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일 차 /걸림돌이 아니라 디딤돌로

by 집녀

불교에 ‘보왕삼매론’이라는 것이 있다.

아주 심오한, 많은 뜻을 갖고 있지만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걸림돌을 디딤돌 삼아 살라’이다.


처음 코로나 바이러스가 퍼졌을 때 하늘을 원망했다.


‘다른 때도 아니고 삶을 바꾸고 싶어 큰 결심을 하고 미국까지 온 이 시점에 코로나 바이러스가 확산하다니!’

‘아무것도 못하고,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되다니.’

‘뭔가를 열심히 해야 하는 이 시기에 손발을 묶어버리다니’


재앙에 분노했다.


‘코로나 때문에!’, ‘코로나 때문에!’


처음에는 무기력함에 아무것도 하기 싫었다. 때마다 나타나 인생을 망쳐버리는 일련의 사건들에 더 이상 저항할 힘도 없었다. 그런데 그렇게 손을 놓으니 정말 인생의 패배자가 될 것만 같았다.


‘다른 사람이 손가락질하는 것은 괜찮다. 어차피 그들은 나에게 관심도 없고, 나를 모르는 사람들이니 그런 사람들의 평가는 중요치 않다. 그런데... 그런데 내가 나 자신에게 내리는 평가는 피해 갈 수 없다. 나는 나를 누구보다 잘 알지 않은가. 지금 이대로 가다가는 나는 인생의 패배자다’


울고 싶었다. 발악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러지 않기로 했다. 대신 이러한 부정적 에너지를 최대한 날려버리자고 결심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화내면 나만 늙는다’


쓸데없는 감정 소모는 노화만 자극할 것이라 생각했다.

인력으로 어쩔 수 없는데, 신도 아닌데, 이 상황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는 없다.


‘바꿀 수는 없어도 포기하지는 말자’


외부 환경으로 자신을 포기하는 상황은 만들지 말자고 생각했다.

흔히들 말하지 않는가. 위기를 기회로 만들라고. 바로 그 시점이 내게 온 것이라 생각했다.

지금의 힘든 시기가 분명 의미가 있을 것이다. 굴하지 않고 이겨내면 더 큰 즐거움이 따를 것이다.

뭔가 하라는, 뭔가 새로운 삶의 방향을 찾으라는 신의 계시가 아닐까. 좋게 생각하기로 했다.

좋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고는 정신병에 걸릴 것만 같았다.


코로나에 정신병까지 걸리면 답도 없다... 고 생각했다.




(이 글은 코비드 19로 외출 금지령이 내려진 미국 조지아 주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2020년 3월과 6월 사이 100일 동안 걷기 말고는 할 것이 없었던 한 여성의 '처절한'이야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