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일 차/ 나무를 보면 기대고 싶다

by 집녀

힘이 든다.

뛰지도 않고 걷는 것이지만 힘이 든다.


‘저 나무에 살짝 기대고 싶어’


산책길 따라 든든하게 뿌리박고 있는 나무들을 보며 항상 생각한다.

기대는 것만으로도 휴식이 될 것 같다. 특히 몸통이 큰 나무를 보면 그런 마음이 더 생긴다. 가늘고 힘없어 보이는 나무는 쓰러질 것 같고 불안해서 그럴 마음이 안 난다.


흔히 어르신들은 나무에 기대어 등치기를 많이 한다. 아직까지는 나무를 괴롭히고 싶지 않다. 그저 살짝 기대고 싶을 뿐이다.


기댈 바에야 앉아 있는 것이 더 낫지 않나 생각할 것이다. 그런데 한번 앉으면 아예 주저앉아 못 일어날 것 같다. 다시 힘내서 앉기 전 상태로 에너지를 올리기까지는 시간이 더 많이 걸린다. 잠시 기대는 것은 다르다. 그냥 잠시 기대는 것만으로도 오히려 힘이 생길 것 같다.


사람에게 기대고 싶다.

계속 기댄다는 것이 아니다. 잠시 어깨를 빌려줄 누군가의 다정함을 느끼고 싶다. 주저앉아 피곤하게 굴겠다는 것도 아닌데, 그 잠시 어깨를 빌려줄 사람이 없다.


사람은 서로 기대어 살아야 한다고 했다. 한자의 ‘사람 인’은 두 사람이 서로 기대어 있는 모습이라고 누군가 말해준 기억이 난다. 기댈 사람, 그리고 자신 또한 어깨를 빌려 줄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걷다 보면 지친다. 쉬어가야 한다. 삶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지금 오롯이 혼자만의 힘으로 쉴 곳 없이 걷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한다.


‘내 어깨가 필요하면 빌려줄게. 나도 좀 기대면 안 될까’


주고받고... 계산적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런데 사람이라 어쩔 수 없다. 너도 기대고 나도 기대고. 서로 좋은 게 좋은 거 아닌가. 기대고 싶은 타이밍이 겹치는 것만 아니라면, 조금 힘이 넘치는 사람이 어깨를 빌려줄 수 있는 것 아닌가.


오늘도 혼자 걷는다. 주저앉지 않고 걷기 위해 발걸음을 내딛는다. 걷다 보면 좋은 일이 생길 거야. 걷다 보면 사랑도 생길 거야.


헛된, 하지만 희망찬 기대감으로 오늘도 한발 한발 내딛는다.

힘차게!


(이 글은 코비드 19로 외출 금지령이 내려진 미국 조지아 주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2020년 3월과 6월 사이 100일 동안 걷기 말고는 할 것이 없었던 한 여성의 '처절한'이야기입니다.)