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이 차서 땅바닥만 보다가 고개를 든 순간, 몇 미터 앞에서 걸어오는 남자를 봤다.
얼핏 봐도 키는 185cm는 넘어 보였다. 나의 시선은 빠른 속도로 아래에서 위로 올라갔다.
튼튼한 다리 근육, 상체로 올라가니 운동을 좀 했음직한 팔뚝 근육이 보인다.
긴팔, 긴바지를 입어도 감출 수 없는 훌륭한 보디라인이다.
얼굴은 말해 무엇. 이상형이다!
미국에 온 지 몇 개월 만에 가장 잘 생긴 남자를 본 것이다.
그동안 기대를 버렸다. 지난 이십일 남짓 운동을 하면서 만난, 아니 지나쳐 본 사람들이라고는 대부분 나이 지긋하신 어르신들이었다. 어르신들은 참으로 부지런하다. 빼먹지 않고 매일매일 운동하러 나오신다.
젊은 친구들은 별로 없었다. 헬스장 대신 공원을 찾기를 기대했다. ‘도대체 그들은 어디로 간 것일까?’라며 반쯤 포기한 상태였다. 그런데 그때 그를 본 것이다.
내가 나가는 공원은 8자 코스다. 돌다 보면 마주친다.
결국 잘생긴 산책남을 또다시 마주하게 됐다. 이번에도 빠른 속도로 스쳐 지나갔지만 다시 봐도 잘 생겼다.
쾌재를 불렀다.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시간을 봤다. 오후 4시 40분. 내일도 이 시간에 오기로 했다.
나는 아침운동을 했다. 그런데 오늘은 비가 와서 아침운동을 못했다. 그래서 오후에 나왔는데 행운이 걸려든 것이다. 이제부터 운동시간을 조절해야 한다.
지금까지는 아침에만 운동을 했었다. 그런데 이 남자가 오후에 운동을 하는 것이라면 나도 오후에 운동을 해야 된다는 소리다. 그렇다고 아침운동의 상쾌함을 포기할 수도 없다. 포기하기 싫었다.
결심했다.
아침저녁 운동량을 늘려서 더욱 건강해지고 멋진 남자 친구도 만나게 된다면 얼마나 좋은가.
어차피 나는 할 것이 아무것도 없는 사람이었다.
이제는 생겼다. 걷기 운동을 하며 남자 친구를 사귀는 것.
한줄기 빛이 느껴졌다.
(이 글은 코비드 19로 외출 금지령이 내려진 미국 조지아 주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2020년 3월과 6월 사이 100일 동안 걷기 말고는 할 것이 없었던 한 여성의 '처절한'이야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