론적 함의를 지니며, 왜 법실증주의와 자연법론·비실증주의의 대립 속에서 중요한지 차근차근 풀어냅니다.


II. ‘법의 근거’ 개념

- 법을 법답게 만드는 요소에 대한 탐색


논문은 먼저 “법률해석의 문제는 ‘있는 법’의 내용이 무엇에 의해 정해지는지의 문제로, 이는 곧 법의 근거(determinants of law) 문제와 긴밀하게 연결된다”라고 강조합니다(“법의 근거 문제, 즉 법의 결정인자의 문제… - 본 논문, p.9). 여기서 ‘법의 근거’란, 법을 ‘법’으로 성립시키고 법 명제가 참임을 결정해 주는 더 근본적인 요소를 말합니다.


예컨대 “캘리포니아주에서는 시속 55마일을 넘어서 주행할 수 없다”는 법 명제가 참이라면, 그것은 ‘입법자가 해당 내용을 공식적으로 승인·제정했기 때문’이라는 사회적 사실에 근거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과연 이런 ‘입법사실’만으로 충분한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습니다. 법실증주의는 사회적 사실을 충분조건으로 보고, 자연법론·비실증주의는 “도덕·정의 원리도 필수불가결한 근거가 된다”라고 주장합니다.


III. 법실증주의의 시선

- 사회적 사실에 의지하는 견해


법실증주의는 한마디로 “법은 입법부·사법부 등 권한 있는 국가기관이 사회적 사실로서 수립한 규범”이라고 봅니다. 즉, “어떤 사회적 사실(입법, 판결 등)이 존재하면 그것이 곧 그 사회의 ‘있는 법’이 된다”라는 것이죠. 이 견해에 따르면 법을 해석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법전에 적힌 문언”입니다. 본 논문은 이를 두고 “법률해석은 우선적으로 법률 문언의 의미, 그 통상적·일반적 의미를 파악하는 작업”이라고 설명합니다(“법률해석은 법전에 적힌… - 본 논문, p.14 참조).


따라서 법실증주의적 해석자는 문언 자체가 명료하면, 추가적인 목적론적 해석이나 도덕적 평가를 개입시키지 않으려 합니다. 그 결과, “헌법정신이 어쨌든 입법부가 정한 구성요건이 명백하면 사법부는 그것을 있는 그대로 적용해야 하고, 다만 위헌적 문제가 심각하면 헌법재판소에 판단을 맡겨야 한다”라는 태도를 취합니다. “법률 문언의 통상적 의미가 ‘법의 내용’이 되고, 그 외는 입법부 또는 헌법재판소가 결정할 문제다”라는 것이 핵심인 것이지요.


IV. 자연법론·비실증주의의 시선

- 도덕의 필터와 구조화 기능


자연법론·비실증주의 진영에서는 “‘입법부가 제정했다는 사실만으로는 법이 되지 않는다. 그 사회가 공유하는 도덕·정의 원리도 함께 작용해야 진정한 ‘법’으로서 성립한다”라고 주장합니다(“사회적 사실들과 도덕·정의 원리들이 법의 근거로서 함께 작용한다는… - 본 논문, p.8).


이때 도덕·정의가 어떻게 작동하느냐에 따라 두 버전으로 나뉩니다.

1) 도덕의 필터 기능 버전 - ‘입법부가 만든 모든 규범을 일단 법으로 인정하되, 극단적으로 부정의한 경우에는 도덕적 필터를 통해 그 법의 효력을 부정한다’라는 방식입니다(“이 버전은…보조적·이차적 역할을 부여한다” - 본 논문, p.33). 예컨대 라드브루흐의 불법공식처럼 “극도의 불법·부정의는 진정한 법이 아니다”라는 논리가 대표적입니다.

2) 도덕의 구조화 기능 버전 - 아예 처음부터 입법부의 제정 행위 자체를 도덕·정의가 구조화한다고 봅니다. 즉, “특정한 정치도덕 원리가 이미 국가기관의 법 수립을 정당화·구성해 주므로, 사회적 사실과 도덕적 사실이 함께 작동해야 ‘있는 법’이 결정된다”라는 견해입니다(“특정한 도덕·정의 원리들이 지시하는 대로…도덕의 구조화 기능” - 본 논문, pp.33-34). 이렇게 보면 헌법에 담긴 기본권, 평등, 인간존엄 등의 원리가 입법 자체를 이끌기 때문에, 해석 역시 그 원리를 반영해 이뤄져야 한다고 말합니다.

이처럼 비실증주의적 입장에서는 법실증주의가 말하는 ‘입법사실’만으로는 법을 온전히 정의하기 어렵고, 도덕·정의가 필수 요건임을 강조합니다.


V. 헌법합치적 해석과 헌법정향적 해석

- 위헌적 결과를 배제하고 헌법 가치를 실현하기


우리 헌법학계에서는 독일의 영향으로 “헌법합치적 해석(verfassungskonforme Auslegung)”과 “헌법정향적 해석(verfassungsorientierte Auslegung)”을 구분하거나 포괄적으로 사용합니다. 본 논문은 이를 좀 더 체계적으로 설명합니다.


1) 헌법합치적 해석 - “어떤 법률의 개념이 다의적이고 그 가운데서 위헌적 결론과 합헌적 결론이 모두 가능하다면, 위헌적 결론을 배제하는 방향으로 해석해야 한다”라는 방식입니다(“헌법합치적 법률해석이란… - 본 논문, p.12). 이는 법질서 통일성과 기본권 보호라는 관점에서, 굳이 위헌 결론을 선택할 필요가 없다면 합헌 방향으로 해석해 법률 효력을 유지하려는 취지입니다.


2) 헌법정향적 해석 - 헌법에 합치되는 해석이 여러 갈래 가능하다면, 그중에서도 헌법의 기본권·가치를 가장 적극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 해석을 택하자는 적극적 방법론입니다(“헌법에 부합하는 해석 중에서도… - 본 논문, p.17). ‘합헌적 해석’ 단계를 넘어, 헌법 가치 실현에 가장 부합하도록 법의 내용을 확정한다는 점에서 한 단계 진일보한 형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결국 두 해석은 모두 문언해석, 체계해석, 목적해석 등 전통적 해석방법을 배제하지 않지만, “헌법의 원리와 가치를 얼마나 능동적으로 반영하느냐”에서 차이가 발생합니다. 법실증주의적 입장에서는 헌법합치적 해석도 다소간 제한적으로 인정하되, 헌법정향적 해석에는 신중한 태도를 취하기 쉽습니다. 반면 비실증주의 진영에서는 헌법정향적 해석이 오히려 ‘있는 법’을 바르게 파악하는 과정이라고 간주합니다.


VI. 대법원의 최근 판결 속 해석론

- 군형법 제92조의6 사건이 보여주는 쟁점


본 논문이 대표 사례로 드는 것은 “대법원 2019도3047 전원합의체판결”입니다. 군형법 제92조의6(‘항문성교나 그 밖의 추행’)에 관한 해석이 문제 된 사건에서, 다수의견은 “자발적 합의에 기반한 사적 공간에서의 동성 군인 간 성행위까지 처벌 대상으로 삼는 것은 헌법정신에 어긋난다”며 기존 판례를 변경했습니다(“그 문언대로 해석하면 불합리한 결과…” - 본 논문, p.12 참조).


반면 반대의견은 “입법자가 형벌조항을 명확히 규정했고, 개정 시에도 특정 예외를 두지 않았으므로, 이를 자의적으로 축소 해석해서는 안 된다”며 권력분립 원리를 내세웠습니다. 본 논문은 이것을 두고 “양측 다 문리해석, 체계해석, 입법목적, 입법자의 의사 등을 논거로 삼지만 결론이 다르다. 이는 곧 ‘법률 문언의 의미를 정하는 것은 무엇이며, ‘있는 법’을 결정하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법이론적 견해차이”라고 평가합니다(“법률해석 이론들 사이의 견해불일치는… - 본 논문, p.48).


VII. 정치도덕과 법해석의 결합

- 사법부, 입법부, 민주주의의 교차로


“정치도덕의 차원에서 관찰되는 심층적 견해불일치는 결국 법률 문언 해석 과정에서도 드러난다”라는 지적처럼(“정치도덕의 차원에서… - 본 논문, p.52), 입법부가 민주적 정당성을 통해 만든 규범이라도, 사법부가 헌법정신을 토대로 적극 해석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특히 대법원 판결에서 “법원의 권한은 법률을 위헌적 결과가 아닌 헌법적 가치로 조화하는 방향으로 해석·적용해 구체적 타당성을 찾는 데 있다”라는 논리가 다수의견이나 별개의견으로 등장하면서, “헌법정향적 해석은 곧 법의 정당한 의미를 밝히는 작업”이라는 시각이 강해졌습니다. 이는 입법부 우선의 법실증주의적 사고와 충돌할 때가 많지만, 헌법·인권·민주주의라는 정치도덕적 가치를 우선시하는 흐름 속에서 더욱 탄력을 받는 추세입니다.


VIII. 맺음말

- 있어야 할 법이 아닌, 있는 법을 해석하기


마지막으로 저자는 “법률해석의 문제는 곧 ‘있는 법’의 존재와 내용을 결정하는 문제이고, 이는 다시 법실증주의와 비실증주의가 어떻게 법의 근거를 바라보는지에 달려 있다”라고 결론지으며(“법률해석의 문제는…결정인자 문제와 결부된다” - 본 논문, p.9 참조), 헌법합치적 해석·헌법정향적 해석이 단순한 해석 기술이나 기교가 아니라, “법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 물음에 대한 서로 다른 대답에서 비롯된 것임을 강조합니다.


결국, 법률해석에서 헌법정신과 도덕·정의 원리를 적극 반영하는 관점(자연법론·비실증주의적 관점)은 “입법부가 절차에 따라 만들었다는 ‘사회적 사실’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라는 생각을 토대로 합니다. 반대로 법실증주의 전통은 입법부의 결정을 우선 보고, “만일 그 결과가 심각하게 위헌적이라면, 그것은 법률해석의 범위가 아니라 별도의 위헌심사를 통해 해결되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이러한 대립은 앞으로도 법원의 판결과 입법부의 관계를 둘러싼 핵심 토론 주제로 남을 것으로 보입니다.


[독자의 평가와 일독을 권하는 이유]


이 논문은 ‘법의 근거 이론’을 중심으로, 우리가 흔히 접하는 “법실증주의 vs. 자연법론·비실증주의”라는 오랜 대립을 헌법합치적 해석·헌법정향적 해석과 결합해 폭넓게 해설합니다. 특히 군형법 판결 같은 구체적 예시를 통해, 법률해석 과정에서 발생하는 실질적 갈등을 생생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법이 말하는 것과 헌법이 말하는 것은 과연 어떤 관계인가?”, “사법부가 얼마만큼 헌법적 가치에 따라 법을 해석·적용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이 논문은 풍부한 시사점을 제시합니다. 일반 독자들도 이 글을 통해 현대 법해석의 흐름을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며, 법철학과 헌법정신이 연결되는 지점을 공부하는 데 훌륭한 길잡이가 될 것입니다.


(본 글은 [김도균, “법의 근거 이론과 법률해석―헌법합치적 해석과 헌법정향적 해석의 법이론적 함의―,” 『법철학연구』 제26권 제1호, pp.7-52 (2023), KCI 등재]를 참고하여 작성되었습니다. 정확한 인문학적 개념의 이해와 해석을 위해서는 반드시 원 논문을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본 글은 전문적인 학술 논의를 대체할 수 없으며, 보다 깊이 있는 이해를 위해서는 관련 분야의 다양한 문헌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본 해설은 원문의 취지와 맥락을 설명하기 위한 것으로, 해설자의 학술적·정치적 견해나 가치판단, 신념과는 무관합니다. 원문 전부는 KCI 홈페이지에 공개되어 있습니다. https://www.kci.go.kr/kciportal/po/search/poArtiTextSear.kci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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