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차/ 먹고 자고 운동하고

by 집녀


‘아침에 일어나 간단히 세수를 하고 걷기 운동을 하러 간다.


운동을 갔다 와서 샤워를 하고 점심을 먹는다.


점심을 먹고 노곤해지면 낮잠을 잔다.


오후에 드라마를 몇 편 보며 노닥이다 오후 걷기 운동을 간다.


오후 운동을 갔다 오면 저녁을 해 먹고 인터넷을 보다 잠든다.‘



외출 금지령이 내려져 할 일이 없어진 나의 일상이다.

'먹고 자고 운동하고'를 철저히 지키고 있다. 한국에서라면 ‘일’이 추가되겠지만 나는 지금 잠정적 백수다. 미국에 연수를 왔다가 아무것도 못하게 되면서 ‘집-운동-집-운동’ 생활만 하고 있다.


어찌 보면 우울하고 답이 없는 상황이지만 그래도 운동으로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겠다는 기특한 결정을 했다. 어쩌겠는가. 한국에 돌아가도 답이 없는데. 어차피 1년 동안 쉴 생각으로 왔으니, 돈 쓸 생각으로 왔으니, 멋대로 하고 가겠다. 오기가 생겼다.


사람들은 말했다.


‘일하지 않으면 답답해서 어떻게 지내? 그래도 사람은 일을 해야지!’


나는 이 말에 절대 동의하지 않는다.

나는 일이 너무 싫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너무 싫다. 일하지 않고 놀고먹는 생활이 좋은 것이라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실천을 못했을 뿐이었다(실천하며 살 수 있는 복 받은 사람이 과연 얼마가 되겠는가).


아주 가끔 안부가 궁금해 연락 오는 친구들이 있다. ‘집-운동-집-운동’의 삶을 이어가고 있다는 말에 ‘답답해서 어쩌나’하며 가엽다는 반응이다. 그냥 한국에 돌아오라고 한다. 나는 ‘절대’ 답답하지 않다.


‘나는 1년의 선물을 자신에게 준 것이다.’


타이밍이 엿 같지만 그래도 선물은 선물이다.

선물 같은 시간을 최대한 누리고 싶다. 일을 하기 시작한다면 그것은 다시 지옥행일 것이다.


‘먹고 자고 운동하고 먹고 자고 운동하고’ 이 단순한 삶을 즐기며 새삼 깨달은 것이 있다. 돈 쓸 일이 별로 없구나. 외식을 안 하니 집에 있는 쌀로 밥해먹고, 먹는 양이 적으니 반찬도 줄지 않는다. 나가 놀지 않으니 돈 쓸 일도 없다. 이대로라면 일 안 하고도 계속 살 수 있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회사 다니면서 했던 쇼핑들은 다 스트레스성 소비였다는 분석도 설득력을 얻었다.


‘먹고 자고 운동하고’ 하는 이 삶을 한국에서도 이어가고 싶었다.

스트레스가 없는 삶. 스트레스가 낮은 삶...


답은 ‘가능성이 매우 낮다’다.


로또를 사야겠다.

현실적인 답을 생각했다.





(이 글은 코비드 19로 외출 금지령이 내려진 미국 조지아 주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2020년 3월과 6월 사이 100일 동안 걷기 말고는 할 것이 없었던 한 여성의 '처절한'이야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