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차/ 아프면 답이 없다

by 집녀

‘큰일이다!’


아침에 눈을 뜨니 목이 아팠다. 으슬으슬 한기도 돌았다.


‘설마 코로나?’


일순간 공포에 식은땀을 흘렸다. 옷을 껴입어도 낫지 않았다. 놀란 마음에 집에 있던 비타민C를 두 알이나 삼켰다. 안 먹고 구석에 처박아두던 홍삼액도 꺼내 큰 숟가락으로 퍼 먹었다. 아프면 안 된다. 한국도 아니고 미국에서 아프면 답도 없다.


자본주의의 상징, 세계의 중심인 미국은 ‘코비드 19’로 인해 완전히 무너져 내렸다. 미국의 수준이 만천하에 처참히 드러났다. 생필품 사재기는 공포가 낳은 현상이다. 공포의 근원은 열악한 의료시스템이다.


미국에 온지 얼마 안 돼 집주인이 발목 골절로 천만 원 넘는 돈을 쓰는 것을 봤다. 보험이 안 돼 이 병원 저 병원 전전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혀를 내둘렀다. 수술도 하기 전에 다리가 알아서 붙을 것만 같았다.


코비드 19가 확산하면서 정부는 지침은 코미디가 따로 없다.


"집에서 타이레놀을 먹고 견디다 죽을 것 같이 아프면 병원에 오란다."


농담이 아니라 진짜다. 정신을 바짝 차려야했다. 미국 올 때 의료보험은 가입했다. 하지만 이건 차원이 다른 문제다. 병원에 갈 수도, 가더라도 답이 없다. 무조건. 무조건 아프지 않아야 한다. 그런 와중에 감기기운을 느끼자 두려울 수 밖에 없다.


운동 나갈 때나 마트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 한국과 달리 마스크를 쓰면 이상하게 쳐다보는 분위기다. 실제 마스크를 착용한 아시아인들이 공격당했다는 뉴스도 잇따랐다. 한국에서는 예방차원에서 하는 것이라면 미국에서는 사후약방문과 같은 존재로 생각한다. 심지어 여기 조지아 주에는 마스크 착용 금지법이란 것이 있다. 흑인들이 마스크를 쓰고 강도 행각을 하자 공공장소에서 마스크 착용을 법으로 금지했다는 것이다. 놀!랍!다!


어찌됐건 몸이 아프자 그동안 마스크를 쓰지 않고 운동했던 것을 후회했다. 6피트 거리를 두고 걸으면 될 것이라 생각했다. 사람들을 최대한 피해 다녔다. 무엇보다 운동하면서 마스크를 쓰는 갑갑함을 느끼고 싶지 않았다. 한국처럼 미세먼지도 없고 맑고 신선한 공기다.

그런데 그런 생각은 감기기운과 함께 후회로 밀려왔다.


운동을 가지 않기로 했다.

내 몸을 위해서, 남을 위해서. 괜히 바이러스를 퍼뜨렸다가는 큰일이다.

만에 하나라도 코비드 19로 확진을 받았을 때 처신을 잘했다는 말을 듣고 싶었다. 집에 누워 뜨뜻한 전기장판 위에 몸을 지졌다. 그리고 생각했다.


‘혹시 코로나가 맞다면 나는 누가 돌봐주지?’


아무도 없다.

아프면 절대 안 된다. 비타민C로 온몸을 적실 요량으로 또 두 알을 삼켰다.

다행히 반나절 앓고 회복됐다.


운동 시작 2주 만에 아파서 못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글은 코비드 19로 외출 금지령이 내려진 미국 조지아 주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2020년 3월과 6월 사이 100일 동안 걷기 말고는 할 것이 없었던 한 여성의 '처절한'이야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