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를 다니면서 잠을 푹 잔 적이 없다.
걱정거리가 생기면서, 온갖 잡다한 생각들이 떠오르면서 밤을 하얗게 지새운 적이 많다.
걱정이라는 것은 인간이 가장 덜 활동적인 시간에 찾아온다.
밤이다.
운동을 열심히 해서 좋은 점 가운데 하나는 잠을 잘 잔다는 것이다.
저녁 10시만 되어도 잠이 쏟아지듯 밀려온다. 불면증이라고는 있을 수 없다.
그런데 잠을 일찍 자다 보니 눈이 일찍 떠지게 됐다.
처음에는 오전 6시(그래도 8시간을 푹 잔 것임), 다음에는 오전 5시, 어떨 때는 새벽 1시(화장실에 간다고 일어나는 경우가 대부분)가 되기도 한다.
뭔가 푹 잔 것 같은데 아직 한 밤이면 뭔가 선물을 받은 듯하다.
이 생각을 하며 잠시 흐뭇해하다 다시 잠들곤 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턴가 잠을 깬 이후로는 다시 잠들지 않았다.
억지로 잠을 청하는 것도 에너지 낭비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시간에 글을 쓰기로 했다.
남들이 다 잠든 시간에, 남들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에 혼자 무엇인가 건설적인 일을 한다는 것. 참으로 매력적인 일이다. 쫓기지 않아도 된다. 혼자만 갖는 보너스 시간 같은 의미다.
나는 템플스테이를 자주 간다. 마음의 안정을 찾기 위해서다.
삼시세끼 알아서 공짜로 주는 절 밥 먹는 재미도 쏠쏠하다.
절에서는 몸과 마음 모든 것이 완벽하게 회복되는 느낌이다.
절에서의 생활은 단순하다.
오후 5시에 저녁 식사를 하고 6시에 저녁 예불을 한다.(계절과 절에 따라 다르다)
이후부터는 자유시간이다. 오후 9시면 취침에 든다.
절에서 취침시간이 빠른 이유는 다음날 새벽예불 시간이 새벽 3시 반이기 때문이다.
지금 나는 속세에서, 그것도 미국에서 템플스테이 삶을 이어가게 됐다.
새벽시간에 글을 쓰기로 한 것은 걷기 운동 다음을 가장 잘한 일이 됐다.
안 써지던 글이 이 새벽시간대만큼은 써지기 시작했다.
잘 쓰고 못 쓰고의 문제가 아니다. 쓰고 안 쓰고의 문제이다.
이 새벽시간만큼은 글을 쓰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문득 생각했다. 일찍 일어나고 새벽에 눈을 뜨는 이 삶이 나쁘지 않았다. 아니 너무 좋았다.
생각이 들자마자 1초 만에 머리를 흔들었다.
추위를 싫어하고 고기를 못 먹을 자신이 없다.
그래. 우선 미국에서만 이 생활로 버티자. 다짐했다.
어차피.. 지금도 거의 비구니 같은 삶이다...
(이 글은 코비드 19로 외출 금지령이 내려진 미국 조지아 주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2020년 3월과 6월 사이 100일 동안 걷기 말고는 할 것이 없었던 한 여성의 '처절한'이야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