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땅덩어리가 넓다.
사람들이 북적대지 않는다. 공원도 마찬가지다. 한국에서처럼 많은 사람들이 줄지어 걷기 운동을 하지 않는다. 그래서 공원 걷기 운동이 좋았던 것이다. 방해받지 않고, 남들을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좋았다. 코로나에도 안전한 운동이다.
그런데 가끔 산책길이 무섭다고 느껴질 때가 있다.
몇 백 미터 이어진 길에 단 한 명도 없을 때다. 미국은 총기를 소지할 수 있는 국가다.
혹시나 으슥한 곳에서 갑자기 강도가 나타나 총을 겨누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했다.
매일 같은 산책길을 걷다 보니 다른 길도 걷고 싶어 졌다.
지름길같이 보이는 숲 속 샛길이 눈에 띄었다. 한 번은 방향을 바꿔 샛길로 들어갔다.
그나마 띄엄띄엄 보이던 사람이 단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무서웠다. 괜히 들어왔나 싶었다. 빠져나갈 길이 나올 때까지 걸음을 재촉해야 했다.
이런 감정을 나는 여행 가서 많이 느꼈다.
낯선 골목을 걷는다.
날은 점점 어두워지고 있다. 아직 숙소에 도착하기에는 거리가 멀다. 사람들이 많이 모인 골목을 걸을 때는 별로 무섭지 않다. 그런데 한 골목 꺾으니 갑자기 사람들이 사라졌다. 갑자기 으슥해졌다. 무서움에 발걸음을 재촉한다. 다시 골목을 꺾으니 대로와 만나 사람들이 있다. 다시 안심한다. 하지만 언제 어디서 다음 골목에는 사람들이 없을지도 모른다는 공포감이 생긴다.
혼자 다니기에 이런 공포감은 더했다.
일행이 많았다면, 친구가 있었다면 사람들이 골목에 있건 없건 그다지 큰 문제 거리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오롯이 혼자 여행하는 여자 여행객이라면 사정이 다르다.
최대한 불상사를 피하기 위해서 사람이 없는 곳은 피해야 하는 것이다.
그때마다 생각한다.
사람들이 있다고 보호해 줄 일도, 사람들이 없다고 나쁜 일이 일어난다는 보장도 없다.
마음 내키는 대로 가자. 발길이 원하는 대로 가자.
가는 길에 사람이 없다고 포기하고 돌아가지 마라.
목적지에 가면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구불구불 끝없이 무서웠던 길을 지나 만난 목적지에서, 힘들게 찾아간 목적지에서 오히려 내가 그토록 원하는 사람을 만날 수 있다.
같은 길을 걷고 같은 걱정을 했을 그 사람은 당신과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일 것이다.
(이 글은 코비드 19로 외출 금지령이 내려진 미국 조지아 주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2020년 3월과 6월 사이 100일 동안 걷기 말고는 할 것이 없었던 한 여성의 '처절한'이야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