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고 난 뒤 싸한 느낌이 좋아 매일 파스를 발랐다.
한 달이 안됐는데 새 파스 한통을 거의 다 써버린 거다. 이게 양이 적을 것이라 생각하겠지만 웬만한 가정에서는 3인 가족이 반년은 쓸 양이다. 집에서 부모님과 지낼 때 파스를 썼던 기억을 되짚어서 내린 추정치다.
파스는 걷기 운동의 조력자다.
아파서 바르는 것도 있지만 파스 그 자체 매력에 빠졌다.
파스를 바르고 얼마 지나지 않아 올라오는 그 짜릿한 쏴함. 일시적이긴 하지만 그 자극을 좋아한다.
그리고 코를 찌르는 그 향. 파스 향이 좋아서 코밑에 칠하기도 한다.
남들이 생각지 못한 시도를 가끔 할 때가 있다.
파스를 열심히 바르는 데는 심리적 요인이 크다.
지금 몸을 다치거나 몸이 쑤시면 나을 방법이 없다. 한국에 있으면 목욕탕에 가서 뜨끈한 물에 몸을 담근다거나 찜질방에 가서 지지면 될 것이지만 미국에서는 못 한다.
그런 내게 유일한 위로는 바로 파스로 온 몸을 치료하는 것이다.
제일 많이 바른 부위는 발목이다.
걷기를 시작한 지 일주일 동안은 발목이 계속 아팠다.
특히 오른쪽 발목의 통증이 심했다. 예전에 발목을 접 질렀던 곳이다.
몸에서 가장 약한 곳에서 문제가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그다음엔 무릎이었다.
무릎 전체가 시큰하게 아팠다. 걸으면서 가장 걱정이 됐던 부분이기도 했다.
연골이다. 나이가 들면 연골도 닳는다고 한다.
괜히 무리한 걷기 운동으로 무릎 연골이 닳지나 않을까 걱정했다.
연골은 한번 없어지면 다시 생기지 않는 것이라 겁이 났다.
지금껏 문제없었다고 앞으로 문제없지 말란 법은 없으니까...
걷기 운동의 핵심 부위는 다리다.
그런데 예상외 부위도 걷기의 영향을 받고 있었다.
가끔 여행 가서 많이 걸을 때 어깨가 끊어질 듯한 경험을 많이 했다.
걷기 때문에 다리 아픈 건 이해가 간다. 하지만 어깨는 왜?
당시에는 가방을 메고 다녀 그런가 생각했다. 그런데 그게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을 걷기 운동을 시작하면서 깨달았다.
가방도 메지 않고 홀가분한 몸으로 걷기 운동을 하는데 갑자기 어깨가 아프기 시작했다.
하루가 아니었다 며칠 연속 어깨가 아팠다. 이유가 뭘까.
슬픈 고민에 빠졌다. 어깨를 쓰지도 않았는데 왜 어깨가 아픈 것일까?
걷기 운동을 하면서 동작을 곰곰이 떠올렸다. 어깨를 쓰지 않았던 것이 아니다.
더 격렬히 쓰고 있었던 것이다.
걷기를 하면 팔이 자연스레 앞뒤로 움직인다.
게다가 정확한 자세를 유지하기 위해 팔을 90도로 유지하면서 ‘으쌰 으쌰’ 걷고 있었던 것이다.
걷기 운동 내내 다리처럼 팔도 엄청난 활동량을 보이고 있었다.
걷기는 그저 다리 운동인 줄 알았다.
생색은 다리가 다 내고 어깨는 묵묵히 자기 일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같은 몸뚱이지만 숨은 조력자 어깨에 미안한 마음이 갑자기 들었다.
어깨에도 잊지 않고 물파스를 덕지덕지 발라준다.
아니 그 보다 더 좋고 효과가 센 동전 모양의 파스를 3개를 붙여 준다.
(이 글은 코비드 19로 외출 금지령이 내려진 미국 조지아 주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2020년 3월과 6월 사이 100일 동안 걷기 말고는 할 것이 없었던 한 여성의 '처절한'이야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