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차 /삶을 지탱해주는 근육

by 집녀


벌떡 일어난다.


망설임 없이 세수를 하고 머리를 질끈 묶는다. 날이 흐리니 오늘은 버킷햇이 아니라 캡 모자를 선택한다. 비가 올지도 몰라 가벼운 등산용 우의를 걸친다.


걷기 운동 16일 차.

걷기 운동이 이제 몸에 슬슬 익어가고 있다.


걷기 운동을 시작한 첫 주에는 아침에 일어나는 것이 힘들었다. 온몸이 쑤시고 무거웠다. 아침 운동을 방해하는 것은 몸이었다. 몸이 무거워졌다는 것은 심리적 요인만이 아니었다. 진짜 몸이 무거워진 것이다.


운동을 위해 레깅스로 갈아입다 깜짝 놀랐다. 종아리와 허벅지가 돌덩이처럼 단단해졌다. 근육이 생긴 것이다. 놀라운 변화였다. 두 바퀴 7.5킬로미터로 늘려 걷기 시작한 것이 효과를 본 것인가?


나는 다리 근육이 약하다.

스쿼드처럼 다리에 힘을 쓰는 자세를 잘 취하지 못한다. 등산도 힘이 없어서 못한다. 그야말로 비실비실하던 몸이었다. 그러던 몸이 변하기 시작했다. 다리가 단단해지며 굵어졌다. 다이어트를 위해 걷기 운동을 하는 사람이라면 식겁할 일이겠지만 나는 만족했다.


생전 처음 느낀 근육의 존재감이다.

정강이 뼈를 둘러싸며 질긴 근육이 생겨나고 있는 것이다. 근육은 뼈를 지탱한다. 그래서 골절상을 예방한다. 나이 들면 낙상사고가 많아 골절로 이어진다. 그래서 근육의 존재가 중요한 것이다.


없던 근육을 만들어내며 노후를 위한 적금을 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적금처럼 몸에 차곡차곡 쌓는 것이다. 나이 들면 상체는 살이 찌고 다리는 가늘어진다. 하지만 오히려 다리가 튼튼해지고 있다. 긍정적인 변화다.


늙어서도 혼자 살 것이 거의 확실시되고 있다.

내 몸은 내가 지켜야 한다. 아니 내 몸의 근육들이 나를 지켜야 한다. 나는 근육을 친구처럼 생각하기 시작했다. 진정 근육만이 나를 지탱해줄 수 있는 평생 친구인 것이다. 정직한 친구. 노력을 배신하지 않는 친구이다. 근육이 생겨날 때마다 우정이 돈독해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그 존재감에 고마움이 생겨났다.


‘내 너를 평생 지키리. 너도 나를 배신하지 말고 지탱해 줘’


생겨나는 근육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평생 함께 하자고 약속한다.




(이 글은 코비드 19로 외출 금지령이 내려진 미국 조지아 주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2020년 3월과 6월 사이 100일 동안 걷기 말고는 할 것이 없었던 한 여성의 '처절한'이야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